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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우리는 벌금 500만원, 해외는 무죄?”

사실 말해도 처벌받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존폐 논란... 해외는 폐지 추세
전문가 “규정 개정·인터넷 댓글 문화 개선 모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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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존폐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디지털 교도소나 배드파더스 등의 웹사이트에서 개인의 신상정보를 웹사이트에 게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행위와 관련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앞서 지난 2018년 ‘미투(Me too)운동’ 당시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에게 되레 가해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미투 운동의 ‘족쇄’로 불려진 바 있다.

반면 외국의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거나 규정이 있어도 진실이 입증될 경우 무죄를 선고하는 추세다. 법률 전문가들은 “규정 개정과 온라인의 성숙한 댓글 문화 개선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실을 말해도 처벌받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현행 형법에 따르면 허위가 아닌 객관적 사실이더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을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이때 형법 제307조 1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다만 위법성 조각사유로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 (공익성)’에 관한 때에는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정부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5월 UN 측에 제출한 ‘유엔 자유권규약 제5차 국가보고서 초안’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전과·성적지향 등의 적시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해 일상·사회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로 피해자 사생활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피해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릴 경우에도 그자체로 피해를 가한 상대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지난 2018년 미투운동 당시 미투 가해자가 되레 피해자를 명예훼손죄로 맞고소하는 사례가 빗발쳤다.

칼럼니스트 은하선씨가 과거 음악 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상대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사례가 대표적. 은씨는 지난해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규정 탓에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 폭로를 망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위법성 조각사유인 ‘공익성’ 역시 법원의 판단 기준이 애매해 피해자가 명예훼손죄의 가회자로 변질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고소를 당한 배드파더스 운영자 구씨는 지난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배드파더스 캡쳐)

 

해외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비범죄화가 대세

해외의 경우는 다르다. 대다수의 국가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처벌을 집행하는 나라는 더욱이 손에 꼽힐 정도다.

독일의 경우 타인을 비방하거나 충분한 사실을 전파한 자는 진술이 진실임을 증명할 수 없을 때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진실한 사실일 경우 처벌 받지 않는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역시 피고소인의 진술이 진실한 것이라고 입증될 경우 무죄가 성립된다.

미국은 대부분의 명예훼손행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고 있다. 형법상 처벌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만 20세기 이후 형사문제가 된 경우는 없다. 대개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는 한국과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5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익성’을 위법성 조각사유로 인정한다. 하지만 공익성에 관한 사안일 경우 진술의 진실 여부가 증명될 때 이를 처벌하지 않는다.

해외의 ‘비범죄화’ 흐름에 대해 윤 연구위원은 “해외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형사법 규정에 명예훼손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거나 있더라도 징역형을 없애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규정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라며 “또 우리나라와 달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범죄 피해자나 그 밖의 법률에서 정한 사람이 고소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로 규정해 고소 전까지는 유포된 사실을 공공의 이익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성범죄자 등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 디지털 교도소에 대해 경찰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디지털교도소 캡쳐)

 

“규정 개정·인터넷 댓글 문화 개선 모두 필요

전문가들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규정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헌법 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데 하위법인 형법에서 이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규정’은 명예 보호와 표현의 자유, 어떤 쪽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작용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는 사실적시만으로 범죄의 구성요건이 되기 때문에 ‘명예보호’ 쪽에 치우쳤다”고 설명했다.

손형섭 경성대 법정대학 교수는 “사실의 진실 입증이 이뤄질 경우 처벌하지 않는 독일의 사례처럼 국내에도 진실면책을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인터넷 댓글 문화의 개선 역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와 달리 첨단화된 국내의 댓글 시스템 때문에 인터넷상 명예훼손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온라인 혐오표현을 근절하는 등의 댓글 문화 개선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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