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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문은 좁아지는데 나이는 들어가고"... '취른이'를 아시나요?

“27살이면 막차 타셨다고 보면 되네요”

취준생 이모씨(26·여)가 한 취업 컨설팅 상담자에게 들은 말이다.

대학을 졸업한 지 4년이 된 이모씨는 “요즘 시대에 나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신경이 아예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저런 말을 들으면 괜히 자신감이 없어지고 위축되는 것은 사실이죠”라고 말했다. 이씨는 “면접에서 대놓고 나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20대 후반이 신입으로 늦은 나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라며 씁쓸해했다.

대학 졸업 후 2년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정모씨(27·여)도 “올해 공채가 더더욱 열리지 않아 1년을 그냥 날려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내년에는 상황이 나아질지 모르겠다”며 “사기업을 준비하기에 늦은 나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취업을 하지 못한 채로 나이가 드는 것에 불안함을 호소하는 취업준비생이 늘고 있다.


나이도 경쟁력이다?!

나이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사실일까.

지난해 7월 서울교통공사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나이가 어린 지원자를 우선으로 합격시킨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서울교통공사가 동점자 14명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연소자를 우선한다’는 인사규정 내규에 따라 동점자의 생년월일을 줄 세워 나이가 어린순으로 선발한 것.

‘서울특별시 고용상의 차별행위 금지 조례’에 따르면 해당 사례는 명백한 ‘차별행위’이다. 제2조에 따르면 '차별행위란 고용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등의 사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차별 채용 논란 후 지난 5월 서울교통공사는 연소자 우선이 아닌 자격증, 가산점 등을 기준으로 인사규정 내규를 개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례가 취준생 커뮤니티에 알려지자 취준생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나이·학력·성별 등을 공개하지 않고 직무 능력만으로 평가하는 블라인드 채용임에도 연소자에게 유리하게 채용이 진행된 것에 분노한 것.

누리꾼들은 ‘블라인드 채용인데 나이순으로 뽑았다고?’, ‘회사 내규가 법보다 위에 있구나’, ‘나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취업하라고...’라며 비판의 댓글을 적었다.

일부 기업들은 우대하는 나이를 지원 자격에 명시하고 있다(사진=잡코리아 채용공고 캡처)


직무 적합성이 중요하지만...‘30세 이하 우대

취업포털 업체 인크루트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나이는 30.9세로 1998년도 통계 결과인 25.1세에 비해 5.8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으로 졸업 미루는 대학생이 증가하고 스펙 준비를 위한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실제로 능력이 있고 직무에 적한 인재라면 지원자의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관계자는 “기업은 현장에 바로 투입되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추세다”며 최근 수시·상시 채용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직원의 평균 연령이 낮은 젊은 조직에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신입사원과의 ‘조직 융화’를 염려하기도 한다. 한 기업은 지원 자격에 ‘선임자의 나이를 고려해 30세 이하를 우대’한다고 적었다. 지원자의 연령이 채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관계자는 “지원자가 서류와 면접 등의 채용 과정에서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직무 역량을 키우기 위해 어떻게 시간을 활용했는지’, ‘친화력 등을 발휘해 나이에 관계없이 조직에 잘 융화될 수 있는지’를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취준생들은 자신의 나이와 현재까지 준비한 취업 관련 스펙을 올려 커뮤니티 회원들의 평가를 받기도 한다 (사진=취준생 커뮤니티 캡처)


○○살 남 스펙 평가 부탁드립니다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장수 취준생들은 자신의 나이와 취업 관련 스펙을 커뮤니티에 올려 회원들의 평가와 조언을 구하고 있다.

‘○○살 남 스펙 평가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취업 커뮤니티에서 대표적인 고민 글 중 하나다. 아예 ‘스펙평가’라는 게시판이 따로 있을 정도다.

또한 ‘○○기업은 나이를 보는 편이다’, ‘나이도 스펙이다’, ‘같은 능력이면 어린 사람을 선호한다’ 등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취준생 김모씨(28·남)는 나이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내년에는 어디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신입으로 들어가기에 나이가 많은 것 같아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스펙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불안감을 표했다.

잉여 스펙취른이’(취업준비+어른) 신조어까지

불안감은 과도한 스펙 쌓기로 이어진다.

지난 9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준생 13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스펙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의 질문에 88.7%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보유한 스펙 중 ‘잉여 스펙’이 있는지의 물음에는 31.5%가 그렇다고 답했다. 불필요한 스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계속해서 스펙을 보완하고 있는 것.

잉여스펙을 쌓는 이유로는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구직자들의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각각 46.9%, 45.2%로 1,2위를 차지했다.

취준생 이모씨(26·여)는 최근 마케팅 학원을 다니며 실무 역량을 보충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토익, 컴퓨터 활용능력, 오픽 등 취업준비를 이어오고 있지만 취업이 되지 않자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씨는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스펙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취준생의 나이와 관련한 신조어도 등장했다. ‘취업준비’에 ‘어른’을 합친 단어 ‘취른이’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가는 취준생 뜻한다. 이외에도 이구백(20대 90%는 백수), 장미족(장기 미취업자), 삼일절(31세 넘으면 절대 취업 못 함) 등은 청년들의 극심한 취업난을 보여주고 있다.

/스냅타임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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