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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보다 실업급여가 편하죠"…일터 돌아가지 않는 청년들

“일해서 버는 것보다 실업급여가 낫죠.”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는 구직급여 중독에 빠져 재취업 의욕이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업장 인테리어 공사를 하던 정지훈(29·가명)씨는 실직 후 구직급여를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정씨는 “처음에는 일을 쉬다보니 몸도 찌뿌둥하고 빨리 다시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듣다 보니 교육 강의 듣고 문제 몇 개만 풀면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받을 수 있을 만큼 받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실직자가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고용보험기금을 이용한 실업급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구직을 독려하는 구직급여를 비롯해 상병·훈련연장·개별연장·특별연장·취업촉진수당으로 구성됐다. 특히 구직급여의 경우 재취업을 위해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는 자에게 지급한다는 취지를 지녔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수급 설명회장 (사진=이데일리)


횟수 제한 없이 신청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는 이도 있다. 이직일 이전 18개월 간 피보험단위 기간이 180일 이상이고 마지막 근무지에서 비자발적 퇴직일 경우에 해당하면 계속 신청할 수 있기 때문.

한정원(31·가명)씨는 실업급여 요건을 맞추기 위해 단기 일자리만 찾는다. 한 씨는 “7~8개월 반짝 일하고 실업급여를 받으면 된다”며 “1년 중 절반은 일하고 나머지 기간은 수당을 받아 편하다”고 말했다.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32천명 증가청년층 증가폭 두드러져

실제 지난 5월 발표된 ‘2020년 4월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2만9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만2000명 증가했다. 특히 모든 성별과 연령대에서 증가한 가운데 청년층도 증가세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 통계에 따르면 29세 이하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2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했다. 30세 이상은 2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 증가했다.

실업급여 중독·태만 방지하고자 정부 보완책효과는 미비

고용보험 가입 기간 180일 이상이라는 비교적 용이한 수급요건으로 수급자들의 태만이 발생하는 가운데 정부는 이를 방지하고자 취업 독려 정책을 시행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로 조기재취업수당이 있다. 구직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소정 급여일수를 2분의 1 이상 남기고 단절 기간 없이 12개월 이상 고용될 경우 지급된다.

하지만 구직급여의 경우 횟수 제한 없이 신청할 수 있다는 점과 비교적 짧은 기간만 근무해도 수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취업 후 1년 뒤부터 받을 수 있는 조기재취업수당에 눈을 돌리지 않는 경우도 쉽게 발견된다.

영화관에서 근무하다 계약만료로 퇴사한 최영현(26·가명)씨. 최씨는 “12개월 만근해서 5~6개월 정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구직급여를 절반 이상 포기하고 조기재취업수당을 받는 것보다 구직급여를 꽉 채워 받는 게 낫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구직급여를 다 받고 나서도 7~8개월 정도만 더 일하면 또다시 요건이 채워지는 건데 1년 이상을 일해야 하는 조기재취업수당보다 훨씬 쉽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0년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 운영 계획’에 따르면 2019년 1~10월 수급 중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의 비율은 26.6%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8년(28.9%) 대비 2.3% 포인트 낮은 수치로 구직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은 2016년 31.1%, 2017년 29.9%로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다.

코로나19 경제 악화 속 고용보험기금 고갈 직전청년들에 부메랑 돼 돌아올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미증유의 경제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업급여 중독이 청년들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충격이 반영된 지난 4월 고용상태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고용보험기금이 전액 고갈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 4일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업급여 재정소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4월 고용상태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수급자는 18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 경우 실업급여 지급액은 12조6000억원으로 집계돼 3조5000억원 정도 남을 것으로 추산된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이 전액 소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지난 3일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 실업급여 지급을 위한 약 3조4000억원을 반영했다. 실업급여 신청 급증과 고용보험기금 기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올해 구직급여 예산은 본예산에 편성된 9조5158억원이었으나 이번 3차 추경에 3조3938억원을 추가 투입해 역대 최대 규모인 12조 9096억원으로 증액된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실업급여 제도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 지속적 제도 시행을 위해 고용보험금 인상도 불가피 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스냅타임 박솔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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