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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여군복, 섹시 간호사복...“내 유니폼 성적 대상화가 싫어요”

5년 차 간호사 지연수(29·가명)씨는 최근 남자친구와 이별을 맞았다. 남자친구로부터 너 간호사니까 날 위해 간호사 이벤트복 한 번 입어주면 안되겠느냐라고 부탁을 받았던 것. A씨는 남자친구마저 자신의 직업을 성적대상화하는 것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전했다.

최근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Aero K)항공이 성적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유니폼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에어로케이 여성 객실 승무원의 유니폼은 기존 항공사의 유니폼처럼 여성성에 대한 외형적 특징을 강조한 디자인이 아닌 실용성에 포커스를 맞췄다.

꽉 끼는 스커트와 힐을 착용하는 대신 통기성이 좋은 맨투맨, 바지와 인체공학적 운동화를 선택한 것. 고정관념을 깨는 이 유니폼은 외형적 '아름다움'이 아닌 '안전'이라는 승무원의 본질에 맞는 유니폼을 제작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에어로케이항공이 공개한 운항·객실 승무원 유니폼.(사진=에어로케이항공 제공)


특정 직군 여성 유니폼 선정적으로 변형·판매 성행

변화에도 불구하고 간호사, 경찰, 승무원 등 특정 여성 종사자의 유니폼 변형·판매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유니폼의 선정적인 변형이 특정 직업군을 성적 대상화하고 성적으로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게끔 유도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간호사복’을 검색하면 ‘섹시 간호사 코스프레’ 의상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판매 의상은 자켓, 바지 등 일반적인 간호사 유니폼과 달리 노출 있는 상의와 짧은 치마 등 선정적으로 변형된 형태의 유니폼이다.

‘여경 유니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경찰복은 남성용과 여성용의 디자인 차이가 거의 없는 젠더리스 유니폼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여성용 경찰복의 유니폼을 노출이 심한 형태로 변형해 판매하고 있다. 이외에 ‘여군 이벤트’, ‘승무원 유니폼’ 등을 검색했을 때도 동일한 형식으로 변형된 의상들을 볼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간호사복'을 쳤을 때 선정적으로 변형된 유니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당 직군 종사자 "유니폼 성적대상화는 직업 가치 깎아내려"

이렇듯 특정 직업군의 여성 유니폼이 선정적으로 변형돼 판매되는 것에 대해 현직자들은 ‘성적 대상화’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3년 차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성지원(26·가명)씨는 간호사 이벤트 복이 직업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씨는 “병원을 와보면 알겠지만 간호사들은 긴 시간 서서 일을 해야 하기에 편한 상의와 바지를 입고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변형된 유니폼은 이와 전혀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성씨의 지인 간호사 A씨는 "지인들이 간호사 코스프레 의상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고 '이게 너네 근무복이냐'며 장난을 당하기도 했다. 성씨는 “현직 간호사들끼리도 그러한 유니폼 코스튬플레이가 간호사의 사회적 인식을 깎아내리는 것에 일조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불만을 표했다.

2년 차 순경으로 근무중인 박진경(27·가명)씨도 여경 이벤트 복에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박씨는 “여경의 유니폼을 선정적으로 변형해 판매하는 것 자체가 여자 경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면서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업무를 하는 만큼 성적 대상화가 아닌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간호사 유니폼을 선정적으로 변형한 유니폼을 입고 촬영한 맥심 코리아에 현직 간호사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사진=간호학과,간호사 대나무숲 캡쳐)


판매만으로 처벌 어려워...사회적 공론화 유도는 필요

지난 2017년에는 남성 잡지 ‘맥심코리아’가 특정 직업군에 대한 성적 대상화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맥심은 당시 유튜브를 통해 미스 맥심 콘테스트 파이널 진출자 4명의 영상을 공개했다. 4명 중 2명이 경찰과 간호사 유니폼을 선정적으로 변형한 영상을 입은 채 촬영해 논란이 됐다.

당시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서는 “간호사를 본인들의 페티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 것이냐?”라면서 “누군가 정말 노력해서 얻은 자랑스러운 직업으로 성적대상화 좀 그만해달라”는 의견이 게시됐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는 변형 유니폼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견해다.

밝은빛 법률사무소 조세희 변호사는 “유니폼을 선정적으로 변형해 판매한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자를 입증할 수 없어 판매 자체로는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직업군의 단체들이 고소 등으로 사회적 공론화를 유도할 수는 있다.

조 변호사는 “특정 직업군을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 희화화하는 변형 유니폼을 판매할 경우 간호사협회 등 해당 직능단체에서 고소하는 등의 움직임은 가능하다”면서 “법적인 처벌가능성을 논하기 이전에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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