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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탈(脫)지방' 가속화...코로나가 낳은 슬픈 자화상

(사진=연합뉴스)


대구에서 4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권모(29·남)씨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나고 자란 지역을 떠나 수도권에서의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권씨는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과 비교하면 채용공고가 5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며 “처음 취업 준비할 때만 해도 집과 가까운 곳으로 알아봤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채용공고가 올라오는 서울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푸념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청년층의 탈(脫) 지방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발 경기침체로 기업 경기가 침체하면서 채용시장도 영향을 받아서다. 특히 지역에 있는 기업의 경우 그 충격이 커 신규채용을 계획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코로나19로 지역 채용시장 한파

코로나19의 여파로 전국 대부분 지역의 고용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역에서 취업 준비를 해오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지역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시군별 주요 고용지표 집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8개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9개 도의 77개 시(市)지역의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164만3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15만1000명 줄었으며, 군지역의 경우 15만2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2만1000명이 줄었다.

실제 또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업들의 상반기 채용공고도 대폭 줄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 4월 2019년과 2020년의 1분기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사태가 경제 전반을 덮친 지난 3월 채용공고 등록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7%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20%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다.

대구에 거주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손모(27·남)씨는 “대구에는 일자리가 원래도 없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취업할 곳이 줄었다. 주변 취준생들도 지역을 떠날 생각으로 (취업을) 준비한다”고 전했다.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또 다른 취업준비생 신모(27·여)씨도 “일자리의 반이 없어진 것 같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나 계약직도 찾아 보기 힘들다”며 “수도권에 원하는 직무나 일자리가 있으면 이동해서 취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별 수도권 인구유출입 추이 : ‘18. 1월 ∼ ’20. 4월 (사진=통계청, KOSIS 인구이동통계)


코로나19에 수도권으로 떠나는 '지역 취준생'...지방소멸 위험

이처럼 코로나19로 전국적으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채용의 기회가 많은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지방소멸 위험과 지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주에서 구직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모(25·여)씨는 “신입사원 채용 공고가 확연히 줄어든 게 느껴진다”며 “다른 지역에서 정착할 생각은 해본 적 없다. 하지만 지금은 취업 때문에 서울이나 인천쪽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한국고용정보원이 국가통계포털의 인구이동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4월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2만7500명으로 전년 동기(1만2800명) 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도권 유입인구 가운데 4분의 3 이상을 20대가 차지했다. 20~24세는 43.4%(1만1925명), 25~29세의 경우 32.1%(8816명)로 20대 비중만 75.5%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지난 2019년 5월 93개(40.8%)에서 지난 4월 105개(46.1%)로 12곳 증가했다. 이 같은 수치는 각 연도 5월을 기준으로 지난 2017~2018년 기간에 소멸위험지역이 4곳 늘었으며, 지난 2018~2019년 기간 동안 4곳이 증가한 것과 비교할 때 가파른 상승세다.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지역은 노동시장 규모 자체가 작고 수도권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며 “특히 지역에는 작은 규모의 제조 중소기업들이 밀집돼 있는데,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자 신규채용이 줄었고,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채용 기회가 많은 수도권으로 이탈하고 있다”고 했다.

또 “지역이 내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성장역량을 갖추려면 지역에 인재들이 많아야 하는데, 청년층의 이탈은 그러한 잠재력이 소진되는 것이다. 이는 지역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과 수도권의 위계관계를 살펴보면 수도권에는 연구·개발과 같은 기획기능을 담당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반면 지역에는 단순 생산기능이 많다”며 “지역 청년들의 수도권 이탈과 지방소멸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의 산업구조를 변화하려는 중앙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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