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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낙태 규정을 바라보는 20대 남녀의 엇갈린 시선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임신중절(낙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했다. 임신 24주까지는 성범죄 등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되며 25주부터는 종전대로 어떠한 경우에도 낙태를 하면 처벌받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20대는 남여 모두 의견이 갈렸다. 여성들은 ‘아쉽다’는 의견부터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남성의 경우 낙태죄 찬반 여부에 따라 의견이 달랐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임신 사실 알고 병원 찾기까지 짧은 기간

낙태죄 폐지를 지지하는 20대 여성들은 이번 결정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14주라는 기간이 임신 사실을 알고 낙태여부를 까지 결정하기에는 짧다는 것이다.

대학생 박모씨(23·여)는 “심한 생리불순을 겪는 여성의 경우에는 24주도 아니고 14주면 본인이 임신한 줄 모를 수도 있어 낙태여부 결정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이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14주라는 기준을 둔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며 "처벌 대상도 여성과 의료진으로 국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심모씨(25·여)는 “전면 허용이 아니라 부분적 허용이라 아쉽다고 생각한다”며 “14주차 정도면 생리불순이 있는 여성들에겐 임신 사실을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기간”이라고 전했다.

이모씨(20·여)는 “어차피 낙태를 금지하겠다는 건데 14주를 주고 마치 허락하는 것처럼 개정하고 생색내는 결정인 것 같다”고 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생 정모씨(23·여)는 “어쨌든 남녀 모두의 책임이 있는데 낙태죄가 유지되는 이번 결정이 여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기 전 애초에 근본적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용적인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회원들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뉴스1)


일단 14주 만이라도 되어 다행일부 안도하기도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여성들도 있다.

대학생 윤모씨(22·여)는 “전면폐지가 맞는 것 같아 이번 결정이 아쉽다”면서도 “일단 14주면 모르기 어려운 기간인 것 같고 진짜 실수인 사람들만 지우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대학생 박모씨(22·여)는 “일단 아무것도 못 하는 것보다 낙태여부를 결정이라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라고 했다.

사람들은 낙태가 일부 허용됨에 따라 숨어서 하는 불법수술이 줄어들길 기대하기도 했다.

대학생 이모씨(23·여)는 “14주 만이라도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차피 낙태수술을 할 사람들은 다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으로 낙태수술을 받느니 합법적으로 수술하고 치료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학생 박모씨(22·여)는 “낙태죄가 왜 있는지 납득은 간다"면서도 "낙태죄의 유무보다 원치 않는 임신에 따른 불법 낙태로 심신이 망가지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숨어서 병원을 다녀야 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의 내용처럼 임신 14주가 적당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모씨(23·여)는 “14주면 괜찮은 것 같다. 14주를 넘어 16주쯤 되면 성별 구분도 가능해져서 성별을 알고 낙태하려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보완할 부분도 많이 있을 것 같다. 중증장애나 10대들은 14주만에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하니 이 사각지대도 보호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거나 하는 개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남성 여성의 선택권”vs"무분별한 낙태 권장"

20대 남성들도 낙태죄 찬반에 따라 반응은 갈렸다.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여성에게 자신의 몸에 대한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대학생 박모씨(22·남)는 “낳고 말고는 본인의 선택이어야 하지 않느냐”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게는 미안하지만 인권은 태어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대학생 안모씨(25·남)는 “원했든 원치 않든 아이가 생겼을 경우에 낳지 않을 권리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모씨(21·남)는 “낙태죄 자체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모씨(23·남)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안 되거나 원치 않는 임신으로 자유로워지는 거라 (낙태 허용이) 좋은 것 같다. 죄책감은 본인 책임이다”고 했다.

반면 이번 정부안이 무분별한 낙태를 조장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현행법에는 강간 등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법예고안대로 개정될 경우 낙태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것.

대학생 김모씨(21·남)는 “어쨌든 임신 14주까지는 어떤 이유에서든 낙태를 허용한다는 것인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분명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모씨(23·남)는 “무조건 낙태를 허용하는 것보다는 성범죄 피해자에 한해 허용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만일 모든 경우에 낙태를 가능토록 한다면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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