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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질병, 신병 때문” 고인 모욕 유튜브...처벌 가능?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가 세상을 떠난 개그우먼 故 박지선 씨의 사진을 유튜브 방송 썸네일로 사용했다며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썸네일 영상이 고인을 조롱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영상이 ‘사자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학계에서는 유튜브의 지속적인 논란 중 하나인 혐오 콘텐츠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방송화면 (사진=이데일리 DB)


고인 사진 썸네일로 사용, ‘사자 명예훼손죄적용 가능?

가세연은 지난 2일 ‘화장 못하는 박지선’이라는 제목과 함께 고인의 사진을 썸네일로 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약 1시간 길이의 영상 중 고인과 관련한 내용은 10분 남짓에 불과하다. 내용 역시 이미 고 박씨와 어머니의 사망에 관한 보도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를 두고 결국 조회수를 견인하기 위한 미끼 썸네일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이 영상이 고인에 대한 조롱이라며 '가세연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렸고 11일 현재 1만7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 영상만으로 사자(死者)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자명예훼손은 형법 제308조에 규정한 내용으로 허위사실을 공공연하게 적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고인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해도 ‘허위성’이 없거나 개인의 가치판단에 그쳐 사실 인정이 안된다면 법망을 피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세연의 영상에 허위사실이 없어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영주 이스턴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가세연의 방송 내용이) 고인이 이전에 방송에서 말했던 것을 반복하는 수준이라 사자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허위사실 적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사자 명예훼손죄' 관련 형법 조항.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가세연 뿐만 아니라 “고인의 햇빛 알레르기 지병이 신병 때문이다”고 주장하는 유튜버의 영상이 올라와 고인모욕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영상 속 유튜버 A씨는 본인이 무당이라며 ‘쥐띠 OOO 햇빛 알레르기 지병은 신병이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고인의 지병을 본인이 치료할 수 있었다"며 고인의 지병이 ‘태양신을 피하다 생긴 병’이라고 주장했다.

이 영상의 처벌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다소 나뉘었다.

성 변호사는 해당 내용이 유튜버의 주관적 의견에 그쳐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유튜버 A씨의 발언이 모욕적이지만 가치판단에 그친다”며 “허위사실을 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현창윤 덕명 법률사무소 변호사 역시 “개인의 의견인지 사실 언급인지 모호한 부분이 있어 입증이 쉽지 않아보인다”고 답했다.

반면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조세희 밝은빛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유튜버가 주장하는 현상을 고인이 겪지 않았다고 입증한다면 허위사실로 해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유족이 고소를 원하지 않아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자 명예훼손죄가 인정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사자 명예훼손죄의 경우 반드시 친족이나 자손이 고소해야 하는 ‘절대적 친고죄(반드시 고소권자의 고소가 필요)’다. 따라서 친족인 유족이 고소를 개시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현 변호사는 "5·18 희생자 명예훼손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허위사실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유족들이 고소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답했다.

고인의 지병이 신병 때문이라고 주장한 유튜버 A씨. (사진제공=위키트리)


꾸준한 고인 모욕 영상...전문가 유튜브 내 혐오발언 제재 필요

유튜브에 고인 모욕 영상이 올라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세연은 지난 7월에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조롱한 혐의로 고발당한 적 있다.

출연자들은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데 사용한 도구가 고가 제품이었다", "제보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다" 등의 발언을 했다.

변호사들은 “들은 바에 의하면 피해자가 한 명이 아니다”는 발언은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위라는 인식 없이 들은 것을 전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세연 출연자들이 취재원을 통해 해당 내용을 들었다는 것이 증명되면 처벌이 힘들다.

이외에도 가수 고 설리 씨의 극단적 선택 이후 고인 모욕 유튜브 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생긴 적 있다.

유튜버 B씨는 본인이 "설리의 전 남자친구였다"면서 가수 설리씨가 보고싶다는 취지의 영상을 올렸다.

 

설리의 전 남자친구라고 주장했던 유튜버 B씨.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전문가 유튜브 내 혐오발언 제재 필요

유튜브는 ‘방송법·신문법·뉴스 통신법’ 등에서 규정하는 ‘방송’이 아니다. 따라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나 사자 인격권 보호 등을 포함한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어 혐오 발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발행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한국의 ‘유튜브에서 지난 1주일 동안 뉴스 관련 영상을 시청한 적 있다’는 응답 비율은 45%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포함한 40개국의 평균(27%)에 비해 18%p 높은 수치다.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가 증가하면서 학계에서는 ‘유튜브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유튜브가 전통 언론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파급력에 비해 규제는 약하다. 개인 방송을 규제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기존 방송들이 미디어법 및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등을 통해 질적 규제를 받는 것과는 달리 유튜브는 자율 규제에 따라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영상의 위법 소지가 다분한 경우 방심위가 나서 자율 규제 권고를 전달하지만, 크리에이터는 회신할 의무가 없다.

클릭이 곧 돈이 되는 유튜브 수익구조 상 자극적인 썸네일을 이용하거나 혐오 발언을 일삼는 유튜버들을 제재하기 어려운 것이다.

마정미 한남대 언론학과 교수는 “유튜브 생태계는 수익성과 연관이 깊다”며 “더 많은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마 교수는 “(현재의) 미디어 관련 법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직접적인 규제는 표현의 자유와 충돌해 어렵겠지만, 타인에 대한 혐오 발언은 어떤 식으로든 제재할 수 있는 수단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 2월 발행된 한국 콘텐츠학회의 ‘국내외 인터넷 개인방송 규제현황 및 규제 방향성 제언’이라는 보고서에서도 미디어 지형 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스냅타임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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