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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만 소믈리에가 있나? 차(茶)에도 소믈리에가 있다!"

'소믈리에' 라고 하면 흔히 와인 맛을 감별하고 추천하는 사람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최근에는 각종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뿐만 아니라 물, 차(茶) 등 서비스하는 음료에 따라 워터 소믈리에, 티 소믈리에 등 다양한 소믈리에들이 등장하고 있다.

스냅타임은 많은 차의 종류를 이해하고, 고객에게 어울리는 차를 추천해주는 이색직업 ‘티 소믈리에’로 재직 중인 이주현씨를 만났다.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대외협력실 실장으로 재직 중인 이주현 티 소믈리에.(사진=신현지 인턴기자)


우연히 마신 홍차 한 잔이 진로 바꿔

이씨는 국내 최초 티 소믈리에 양성소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의 대외협력실장으로 재직중인 10년 차 '베테랑' 티 소믈리에다.

그는 티 소믈리에가 되기 전까지 16년 동안 언더그라운드에서 노래하던 가수였다. 평소 카페인에 약해 커피를 하루 1잔밖에 마시지 못하던 그는 지인의 권유로 우연히 터키식 홍차인 ‘차이’를 마시게 됐다.

처음 마셔보는 색다른 차의 맛에 매력에 푹 빠진 그는 그 길로 차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단순히 공부를 넘어 차 분야 전문가인 티 소믈리에로 진로를 결정한 것.

이씨는 “배우면 배울수록 더 다양한 맛과 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차를 공부하고 직업으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5미(味) 느끼고 표현하려면 다양한 경험 필수

티소믈리에 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티 소믈리에라는 직업을 정착시키고, 교육 과정을 만들어낸 티 관련 교육 연구기관이다. 바리스타라는 커피 제조 전문가를 본격 양성하면서 커피 산업이 급성장한 것을 보고 티 산업에도 접목시킨 셈이다. 이씨는 현재 이곳에서 한국 내 티 소믈리에를 양성하는 강사로 일하고 있다.

티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민간 자격증인 티 소믈리에 1·2급을 취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원에서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고 자격증 시험에 응시해야 한다.

티 소믈리에 1급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차에 대한 이론적 이해와 마시고 분별하는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

이씨는 "당락을 가르는 실기 시험에서는 차를 시향·시음한 뒤 차의 원산지와 재배지까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백차, 홍차, 황차 등 6가지 차 종류를 세분화해 공부할 필요가 있고 찻잎이 말라 있을 때, 젖어있을 때, 우려냈을 때의 맛을 전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격 과정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맛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경험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어떤 홍차에서 '맛있다', '달다', '쓰다'라는 일반적인 표현보다는 '취나물 향', '참숯 향'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후일 맛을 기억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 실제로 향에 예민한 고연령대가 차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습득이 빠르다고 이 실장은 전했다.

그는 “티 소믈리에가 차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이해가 있어야 하는 만큼 다양한 문화권에서 생산되는 차에 대한 이해력이 필요하다”면서 “카페나 티 전문점에서 일을 해보는 경험이 많이 도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에서 블렌딩과정 수강생들이 우려낸 차를 시음하고 있다.(사진=이다솜 인턴기자)


창업부터 제약·식품회사까지 자격증 취득 후 선택 폭 넓어

티 소믈리에는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이씨가 꼽는 티 소믈리에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우선 티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는 이들 중에는 자신의 티 전문점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자신만의 차를 브랜드화하고 이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티 전문점을 창업한다.

그뿐만 아니라 차를 올바르게 우려내고, 맛을 감별하는 법을 가르치는 강사로 진출하는 예도 많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는 유명 티 소믈리에들이 원데이 클래스를 열어 사람들에게 차를 널리 알리는 중이다.

최근에는 호텔, 제약 회사 등도 식음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이들 업종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다수 있다. 실제로 티소믈리에 연구원은 광동제약과 협업을 통해 음료를 만들기도 했다.

다양한 진로 때문에 티 소믈리에가 되고자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연령대도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10대는 자격증을 취득한 뒤 호텔경영, 식음료경영 등 관련 전공을 수강해 전문가를 꿈꾸고, 60대는 은퇴 후 카페 등을 통해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수강생 중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차를 배우러 와 관련 학과로 진학한 대학생도 있고 창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꿈꾸는 60대도 있다고 이 실장은 전했다.

다만 아직 국내 차 산업 시장이 작다는 점을 직업적 단점으로 꼽았다.

이씨는 "연구원이 생긴 지 약 10년밖에 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도 가파르지는 않다"면서 "한국에는 '커피'라는 선호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음료가 지배하고 있는 탓에 차가 빠른 성장을 이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씨는 차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높이려 유튜버로 나섰다.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유튜브에서 이 실장은 '홍차언니'라는 닉네임으로 △말차시럽 만들기 △보이차 언박싱 등 다양한 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이 실장은 “대중에게 차, 티 소믈리에 등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쉽고 재미있는 영상을 선보일 것"이라며 "영상을 통해 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고 차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다"며 바람을 전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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