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이남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이유

20대 남성 진보진영 지지 이탈 가속화
21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40%는 통합당에 투표
20대 남성들 “진보정당의 비도덕성과 남성 역차별에 실망”
전문가 “청년층 아우를 수 있는 궁극적 해결책 고민 필요”

0

20대는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을 띄는 정당을 더 많이 지지한다는 불문율에 금이 갔다. 일명 ‘이남자’로 불리는 20대 남성의 보수화가 한국 사회의 변수가 된 탓이다.

한국선거학회가 지난 2016년 총선 직후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당시 20대 남성은 지역구 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 47.5%, 국민의당 32.5%, 새누리당 12.5%, 정의당 2.5%의 지지율을 보였다. 4년 전에는 20대 남성 약 10명 중 1명만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여권의 핵심지지 기반이었던 20대 남성이 보수화되기 시작한 건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작년 2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 2소분과’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현 정부를 향한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급락한 사실을 적시했다.

한국갤럽의 설문 조사 결과,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에서 ‘이남자’는 32%에 불과했던 반면 ‘이여자’는 58%로 성별 간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총선이 다가오자 민주당은 20대 남성의 민심을 겨냥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에 재직하던 ‘이남자’ 원종건 씨를 영입 인재 2호로 선택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씨가 전 여자친구를 가스라이팅했다는 ‘미투 파문’이 발생해 악효과만 냈다.

이는 지난 4월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표심에 그대로 반영됐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40.5%가 지역구 선거에서 통합당에 투표했다. 이는 전체 세대 남성에서도 60대 이상 남성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통합당 득표율이었다. 통합당에 표를 던진 20대 여성이 25%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큰 차이다.

더불어민주당 2번째 영입인재였던 원종건씨는 미투 논란이 제기되자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입인재 자격을 자진 반납했다.(사진=연합뉴스)

20대 남성들 “정의를 외치던 진보 정당도 다를 바 없어”

20대 남성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이유로는 입시 비리를 둘러싼 조국 사태, 재난 지원금을 비롯한 경제 정책 등 다양한 이유가 꼽힌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를 지지했던 전정현(29·남)씨는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에 표를 던졌다. 위성 정당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진보 정당의 위선적인 모습에 큰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성향 정당은 정의롭고 깨끗하다는 점을 캐치프레이즈로 삼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더 깨끗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면서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과 다를 것 없는 더불어시민당을 만든 것을 보고 결국 정치적 계산 앞에서는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다 똑같은 정당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과거 민주당의 당원이었던 강연철(26·남)씨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뒤 미래통합당의 당원으로 가입했다.

강씨는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던 여당 측근들이 정작 반칙과 특혜를 누리고 살던 것이 드러나 허무했다”면서 “민주당의 허울뿐인 정책은 결국 표심을 위한 선언적 의미에만 그친 것 같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기득권 양당이 모두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고 느낀 김석준(28·남)씨는 제3세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국민의당에 투표했다. 특히 김씨는 민주당의 경제 정책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20대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매년 취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여당이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분배에 치중한 정책을 펼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청년층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가운데)이 지난 3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방·안보 분야 공약을 발표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젠더 이슈·안보 문제도 민주당 외면요인

3명의 20대 남성이 민주당에 투표하지 않은 이유는 달랐지만 젠더 이슈와 관련한 정책에는 공통적인 불만을 표했다. 현 정권이 마치 20대 남성을 배제하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었다.

전씨는 “20대 남성들이 지난 수십 년간 가부장·성차별적 행태를 보여 온 아버지 세대들의 잘못과 책임을 대신 짊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주변의 많은 20대 남성 지인들도 여성할당제를 비롯한 양성평등 정책에서 정부로부터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김씨도 현 정부의 여성우대 정책은 ‘과정의 형평성’이 어긋난 기조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성이 받는 불이익과 차별을 없애 평등한 경쟁을 지향하자는 것이 아니라, 오직 성별이 여성이기 때문에 특정 인원을 할당해서 선발하거나 가점을 주는 것은 결과의 형평성만을 고려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에 진출하기 전 의무적으로 병역을 이행해야 하는 20대 남성은 이러한 정책들에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 보수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교안보문제에 있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강씨는 “20대 남성의 경우 막 복무를 마쳤거나 예비군 훈련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요즘 젊은 남성들은 오히려 강력한 대북 제재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현 정권은 북한에 지나치게 온화한 외교 방식을 택하고 있어 20대의 보수화가 더 견고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도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가 실효성 없이 북한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 진보 정권이 햇볕 정책을 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정권에서 역시 북한은 대화하려는 척을 하다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전문가 “청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 필요”

전문가들은 20대 남성의 보수지지현상 원인으로 역차별을 꼽았다.

김동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20대 여성과 비교해 역차별을 느낀다는 의식”이 20대 남성의 보수화를 견인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가 꼽은 20대 남성이 역차별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예는 ‘병역’ 문제다. 그는 “병역 의무로 남성이 여성보다 20대 초반기간 중 1년 6개월여를 손해본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며 “경제 악화로 취업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불만의 화살은 여성 우대 정책을 펼치는 민주당에게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성호 건국대 행정대학원장은 “전통적인 성(性) 역할이 달라지면서 한국 사회에서 과거 남성에 비해 현대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졌다”며 “20대 남성들은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도 “‘양성평등’이 화두가 되면서 한국 사회가 여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과정에 있다”며 “호주제 폐지 당시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20대 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해결방안은 바로 남녀를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청년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장 교수는 “절대적인 수가 적은 청년을 중요한 유권자층으로 생각하지 않은 정치권때문에 20대 남녀간 다른 지지성향이 나타난 것”이라며 “청년 모두에게 긍정적인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사회의 경쟁 구조, 취업난 등 모든 20대가 힘든 상황인 만큼,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면서도 모든 청년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댓글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