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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서 다친 것도 서러운데”… 두 번 우는 CRPS 환자

정부,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판정기준 강화
일부 CRPS환자 등급 하향조정으로 국가유공자서 배제 우려
의료계 "CRPS 특성 배제한 것...진단기준에 기능적 요소 감안 필요"
보훈처 "대한의학회 자문 통해 진단기준 마련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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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에 거주하는 홍모(26)씨는 지난 2015년 6월 군 입대 후 유격훈련을 받던 도중 무릎 부상으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가 됐다. CRPS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을 수반하는 희소 질환이다.

홍씨의 상이등급은 가장 낮은 수준인 7급이다.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인 홍씨는 국가유공자 예우법을 적용받는 사람이 다친 정도를 분류하는 ‘상이등급 조정’ 소송을 준비 중이지만 등급 상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관련 법 개정으로 상이등급을 결정하는 진단기준이 턱없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엄격한 진단기준…보훈대상자·국가유공자 취소 위기

군 복무중 부상을 입어 CRPS 질환을 갖게 된 환자들의 상이등급을 결정하는 신체검사  기준이 장애 유무를 판단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CRPS 환자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인한 상이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11개 진단기준 가운데 8개 이상(국가유공자·보훈대상자 6급의 경우)이 확인돼야 한다. 체열검사·단순방사선 검사·골스캔검사에서도 모두 이상소견이 확인돼야 한다.

7급의 경우는 진단기준 11개 중 6개 이상이 확인돼야 하고 체열·단순방사선·골스캔검사 중 1개 이상에서 이상소견이 확인돼야 지정된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진단기준은 피부 상태, 부종, 근 위축여부, 손발톱과 모발의 변화, 골다공증과 관절운동 범위 등 총 11개이다.

시행령 개정 이전(2020 2월)에는 6급의 경우 골다공증·관절 구축·근위축과 같은 소견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지정이 됐다. 7급도 ‘복합성 부위 통증 증후군에 해당하는 이학적 소견 및 객관적 검사 소견에서 이상 소견이 관찰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옛 시행령은 모호한 기준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해진 진단기준을 정한 개정 시행령으로 CRPS 상이등급 판정을 받았던 기존 대상자들도 대거 지정 취소 위기에 몰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

홍씨의 경우 개정 이전 기준으로는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7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상이등급 조정 소송을 할 경우 높아진 진단기준 때문에 오히려 등급 미달 판정을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막대한 소송비용을 감내하면서 상이등급을 지정받은 보훈대상자·국가유공자들이 높아진 진단기준으로 다시 직권재판정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상이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은 최초 판정일 이후 3년 이내에 1회 직권재판정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 경우 과거에 6급을 받은 사람도 7급으로 하향 조정돼 기존에 받던 혜택마저도 줄어들거나 심지어 등급 외 판정으로 보훈대상자·국가유공자 자격마저도 박탈될 가능성이 발생 할 수 있다.

군에서 발목을 다쳐 CRPS 판정을 받은 강모(28)씨의 어머니 김미자(54)씨는 “국가를 위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다 다치고 소송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힘겹게 인정받은 등급”이라며 “높아진 기준으로 신체검사를 다시 받아서 (등급)미달 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전했다.

총검술 훈련 도중 발등을 다쳐 CRPS 환자가 된 이모(38)씨도 “CRPS라는 게 완치될 수 없는 희소병이라 치료에 따라 완화되기하고, 악화하기도 하는데 바뀐 진단기준으로 다시 직권재판정을 받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상수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는 “개정된 시행령은 신체검사 진단기준을 너무 까다롭게 만들어놨다”며 “모양만 갖췄을 뿐 실제로는 CRPS 환자들을 전부 부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전문가 “CRPS 특수성 고려하지 못한 측정기준”

전문가들은 해당 진단기준이 CRPS 질환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못한 채 설계됐다고 지적한다. 주관적 통증을 파악해야 하는 CRPS 질환의 경우 객관적인 측정뿐만 아니라 ‘기능적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능적 요소를 고려한다는 것은 각 신체 부분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기능적 요소를 고려한 진단은 장기간에 걸쳐 CRPS 환자의 실제 보행이나 일상생활의 독립 가능성, 관절 운동의 가동 범위 등을 관찰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를 평가한다.

CRPS 환자의 경우 주관적 통증에 의한 극렬한 고통을 측정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기능적 요소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료계에서 지적했다.

임재영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객관적인 기준만을 놓고 CRPS 질환을 판정하면 시간이 지나 만성화됐을 경우 환자가 기능적으로 문제가 많아도 객관적 이상소견이 나오지 않는다”며 “장애를 판정할 때 기능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최종범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군대의 진단기준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정해진 면이 있다”며 “CRPS가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는 복잡한 질환이기 때문에 진단기준 11개 중 8개 이상을 받으려면 제외되는 환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상이등급을 결정하는 진단기준은 대한의학회에 용역을 주고 자문을 받아서 만든 것”이라며 “현재 법제심사 중인 건이 하나 있다. 다른 병원에서 가져온 진단서를 어디까지 인정해줄 것인가의 기준을 두고 상급병원이면 인정한다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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