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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인사회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 두고 시선 엇갈려

지난달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폭력으로 숨진 이후 미국 곳곳에서 일어난 항의 시위에 대해 현지 교민들의 반응이 나뉘고 있다.

이번 시위가 흑인을 비롯한 유색 인종 차별을 철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과 흑인이 아시안에게 인종차별을 답습하는 점, 한인 상점을 약탈한 점을 이유로 시위를 응원할 수 없다는 반응이 공존하고 있는 것.

실제로 지난 6일 미국 LA 코리아타운에서는 재미교포들이 주도하는 흑인 인권운동 지지 집회가 열렸다. 코리아타운 내 윌셔 파크 플레이스 잔디 광장에 주민 800여명이 모여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며 인종차별 철폐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150개 한인 상점에서 시위로 인해 약탈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공관에 접수됐다. 또 조지 플로이드 추모 연설문에 흑인, 백인, 라티노(라틴아메리칸) 등은 언급했지만 동아시아계 아시안은 언급되지 않은 점이 한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 내 윌셔파크 플레이스 잔디 광장에서 'BLM(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을 지지하는 아시안·태평양 주민 모임' 항의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흑인 사망 항의 시위, 인종차별 개선 계기 될 것"

이번 시위를 둘러싸고 교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미국 보스턴에서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송철민(33·가명)씨는 이번 시위가 인종차별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했다.

송씨는 “미국에서 흑인 인권운동에 관한 이슈는 전반적인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됐다”면서 “이번 흑인 사망 항의 시위도 소수 민족에 대한 경찰 공권력의 차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1954년까지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를 규정한 ‘짐 크로우 법’을 시행했다. 이 법에 대한 반감은 흑인민권운동으로 이어졌고 1964년 인종·민족·국가·여성의 차별을 금지한 연방 민권법을 제정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보스턴의 컨설팅 회사에 재직 중인 김정희(25·가명)씨는 이에 대해 "흑인이 아시안을 향해 ‘니하오 칭챙총’이라며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하는 일도 있지만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은 조롱 그 이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씨는 “시위의 본질이 누가 더 차별 받았느냐를 따지는 인종 간의 대립이 아니라 인종 차별 철폐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흑인은 아시안 차별하고 약탈도 하는데?

반면 미국 콜로라도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석형(44·가명)씨는 이번 항의 시위가 평화 시위와는 거리가 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씨는 “경찰에 대한 분노, 흑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은 공감한다"면서도 "인종차별 시위를 가장한 (흑인들의 무차별한) 약탈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약탈을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 표현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위에 연대할 수 없는 이유로 미국 사회에서 흑인도 아시아인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씨는 “미국에서 오래 살았거나 흑인을 상대로 자영업을 해 본 아시안 중 차별을 당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사업을 하면서 흑인들에게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갑질, 인종차별, 무시 등을 당했던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한인 커뮤니티 카페에도 시위의 불똥이 한인 사회에 튈까 조심하는 분위기라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게시된 글에서 글쓴이는 “이미 약탈당한 한인 상점이 많은 상황에서 자영업 업주들은 자신의 일터를 잃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인도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의 대상이지만 그보다 폭동과 약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큰 문제”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미국 보스턴에서 포스닥(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서정준(35·가명)씨는 유학생이나 회사원은 시위에 의한 위협을 느끼지 않지만 자영업자의 경우 생업이 위협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일 보도되는 한인 상점에 대한 방화, 침입, 약탈 등이 이국 땅에서 돈을 벌고 가정을 보호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거부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할리우드에서 '흑인 사망' 시위가 벌어지던 중 주방위군이 인종차별 항의에 동참하는 뜻에서 '한쪽 무릎 꿇기'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에서도 시위 바라보는 시선 엇갈려

한편 한국에서도 흑인 사망 항의 시위에 대한 여론에 응원과 비판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서울 명동에서 조지 플로이드를 향한 추모 행진이 이어졌다. 100여명의 참가자는  검은색 옷을 입고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피켓을 든 채 서울 명동에서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침묵 행진을 했다.

그러나 온라인을 중심으로는 흑인 시위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소수 인종 중에서도 아시안이 더 큰 차별대상이라는 인식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내 인종 비율에서 아시안은 7%로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월 한 흑인이 한국인 할머니에게 ‘코로나 덩어리’라고 말하며 손소독제를 뿌리면서 웃는 영상을 SNS에 게시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금 아시안이 흑인 지지하면 호구나 다름 없다”, “어차피 흑인 지지해줘봐야 그들은 아시안 차별한다” 등의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5일 래퍼 도넛맨은 자신의 SNS에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동양인도 차별받는 인종”이라면서 자신을 지적한 해외 팬의 댓글에는 “코로나19가 처음 미국에 퍼질 때 아시안 차별하고 병균 덩어리 취급하더니 왜 이제 와서 우리의 지지를 요구하느냐”고 답변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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