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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는 '아티스트'·국내서는 '범법자'...노조 결성한 타투이스트

지난 2월 출범한 타투이스트들의 노동조합 ‘타투유니온(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지회)’.(사진=김도윤씨 제공)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타투이스트로 구성된 노동조합(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가 출범했다.

국내 타투이스트의 수가 2만여 명에 육박하고, 100만명 이상이 타투 시술을 받은 것으로 추산되지만 여전히 타투이스트는 비직업인으로 인정돼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1992년의 대법원 판례에 의해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설립은 직업인로서의 지위 인정을 통해 타투이스트를 옥죄고 있는 92년의 판례보다 더 나은 법적 지위에 서서 싸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타투유니온은 '타투이스트의 일반직업화와 타투 합법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해외서는 '아티스트', 국내에서는 '범법자'

타투유니온 지회장인 김도윤씨는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보다 합법화했을 때 얻는 사회적 이익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안전과 타투 시장 부흥을 위해 보다 합리적인 선택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타투 시술이 불법인 탓에 세계 타투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내 유명 타투이스트들은 단속과 신고를 피해 숨어야 하는 실정이다.

김 지회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타투이스트 중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라며 “국내 타투이스트는 한국을 벗어나면 찬사를 받는 아티스트지만 귀국할 때는 캐리어에 들어있는 타투 머신과 잉크가 통관에 걸릴까 노심초사하는 범법자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타투이스트는 소비자로부터 협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타투 시술이 불법인 것을 악용해 시술을 받은 후 도리어 돈을 요구하거나 응하지 않으면 신고를 하겠다며 협박을 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타투 시술은 인체에 그림을 그려넣는 작업으로 의료 행위와 달리 예술적 감각이 필요하다.(사진=김도윤씨 제공)


타투 불법화는 성장하는 타투 시장 억누르는 장애물

타투 합법화에 대한 미진한 움직임이 성장하는 타투 시장을 억누르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지회장은 “서울은 가장 주목받는 타투 문화의 중심지이지만 변변한 타투 컨벤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타투용품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의료기기로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정식 과정을 통해 한국으로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타투 합법화가 "타투이스트들이 숨어서 일구어낸 타투 문화의 황금기를 부흥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규모로 성장한 타투 시장의 결실이 사회적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게끔 시대에 발맞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투 합법화를 통해 시술자와 소비자 모두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지회장은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면서 “타투를 합법화할 경우 시술 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이나 의료적 사고를 대비해 안전 관리 교육을 시행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의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투유니온 "소비자의 안전과 타투이스트의 권리 동시에 추구할 것"

타투유니온은 현재 참여연대, 문화연대, 민변 등과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간담회를 여러 차례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변화한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는 타투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을 위한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녹색병원과 함께 안전한 타투 시술을 위한 ‘위생 및 감염관리 가이드’도 제작 중에 있다.

김 지회장은 “감염관리 가이드 제작을 통해 시술의 위험성이 더는 타투 합법화의 발목을 잡는 약점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타투 문화 인식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이다. 그는 “타투에 무관심한 이들이나 고령층 등은 아직도 타투에 대해 ‘험한 문화’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국내 타투이스트들의 타투 작품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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