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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부터 '포장박스'까지... "소비자 만족 위해서라면"

“TO. 사랑하는 고객님께! 안녕하세요~ 주문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맛과 양, 합리적인 가격으로 항상 만족시켜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곱창-”

야채 곱창을 배달을 시켰는데 손편지가 함께 왔다. 인기가 많은 가게인데도 손편지를 쓰다니. 이여진(24·)씨는 요즘 배달을 자주 시켜 먹는데 리뷰 이벤트가 아닌데도 이런 손편지를 주는 곳은 처음 봤다가게에서 사장님을 본 것도 아닌데 친절한 서비스가 느껴져 별점도 높게 드렸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과 택배가 증가하면서 비대면 사회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는 기업과 점포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라스트핏 이코노미’라 칭한다. 소비자가 얻는 최종적인 만족을 최적화한다는 뜻으로 온라인과 비대면 사업이 급증하면서 소비자와의 마지막 접점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음식과 함께 손편지를 배달하는 업체들이 생기자 스티커 상품도 출시됐다. (사진=왼쪽 배달상회 홈페이지, 오른쪽 커뮤니티캡처)


만나지 않아도 서비스가 가능해요

최근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략적인 마케팅을 시행하는 가게들이 많아지고 있다. 직접 만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니 비대면임에도 최대한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손편지를 써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소영(52·여)씨는 “홀 매장만 운영하다가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격히 줄면서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최대한 손님들께 신경쓰기 위해 편지를 같이 보내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한 장씩 일일이 손편지를 쓰기 힘든 자영업자들을 위해 손글씨를 써 보내면 똑같이 복사해 여러장을 만들어주는 배달스티커업체도 생겨났다. 원하는 내용을 직접 써서 보내거나 원하는 손글씨 폰트를 선택하면 포스트잇에 쓴 것처럼 스티커를 만들어준다. 손편지 질감을 살리기 위해 모조지를 선택하는 옵션도 있다.

우아한 형제들에서 운영하는 배달의 민족 사장님 사이트 배달상회도 비슷한 상품을 판매한다.

우아한 형제들 홍보팀 관계자는 “음식점 사장님들이 고객에 대한 마음을 손글씨로 전달하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었지만 음식준비하느라 바빠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며 “손편지 스티커는 사장님의 서비스에 대한 애정을 나타낼 수 있을뿐만 아니라 소비자는 대접받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8월 들어서면서 사장님들의 관심이 증가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배달 차별화의 대표 사례로는 치킨 업체 ‘푸라닭’을 꼽을 수 있다. 치킨이 비닐봉지가 아닌 더스트백에 담겨 배달된다. (사진=왼쪽 푸라닭 홈페이지, 오른쪽 커뮤니티 캡쳐)


또 다른 배달 차별화의 대표 사례로는 치킨 업체 ‘푸라닭’을 꼽을 수 있다.

치킨을 비닐봉지가 아닌 더스트백에 담아 배달한다.

푸라닭치킨은 “기존의 종이가방, 비닐봉투 등 개성 없는 포장에서 벗어나 더스트백을 사용해 포장의 차별화를 둔다”는 콘셉트를 내세운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에서는 “더스트백 때문에라도 먹어보고 싶다”거나 “포장 더스트백 이렇게까지 고급질 일?”이라며 포장 디자인에 관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언박싱, 그 순간의 만족까지

언박싱을 고려한 마케팅은 대표적인 라스트핏 이코노미에 집중한 사례다. (사진=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전자홈페이지, 유튜브 캡쳐, 텐바이텐 홈페이지)


물건을 배송받고 포장을 뜯는 마지막 순간의 소비자 만족도를 위해서도 기업들은 고심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구배하고 받았다고 해서 구매 과정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박싱’ (상자를 연다는 뜻으로 구매한 상품의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 순간까지 고려하는 것.

디자인 상품 쇼핑몰 텐바이텐은 박스테이프 카피 공모전을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택배 온 걸 엄마는 모르게 하라’, ‘귀신보다 더 무서운 지름신’등 당선된 문구들로 박스테이프를 제작한다. 제품을 받아보는 순간에도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택배 박스를 활용할 수 있는 ‘에코 패키지’를 도입했다.

골판지로 구성된 포장 박스를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잘라내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포장 박스 상단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메뉴얼을 따라 하면 반려 동물의 집, TV 선반 등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제작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고양이 집을 샀더니 TV가 왔다”며 택배 박스를 버리지 않고 활용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유튜버들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은 언박싱, 하울(인터넷 방송 등에서 구매한 물건을 품평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 영상이 인기를 끄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사람들은 “대리만족 느낀다”, “행복감이 전달돼서 너무 좋다”는 댓글을 달며 언박싱에 호응한다. 언박싱을 차용한 광고도 등장했다.

최근 동서식품의 카누는 모델 공유가 카누를 언박싱 하는 콘셉트의 광고를 제작했다. 아웃도어 의류업체 아이더도 모델 박보검이 워킹화를 언박싱하는 광고를 선보였다. 제품 그 자체보다도 택배를 받고 포장을 뜯는 최종적인 경험에 집중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기업도 그에 발 맞추고 있다.

박정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업계에서 존재하던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유통업체의 상품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전 과정. 유통업체들이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배송 품질에 주안점을 두면서 생겨난 용어)개념이 비대면 사회 소비시장에서 라스트핏 이코노미로 확장됐다”며 “비대면 현상이 심화할수록 배달과 택배가 늘어나 라스트핏 이코노미를 더욱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스냅타임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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