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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도 만남도 두려워요”…혐오대상 된 성 소수자들

‘게이’ 부각한 코로나 보도 이후 성소수자 향한 혐오 만연
“클럽 집단감염은 성 소수자 전체의 문제 아냐”
커밍아웃 꺼리거나 성 소수자 만남 지양하는 등의 변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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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성 소수자를 향해 저 사람들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아요.”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산되면서 ‘게이’를 부각한 일부 언론의 보도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혐오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보도로 부정적 시각이 많은 성소수자에 대한 이미지가 더 큰 타격을 입어 피해를 겪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언론보도 이후 아웃팅 현상까지

지난 7일 한 언론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이 이태원 성 소수자 클럽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게이’, ‘게이클럽’ 등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기사 댓글에는 성 소수자에 대한 조롱·혐오 발언이 난무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에는 ‘게이클럽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성 소수자 클럽 이용객을 찍은 내부 영상이 올라오는 등 특정인의 성적 지향성이 공개될 수 있는 일종의 ‘아웃팅’(비자발적 성적 지향성 공개) 영상도 공공연하게 게시됐다.

LGBT 인권을 상징하는 6색의 무지개 깃발.(사진=이미지투데이)

성 소수자들 “보도 이후 모든 성 소수자들 혐오의 대상 됐다”

성 소수자 A씨는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에서 게이를 두고 쏟아지는 혐오 발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똥꼬충’들은 방에 가두고 쏴죽여야한다는 내용의 혐오 댓글을 보고 괴롭고 슬펐다”면서 “실제로는 많은 성 소수자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클럽을 이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공교롭게 성 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장소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인데 같은 성적 지향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클럽 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도 함께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우울감과 자괴감을 동시에 호소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며 “아웃팅 위협을 받고 혐오의 대상이 된 성 소수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성 소수자 B씨도 이태원발 클럽 집단감염은 ‘성 소수자’라는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을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은 이들’의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단감염을 일으킨 주체가 성 소수자라는 사실은 감염병 보도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성 소수자들에게 씌워질 부정적인 프레임을 간과한 채 보도한 언론이 원망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내가 게이라는 것을 밝히면 ‘너도 코로나19? 너도 클럽갔니? 게이들은 다 그렇니?’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웃팅의 문제는 성 소수자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B씨는“성 소수자 혐오가 만연한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성적 지향성이 강제 공개되면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 하더라도 그 이후 성 소수자의 삶은 보장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집단 감염 이후 찾아온 성 소수자들의 ‘포스트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 이후 성 소수자들은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밝히는 ‘커밍 아웃’을 더욱 꺼리거나 성 소수자들끼리의 만남을 줄이는 등의 변화를 맞았다.

평소 지인에게 커밍 아웃을 했던 성 소수자 C씨는 앞으로는 누구에게도 성적 지향성을 밝히기 어려워질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일로 성 소수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커졌다”며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될까 두려워 커밍 아웃을 하기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모님께 커밍 아웃을 하지 않은 상태였던 C씨의 지인은 이번 코로나19 확진으로 강제 아웃팅을 당하기도 했다. C씨는 “성 소수자 클럽은 아웃팅 위험으로 언급이 금지돼 검색을 해도 찾기 어려운 음지였다”며 “이번 일로 게이 클럽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부모님과 연이 끊긴 지인이 있다”고 전했다.

성 소수자끼리 만나는 오프라인 만남이나 모임도 줄었다.

성 소수자 D씨는 “성소수자는 사실 몇 사람만 건너면 알 수 있을 정도”라면서 “성 소수자 중 확진자가 나온 만큼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서로 간의 만남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만남을 줄이는 것을 넘어 성 소수자라는 사실 자체를 감추고 더욱 깊은 음지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고도 했다.

게이가 아닌 다른 성적 지향성을 가진 성 소수자 E씨는 성 소수자라는 집단 전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번 일로 성 소수자는 욕해도 된다는 잘못된 명분이 생긴 것 같다“면서 “집단 감염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게이가 아님에도 같은 성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 억울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언론 보도 이후 유튜브에 게이 클럽 영상이 게시된 것을 보며 “그 속에 내가 찍혔다면 아웃팅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우 불안했을 것 같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성소수자가 모여있는 곳에 갈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열린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코로나19, 차별없는 안전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소수자 대책 본부와 기자협회 호소문도 등장

이에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긴급대책본부를 출범하고 방역당국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움직임을 시작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등 7개 단체로 구성된대책본부 측은  “최근 이태원 클럽과 업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난 이후 언론들의 악의적인 보도로 확인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가 하면, 방문 장소를 낙인찍는 가짜뉴스와 가십이 조장됐다”라며 “자발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 두려움을 갖기 충분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보건당국에 “성소수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거나 동선이 공개되고 신상이 노출되면 일터의 차별과 가정폭력에 노출되기 쉽다”며 “보건당국은 당사자들이 겪을 수 있는 차별과 혐오에 전력을 다해 반대하고 있음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지난 12일 ‘코로나19 보도 관련 2차 긴급 호소문’을 통해 이태원 클럽 확진자와 접촉자에 대한 추측성 사생활보도를 지양하고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보도를 자제할 것을 호소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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