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n번방' 처벌 강화 움직임에 성범죄 지식 공유 카페에 몰리는 '그놈들'

“음란물인지 모르고 구매했는데 받은 영상에 ‘박사방’이라고 써있었어요”

지난달 성범죄 수사지식 공유 커뮤니티인 '성전카페'(성범죄 전문지식 공유 카페)에 올라온 글 중 일부다. 작성자는 “아무 생각 없이 계좌이체로 송금해서 걸린 것 같다”며 “공무원의 꿈을 꾸고 있는데 n번방 처벌이 강화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공부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최근 '박사방', 'n번방' 등 성착취 동영상을 공유한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유사 사례에 대한 처벌이 두려운 소위 '그놈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몰리고 있다.

성전카페는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감형 노하우‧경찰 조사 후기‧판례 등을 공유하는 것으로 유명해졌다. 또한 이 카페는 법무법인·심리상담소와 제휴를 맺고 카페 회원들에게 법률·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이 카페의 회원 수는 2만 7000여명에 달한다.

최근 이 카페에 텔레그램‧디스코드(게임 채팅 앱) 내 음란물 구매와 관련된 회원들의 문의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번방‧박사방에서 성착취물을 구매해 경찰 조사를 받은 후기부터 디스코드 내에서 무료 성착취물을 다운받은 뒤 불안감에 떠는 글까지 내용 역시 다양하다.

심지어 n번방 관련 사안만을 다루는 파생카페가 생겼을 정도다. 이러한 행태에 대해 전문가는 "불안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안해 잠 못 드는 그놈들호기심에 성착취물 구매했는데

“스님 때문에 미치겠네요”

스님으로부터 성착취물을 구입한 회원 A씨는 “아직 경찰조사 전이지만 불안해 피눈물이 나는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뉴스에 나온 그 승려냐”는 댓글이 이어졌다. 해당 글 속 ‘스님’을 지난 4월 성착취 영상물을 공유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승려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3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거된 이후 성전카페에는 텔레그램‧디스코드 등을 통해 영상물을 구매하거나 공유한 카페 회원들의 글이 현재까지 빗발치고 있다.

정보 공유를 위한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회원 B씨는 박사방에서 성착취물을 구매한 후 경찰로부터 1차 조사 및 압수수색을 받았다. B씨의 글에 수십개의 질문이 쏟아졌다. B씨는 박사방에 들어가게 된 경위‧압수수색 당시 분위기 등을 회원들과 공유했다.

텔레그램 등에서 성착취물을 구매한 카페 회원들이 사건 경위 등의 정보를 회원들과 공유했다. (사진=A카페 캡쳐)


향후 처벌 수위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졌다.

또 다른 회원 C씨는 “텔레그램에서 문화상품권으로 3만원을 결제해 영상을 구매했다”며 “구매 당시에는 n번방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C씨는 자신의 사례가 기소유예 처벌이 가능한지가 가장 궁금했던 것.

그러자 한 회원은 댓글을 통해 “온라인 문화상품권으로 결제했으면 못해도 벌금형은 내려질 것”이라면서도 “기소유예는 갖고 있는 영상의 수가 적으면 해 볼만 할 것”이라며 C씨를 격려했다.

C씨를 격려하는 이는 또 있었다. 바로 카페 운영진들이다.

운영진들은 회원들이 카페와 제휴를 맺은 심리상담소·법무법인으로부터 상담 서비스를 받도록 적극 권장했다. 카페 스탭 D씨는 "카페 변호사님은 검증됐기 때문에 본디 유죄일지라도 기소유예 처분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댓글을 남겼다.

현재 성전카페에서는 법무법인·심리상담소와 제휴를 맺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경찰 조사에 들어간 사건의 가해자의 경우 '검증 회원'의 자격을 부여해 반성문·탄원서 등 양형자료 (형벌의 정도를 결정하는데 참고가 될 자료)와 불기소결정·검사 항소 기각 등에 사용됐던 변호인의견서를 제공한다.

성전카페와 제휴를 맺고 있는 법무법인 조우의 관계자는 "최근 n번방과 관련된 법률상담 신청이 많이 들어왔다"면서도 "우리는 법률서비스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성전카페 운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전카페의 운영자는 "카페는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하나의 커뮤니티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n번방 관련 문의글이 폭증하자 성전카페는 'N번방 파생카페'를 개설했다 (사진=카페 캡쳐)


불특정다수의 회원이 몰려들자 A카페는 아예 ‘n번방 파생카페’를 만들었다. 경찰조사는 받지 않았으나 ‘경찰의 연락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회원들이 이곳으로 모였다.

이 카페의 회원들은 아예 총정리 글을 작성해 텔레그램‧디스코드 등 플랫폼 별 경찰 조사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의 글쓴이는 “디스코드 내에서 유료로 음란물을 다운 받았어도 안 잡힐 가능성은 80%다”고 단언했다.

디스코드 내 ‘무료방’에서 음란물을 다운받거나 공유한 회원들의 걱정도 이어졌다. 그러자 이 카페 회원 E씨는 “무료방 회원들은 금융 기록이 남지도 않는데 왜 자수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냐”며 “너희들만 조용하면 아무 문제없다”고 다른 회원들을 격려했다.

성착취물을 구매한 카페 회원들 중 일부는 경찰 조사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사진=카페 캡쳐)


"도덕적 비난 가능성은 높지만 무작정 제재할 근거 없어"

전문가들은 성범죄 가해자들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불안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형사처벌의 수위가 높아질 것을 걱정한 가해자들이 서로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불안심리를 낮추려고 커뮤니티 등에 모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카페가 법무법인·심리상담소와 제휴를 맺고 가해자의 양형자료 제작을 돕는 행위에 대해 "도덕적인 측면에서의 비난 가능성은 매우 높다"면서도 "변호사는 피고인을 방어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같은 행위를 무조건 제재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양형자료 제작에 있어 일련의 영업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진정한 반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법원 측에 인지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