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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비프러너 고효주·김슬기·안정은 "덕업일치 했죠"

청년층이 사상 최악의 채용 절벽을 맞고 있다. 지난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3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만 5000명이 감소했다. 이중 청년층의 고용률은 전 연령대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길을 찾지 못한 청년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최악의 취업난에 직면한 가운데 자신의 취미에서 길을 찾은 청년들이 있다. 이들을 ‘하비프러너’라고 일컫는다. 하비프러너는 취미(hobby)와 무엇을 추구하는 사람(preneur)를 합성한 단어로,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사업으로 확장·발전시킨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롱보드를 타는 모습과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올려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롱보더 고효주(33)씨, 수제 애견 간식 공방 ‘슬곰이네’를 운영하며 직접 만든 애견 간식 판매 및 수제 간식 강좌를 진행하는 김슬기(25)씨, 달리기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스포츠 이벤트 운영 기업 '런더풀'을 설립한 안정은(29)씨의 이야기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롱보더 고효주 (사진=고효주 제공)


"가장 나다워지는 일을 택했죠"

고씨는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라는 기존의 직업을 포기한 것이 곧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고 말한다.

집과 회사만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롱보드'였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쳐 보여 롱보드의 세계에 입문했다. 무작정 이태원의 보드샵에 찾아가 롱보드를 구매한 후 적절한 장소를 찾아 타기 시작했다. 상상 이상으로 훨씬 어렵고 재밌어 금새 푹 빠졌다.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고씨는 “1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를 되돌아봤을 때 어떤 선택을 더 후회하게 될 것인지를 생각했다”며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들에 도전하는 것의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해서 주저 없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첫 반려견인 슬곰이를 보호할 방법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애견 간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비슷한 사연을 가진 견주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김씨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직업으로 택할 바에야 좋아하는 일을 지금이라도 시작해 여러 경험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직접 좋아하는 일을 하며 얻어낸 성취감이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씨에게 달리기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안씨에게 '달리는 시간'은 '유일하게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생계유지를 위해 마케터 일을 시작했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했다.

안씨는 "한 번 사는 인생, 나 자신을 마케팅 해보기 위해 과감히 퇴사했다"며 "나와 같이 힘든 상황에 있는 이들과 함께 달리며 그 추억을 나누기 위해 '러닝전도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수제 애견 간식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슬기씨. 김씨가 제작한 애견 간식 중 일부 (사진=김슬기 제공)


덕업일치 성공하려면나의 방향 찾아가는 것 필요해

'좋아하는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되었을 때 부딪히는 벽도 있었다.

고씨는 "모든 일이 그렇듯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힘들어지기 마련"이라며 "그럴 땐 잠시 한 발 뒤로 물러나 롱보드 외의 일을 찾거나 쉬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시작했지만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혔을 때 상실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한동안은 매출과 비용 대신 이번 달엔 일을 얼마나 했는지를 확인하며 돈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그는 "나라는 존재와 이러한 일을 하는 공간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발로 뛰었다"며 "노력에 비해 결과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을 때에도, 혼자 부딪히며 성장해온 나 자신을 인정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좋아하는 일이 업무의 부담으로 다가왔을 때 느껴지는 괴리감이 있었다"며 "그럴수록 혼자만의 시간을 갖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덕업일치'(덕질(관심사)과 직업이 일치했다는 뜻)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씨는 "꾸준히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좋아하는 것 안에서도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씨 역시 "좋아하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닌, 잘 하는 일과도 결합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로만 직업을 택할 시 일과 취미 사이의 괴리감이 생길 수 있고,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택할 경우 즐기면서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씨는 여러 번의 성공과 실패가 새로운 도전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작은 실천을 통해서라도 겪어봄으로써 나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러닝전도사 안정은씨 (사진=안정은 제공)


아직 길을 찾지 못했어도 불안해 할 필요 없어

청년 하비프러너 3인은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청년들에게 "다급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고씨는 20대의 불안함은 당연한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길을 찾는 것은 어떤 나이대이던 똑같은 것"이라며 "'나'를 주체로 둔 삶을 살다 보면 진로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흥미가 생기는 일을 일단 시작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어려울지라도 미래의 나에게 꼭 필요한 경험이 되어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안씨는 "지금 당장은 무엇을 해야 할지, 이 길이 맞는지도 모를 수 있다"며 "작은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훗날 다른 사람들은 갖지 못하는 나만의 전문성이 갖춰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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