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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할 줄 아는 건 개그뿐인데... 막막하네요”

때로는 몸으로, 때로는 말로 관객과 국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직업인 ‘개그맨’. 개그맨을 꿈꾸던 지망생들이 요즘은 한숨만 늘어난다.

지상파 TV의 유일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인 KBS 2TV의 ‘개그콘서트’가 장기 휴방을 결정했다. 지난 1999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지 21년 만이다. 장기 휴방이지만 사실상 종영으로 가는 수순이라는 게 방송가의 시각이다.

윤형빈소극장에서 활동하는 개그맨 지망생 서유기(28)씨. (사진=신현지 인턴기자)


“개그콘서트 무대=대기업 입사...꿈의 무대 사라져 암담”

최근 홍대에 있는 ‘윤형빈소극장’에서 만난 서유기(28·남)씨. 서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개그맨의 길을 꿈꾸면서 수년째 대학로와 홍대 소극장에서 무대 경험을 쌓고 개그맨으로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로 GK패밀리에서 1년, 개그특공대에서 1년간 공연을 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홍대 윤형빈소극장에서는 3년째 활동하며 무대 경험과 개그 역량을 키우는 중이다.

서씨는 “개그콘서트라는 무대만 바라보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며 “개그콘서트 폐지설이 과거부터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막막하다”고 전했다.

그는 개그콘서트 무대에 오르겠다는 꿈을 위해 지속해서 KBS 개그맨 공채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1년에 한 차례씩 뽑던 KBS 공채 개그맨은 2017년부터 2년에 한 번으로 선발 횟수를 줄였다.

그는 “개그콘서트 무대에 선다는 것은 취업준비생이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개그맨 지망생 중에는 나이가 적지 않은 사람들도 많아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연장 입구에 손소독제와 마스크가 비치되어 있다. (사진=신현지 인턴기자)


코로나19로 소극장도 폐쇄... ‘설상가상’

서씨가 일하는 윤형빈소극장은 지난 2월부터 극장을 폐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한 5월 초부터 다시 공연을 재개했지만 이태원 클럽발 재확산 조짐으로 최근 다시 문을 닫았다. 관객과의 거리가 가깝고 공연 특성상 관객과 함께 하는 무대들이 많아 감염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서씨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한 후 관객참여형 코너보다는 콩트 중심으로 공연을 재개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심화로 다시 문을 닫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소극장 공연 무산은 서씨와 같은 개그맨 지망생에게는 이중고를 안기고 있다.

공연이 없다 보니 수익이 없어 경제적으로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또 소극장이 개그콘서트와 같은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했는데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

이 때문에 개그맨 지망생들은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어려운 상황이다.

서씨는 “그동안 모아둔 돈을 쓰면서 버티는 중”이라며 “당일 아르바이트를 주로 찾고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연이 없어도 회의는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일주일에 4번씩 극장에 가 아이템 기획 회의와 극장의 방향에 대해 팀원들과 논의하고 있다.

서씨는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개그맨만 꿈꾸고 노력했기에 앞으로의 길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 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개그 공연 중인 서유기씨 (사진=서유기 제공)


/스냅타임 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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