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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해도 걱정할 바에는…” 한국 떠나는 청년들의 속사정

작년 해외취업자 7천명...5년전比 4배↑
해외 취업문 좁아졌지만... "그래도 해외로 갈래요"
스펙 빵빵해도 국내서 취업 성공 보장 어려워
취업 성공해도 한국 생활 '팍팍'..."외국어 능력되면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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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미래가 없어요. 누구나 알 만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입사는 하늘의 별 따기와 같죠. 운이 좋아 취업을 한다 해도 월급만으로는 집을 살 수 없는 세상이에요. 영어만 할 수 있다면 미래가 없는 ‘헬(hell)조선’을 떠나는 게 나아요.”  

대학생 이하나씨(가명·23세)는 최근 몰타의 한 기업에 취업했다. 현재는 국내에서 비자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이씨는 “취업 고민을 덜어 속이 시원하다”며 “국내 채용시장의 한파가 하루이틀이 아닌 터라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직장을 구하지 못해 졸업유예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해외 취업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살면서 한 번이라도 경기가 호황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바늘 구멍을 뚫고 좋은 직장을 구할 자신도 없고, 운이 좋아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미래를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말을 덧붙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취업난에 지친 청년들이 ‘탈(脫)조선’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내 채용시장규모가 현저하게 줄면서 아예 해외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해외 취업문 좁아졌지만 “그래도 해외로 갈래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 종합 취업통계에 따르면 2014년 1679명이던 해외취업 청년 수는 매년 늘어 2018년 5783명, 2019년에는 6816명을 기록했다. 5년 전과 비교해 4배 넘게 늘었다.

물론 해외 채용시장 상황도 좋다고 할 수만은 없다. 코로나 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해외 기업 역시 경영 약화로 신규채용을 줄이는 추세다. 취업에 성공해도 비자발급이 지연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 해외 취업자 수는 지난 5월 기준 2229명에 그쳤다.

그럼에도 해외 취업 준비생(이하 취준생)들은 계속해서 해외취업을 타진하고 있다.

대학생 지현수씨(가명·24세)씨는 “코로나 19는 전세계적으로 1~ 2년 내에 백신이나 치료제 등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과거부터 좋지 않았던 국내 채용시장은 몇 년 안에 회복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생각해 해외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버스펙’에도 제대로 된 대우 못받아… 과도한 경쟁에 한국 떠난다 

해외 취업자 및 취준생들은 ‘탈조선’을 계획하는 이유로 일자리 부족과 극심한 경쟁을 꼽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 및 임금에 대한 기업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개사 중 절반이 올해 신규채용을 포기(19.3%)하거나 채용일정을 미룬 것(31.2%)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가뜩이나 좁은 국내기업들의 신규채용이 문이 더욱 위축된 것.

국내 취업카페인 ‘스펙업’에는 “자신의 스펙을 평가해달라”는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토익 920점인데 괜찮을까요?’, ‘컴퓨터 활용 1급, 한국사 1급인데 어떤 자격증을 더 취득할까요?’, ‘공모전 1회 입상으로는 부족한가요’ 등의 질문들이다. (사진=취업카페 ‘스펙업’ 캡쳐) 

이때문에 국내 취준생들은 자신의 스펙을 업그레이드하기 바쁘다.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스펙’을 더 채워야 국내 채용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서다.

올해 미국의 한 병원에 간호사로 들어간 김지수(가명·27세)씨는 “한국 채용시장에서는 스펙 쌓기에 열중해도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었다”며 “표면적인 스펙보다는 업무 능력 등 실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채용시장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소위 ‘오버(over) 스펙’을 가지고도 좋은 기업에 입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구구절절 자소서 NO “모든지 ‘1장’으로 정리해서 좋아”

외국 기업이 국내기업보다 입사준비에 정신적 소모가 덜하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 기업은 통상적으로 단 ‘한 장’을 이뤄진 요약 이력서와 커버레터(cover letter, 자기소개서) 그리고 추천서 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름과 연락처, 교육내역, 경력사항 등은 이력서에, 지원동기 등에 관한 이야기는 커버레터에 간략히 정리해 쓰는 게 보통이다.  모두 A4 한 장 분량이다. 자기소개서 한 문항 당1000자에서 1500자의 글을 써야하는 국내와는 다른 모습이다.

유럽의 한 기업에 취업한 윤희영(가명·27세)씨는 “해외 기업은 간결한 내용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이력서의 빈 칸을 채우기 위해 일부러 ‘스펙’ 을 쌓을 필요가 없다.  추천서를 받아야하는 노력을 제외하면 입사준비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해외 취업도 쉽지 않을 것”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에 고학력 청년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었다”며 “코로나19로 전세계 경제가 악화됐다 하더라도 국내보다 해외 취업의 경쟁이 덜 치열하다 생각해 (청년들이) ‘탈조선’을 계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전세계 고용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아 해외 취업도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대학의 한 사회학과 교수는 “백신이 나와 감염병이 안정돼도 경제회복에는 5~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국내 채용시장의 축소로 해외 취업을 준비한다 하더라도 국내 못지 않게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스냅타임 박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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