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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일상화 시대, 민낯·웃지 않을 권리를 얻다

출근을 위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던 전현진(여·27·가명)씨는 몇 달 전부터 기상 시간을 1시간 늦췄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짐에 따라 일상 생활에서 마스크를 쓰면서 화장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상황이다. 마스크 착용이 익숙해지면서 화장을 자주 하던 사람들, 서비스직 종사자 등 일상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맞은 사람들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마스크 일상화... 'NO 메이크업' 선택하는 사람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민들이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대형마트, 학원, 교회를 포함한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10명 중 9명꼴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착용률도 모든 연령대에서 90% 이상의 착용률을 보였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갈 때면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 필수가 된 세상이 된 셈이다.

이러한 변화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노(NO) 메이크업’의 생활화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수 있게 되면서 화장을 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마스크에 파운데이션 등 화장품이 묻어나 화장 자체를 꺼린다는 의견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국내외 화장품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줄어들었으며, 당기순이익도 93.1%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의 뷰티 사업부문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다.

이는 마스크의 일상적 착용으로 화장하는 이들이 줄어든 것이 화장품 업계의 매출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천진영(28·여)씨는 화장에 사용하던 시간을 줄이면서 그간 시간이 없어 생략했던 아침 식사를 챙겨 먹기 시작했다.

천씨는 “화장을 하느라 시간이 부족해 아침을 먹지 못하고 출근하던 날이 많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게 된 뒤로는 여유롭게 챙겨 먹는다”면서 “화장에 쓰던 시간을 좀 더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마스크에 묻는 것이 싫어 파운데이션 등 피부 화장을 하지 않게 되면서 맨얼굴의 편안함을 깨달은 사례도 있다.

이진희(25·여)씨는 “화장품으로 피부를 두껍게 가리느라 답답했던 예전과 달리 화장품을 덜 쓰다보니 편안하다”면서 “일상에서 수정화장을 하는 등의 시간이 줄어든 점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이야기했다.

위 사진은 작성된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제주항공 제공)


서비스직 종사자들 마스크로 '웃음 매뉴얼' 탈피

서비스직 종사자 사이에서는 마스크로 인해 ‘웃지 않을 권리’를 얻을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있다.

음식점, 호텔 등 여러 분야의 서비스직 종사자들에게는 미소 띤 얼굴로 손님을 응대해야 한다는 소위 ‘미소 매뉴얼’이 존재한다. 실제로 한 패스트푸드점은 CEO(최고경영자)가 직접 매장을 돌며 미소 매뉴얼을 지키는지 서비스를 점검할뿐만 아니라 전담팀을 구성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 2016년에는 은행 직원의 표정에 불만을 품은 고객이 "서비스직인데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 일할 때는 웃어라"라고 강요하며 소란을 피워 업무방해 및 폭행죄로 입건됐던 사례도 있다.

드럭스토어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민정희(26·가명)씨는 최근 일하면서 편안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됐다.

그는 고객 응대 매뉴얼 때문에 과거 자신에게 폭언하거나 삿대질을 하는 손님에게도 미소를 띤 얼굴로 응대해야했다. 하지만 근무시간 내 마스크 필수 착용 지침이 내려진 후 얼굴을 반쯤 가릴 수 있게 되면서 미소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민씨는 “평소 아르바이트생의 표정까지 매뉴얼로 정해놓은 것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면서 “항상 마스크를 쓰다보니 진상 손님을 만나거나 피곤해도 손님을 웃으며 응대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정아영(27·가명)씨는 대표적인 감정노동자 중 하나인 승무원이다. 승무원은 고객들의 불만제기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하다보니 밝은 미소를 띠고 응대를 하는 것이 일상이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비행기 탑승객 전원의 마스크 착용이 필수화되면서 한결 편안해졌다. 적어도 미소를 띠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환한 미소가 승무원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는 만큼 미소 응대에 대한 부담이 컸다”면서 “기내에서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면서 미소가 아닌 안전 업무에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이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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