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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선 인기인 여성안심귀가서비스, 수원·광명에선 폐지...왜?

지난 15일 대전에서 한 남성이 한밤중 귀가하는 여성을 10여 분간 따라가 주거지에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서울 지하철 7호선 남성역에서 한 남성이 여성의 집 앞까지 따라가 현관문을 두드리며 위협한 일이 있는 등 여성들의 밤 귀가길은 늘 위험에 도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늦은 밤 집에 귀가해야 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집까지 안전하게 동행해주는 경호원을 원한다. 어둡고 인적이 드문 길을 이용하는 여성은 더욱 그렇다.

밤 귀갓길에 두려움을 느끼는 여성들을 위해 서울시는 ‘여성 안심귀가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는 평일 밤늦게 귀가해야 할 때 지정 장소 도착 30분 전에 신청하면 2인 1조의 여성 스카우트(귀가 도우미)가 집 앞까지 동행해주는 서비스다.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은 ‘안심이’ 앱을 이용해 월요일 밤 10시~자정까지, 화~금요일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안심귀가 스카우트를 신청할 수 있다.

27일 밤 10시 기자가 '안심이'앱을 통해 스카우트를 신청하자 중년 여성 2명의 스카우트가 귀갓길에 동행했다.(사진=이다솜 인턴기자)


신청 30분도 안돼 스카우트가 마중

지난 27일 밤 10시 기자가 직접 귀갓길 동행을 요청하기 위해 서비스를 신청했다.

‘안심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도착 30분 전에 스카우트를 요청하면 지정된 장소에서 2인 1조의 스카우트를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신청한지 30분이 채 안돼 중년 여성 2명의 스카우트가 노란 조끼를 입고 빛을 내는 경광봉을 든 채로 기자를 맞이했다.

이들은 평소에는 어둡고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중심으로 순찰을 하다 호출을 받으면 지정 장소로 향해 여성의 귀가를 돕는다.

동행한 스카우트에 따르면 이용하는 사람은 젊은 여성이 대다수이지만, 서비스를 알게 된 중년의 여성들도 이용하고 있었다. 스카우트 A씨는 “한 번 이용 후 서비스에 만족해 낯이 익을 정도로 재차 이용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순찰을 하다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걷고 있는 여성이 보이면 ‘집까지 같이 가드릴까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먼저 서비스를 제안해도 듣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그럴 때는 여성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뒤에서 경광봉을 들고 말없이 동행해주기도 한다고 스카우트는 전했다.

기자 역시 혼자 집에 갈 때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며 걷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한 날은 달랐다.

어두운 길을 동행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귀갓길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밤에 혼자 귀가해야하는 날이 있다면 종종 이용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스카우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졌다.

서울시 안심귀가서비스의 수요 증가에 따라 해마다 소요예산이 증가하고 있다.(사진=서울시 제공)


2013년보다 10배 증가한 수요...예산·스카우트 수도

늦은 밤 귀가하는 여성의 안전한 귀가지원을 돕는 ‘여성 안심귀가서비스’는 서울시에서 지난 2013년 6월 시작해 현재까지 지속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약 3만1000여건이었던 귀가지원 건수는 작년 한 해 약 35만 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이용자의 지속 증가에 따라 관련 예산도 2018년 44억7900만원, 2019년 48억6700만원, 2020년 56억9100만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여성들의 귀가지원을 돕는 스카우트의 수도 17년 443명, 19년 452명, 20년 500명으로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스카우트의 고용 확대는 여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자치구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수혜 대상이 여성임을 고려해 전체선발인원의 70%이상을 여성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업자’ 또는 ‘정기소득이 없는 일용직 근로자’라는 지원조건이 있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중년 여성들이 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스카우트 A씨는 “우리 같은 아줌마들은 어디 가서 일자리를 구하기 마땅치 않다”면서 “꾸준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원·광명은 실적 저조로 종료...보완책은 한계 보여

귀가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장점 탓에 서울시에서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맞고 있는 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다.  투입 예산 대비 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경기도 수원시는 여성 안심 귀가 사업에 2016년부터 3년간 매년 1억9600만원을 투입했지만, 이용 건수는 하루 평균 4건에 그쳐 지난해 결국 해당 서비스를 폐지했다. 경기도 광명시도 2019년도 예산심의과정에서 관련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돼 사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 이를 대체할만한 보완책이 안전한 환경 조성 등 간접적인 정책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수원시는 귀가를 동행하는 서비스 대신 특정 시간대·지역을 집중적으로 순찰하는 탄력순찰제나 CCTV 설치 등의 환경 정비 사업을 선택했다.

광명시도 서비스 종료 이후 경기도에서 시행하는 ‘안전 귀가서비스’로 대체했다. 안전 귀가서비스는 늦은 밤 귀가 시 앱을 실행하면, 범죄 등의 위급사항 발생 시 CCTV 통합관제센터와 경찰서가 연계해 현장출동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반면 동일한 경기도권인 고양시는 2014년 시작한 동행 안심귀가서비스를 현재까지 지속 시행하고 있다. 여성 대상 강력범죄를 사전에 예방해 여성의 야간 보행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고려하면 두 지자체는 환경 조성과 CCTV 감시 등 간접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현재는 귀갓길 동행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은 없다”면서 “안심망을 확대 설치해서 안전한 귀갓길을 조성하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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