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위한 뉴스

snaptime logo

"졸업사진을 꼭 치마입고 찍을 필요 있나요?"

'얌전한 디자인의 원피스나 투피스 치마 정장.' 공식처럼 이어지던 여대생들의 졸업사진 복장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새 여대생들의 졸업사진 의상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화려한 화장과 머리 손질도 지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불필요한 치장 비용을 줄이자는 여성들의 젠더 감수성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연세대를 졸업한 김모(여·24세) 씨는 지난해 가을 바지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졸업사진을 찍었다.

김씨는 “대학 4년간의 추억을 담는 사진에 두꺼운 화장이나 높은 구두, 딱 붙는 치마 등 학교를 다니면서 해본 적 없는 모습으로 찍을 필요가 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평소 입던 대로 바지를 입고 높은 구두 대신 단화를 신으니 훨씬 편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김모(24)씨의 졸업사진 복장이다. (사진=제보)


탈코르셋 운동 영향…2~3년 새 문화 변해

최근 2~3년새 여대생들의 졸업사진 의상변화 움직임은 '탈코르셋 운동'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 억압의 상징인 ‘코르셋’을 벗어던지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이어트, 화장, 렌즈 등 암묵적으로 강요됐던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 남의 시선에서 얽매이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탈코르셋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획일화된 화장과 불편한 복장에 문제의식을 느낀 여대를 중심으로 졸업사진 문화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이화여대에는 "졸업사진이 사회적 여성성을 규정한다"며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졸업사진 촬영을 거부하자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재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불과 2~3년도 채 되지 않는다.

지난 2016년 이화여대를 졸업한 김소연(여·27세) 씨는 “졸업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새벽부터 메이크업을 받고 의상을 대여하는 등 풀 패키지가 거의 필수였다”며 “바지 정장을 입은 친구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 후 이런 움직임이 생긴 것 같다"며 “원피스든 바지든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는 분위기로 바뀌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도 졸업사진 촬영용 의상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신촌의 한 의상대여 업체 관계자는 “정장 바지 차림을 입으려는 여대생들이 점점 눈에 띈다”고 답했다.

졸업사진 의상 대여‧메이크업 숍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는 이현진(가명‧32세) 씨는 “확실히 최근 들어 치마보다는 바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메이크업이나 외적인 요소에서도 색조보다는 자기 모습에 가깝게 보이도록 하는 것 같다. ‘여성스럽게 해주세요’라는 요구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바지 정장 차림으로 졸업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보)


여대생들, “선택의 폭 늘어나 좋다”

졸업사진 촬영을 앞둔 학생들은 변화하는 복장 문화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졸업사진 촬영을 앞둔 김모(여·24세) 씨는 “치마를 입고 싶지 않은 학생들도 자유롭게 바지를 입을 수 있는 분위기라 좋다”고 말했다.

이수빈(여·23세) 씨도 비슷한 반응이다. 친구들과 함께 바지 정장을 맞췄다는 그는 “정장도 검은색부터 연보라색이나 하늘색, 체크무늬 등 다양한 색과 패턴이 있어 개성까지 나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 “자유로운 복장 문화로 나아가야”

학계에서는 이런 추세를 여성들의 성별 분리에 대한 저항으로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의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립적인 패션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나아가 사회에서도 성별 분리 없는 보편적인 조직원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숙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이런 현상을 놓고 “젠더 감수성과 자기 결정권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 결과”라고 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존의 복장 문화를 선택하는 학생들에게 변화를 강요하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교수는 “학생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의상을 자유롭게 결정토록 하고 학생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변화를 강요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 스냅타임 김정우 기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