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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간 게 죄는 아니잖아요"…과도한 신상털기에 '몸살'

“죄인이 된 기분이에요.”

지난달 25일 서울 이태원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장모씨(28·여). 갑작스러운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장씨도 검사 대상자가 됐다. 하지만 장씨가 더 무서웠던 건 코로나19 확진여부가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사내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개인들에 대한 신상털기도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장씨가 이태원을 방문한 날은 지난달 25일로 잠복기인 2주가 훨씬 지난 상황.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사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인사팀의 권유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기 위해 연차휴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어느새 사내에 소문이 퍼지면서 직장 동료들의 수군거림과 따가운 눈초리까지 감당해야 했다.

장씨는 “직속 상사와 팀장님에게만 보고했는데 벌써 회사에 소문이 쫙 났다”며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클럽에 간 것도 아닌데 죄인이 된 기분이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회사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보니 메뉴얼이 없다"며 "검사받으러 가는 것도 반차를 써야 하고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의 기간도 연차휴가를 사용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메신저를 통해 S기업 코로나19 자가격리자라고 떠도는 당사자의 SNS 계정이 비공개로 전환됐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신상털기’를 우려한 방역당국의 익명 검사에도 개인 신상이 무분별하게 전파되고 있는 상황.

지난 13일 방역당국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소를 공개할 때 개별 환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도록 동선 공개 방식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동선 공개 시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최초 환자 동선을 공개할 때만 상호명 같은 특정 가능한 정보가 공개되고 이후에는 상호명 등을 공개하지 않게 된다. 확진자의 개인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돼 사생활 침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나온 보완책이다.

하지만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지는 과도한 신상털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 SNS와 메신저에서는 ‘ S기업 여비서 2명 이태원 클럽 다녀온 후 자가격리 중’이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됐다. 해당 글에는 “S기업 비서 2명이 지난 황금연휴 기간 이태원에 위치한 와인바와 클럽을 갔다 와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과 함께 언급된 비서들의 사진과 이름, 회사 내 직책 또한 담겼다.

해당 공유 글에서 언급된 비서 중 한 명은 무분별한 신상털기에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 "온라인상 활동 시간 늘어나다보니 (신상털기 등) 화풀이 이뤄져..." (사진=이수정 경기대 심리학교수)


이같은 현상은 코로나19로 변화된 생활방식이 낳은 하나의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활동이 늘어났기 때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코로나19발 과도한 신상털기에 관해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사태에 확진 의심자들이 개인들의 화풀이 대상이 된 것 같다”며 “모두가 다 악의적 의도를 가졌다고 해석할 순 없다. 외부와의 접촉이 줄어들고 온라인상의 활동이 늘어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전했다.

무분별한 신상털기를 비롯해 코로나19 검사 대상자들에 대한 따가운 눈초리는 방역에도 부정적이다.

질병관리본부 위기소통담당 관계자는 “일반 개인들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기는 방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검사에)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걸 저해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검사를 받는 행위 자체에 부정적인 낙인찍기가 이뤄지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박솔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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