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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줄테니 만져달라"…女청소년 노리는 SNS '댈구'

‘술·담배 댈구 가능, 여자는 무료’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이른바 ‘댈구’(대리 구매의 준말)가 성행하고 있다. ‘댈구’란 미성년자에게 부탁을 받고 미성년자 구매금지물품인 술·담배를 대리 구매해주는 대신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챙기는 행위를 말한다. 행위 자체가 불법일뿐만 아니라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 요구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있어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위터 속 댈구 계정들. (사진=트위터 캡쳐)


 

·담배 대리 구매 증가추세얼마나 쉬운가 해봤더니

지난 2018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술과 담배 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직접 구매 비중은 각각 16.6%, 34.4%로, 2016년(술 21.5%, 담배 41.8%)에 비해 감소했다. 반면 대리 구매를 통해 구입했다는 비중은 같은 기간 술(9.1%→11.7%)과 담배(17. 6%→21.0%)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댈구’는 청소년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구매방식이다. 송모(여·17세) 양은 “10대라면 댈구가 뭔지는 다 알 것”이라고 답했다.

‘댈구’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질까. 기자가 직접 SNS를 통해 대리 구매를 해봤다.

구매 과정은 쉽고 빠르게 이뤄졌다. 트위터에 ‘댈구’를 검색해 계정 한 곳을 골라 직거래를 원한다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냈다. 그러자 2분 만에 답이 왔다.

원하는 담배 종류, 수량, 직거래 위치만 보내주면 거래 성공이다. 금액은 4갑에 2만6000원으로 1갑당 2000원씩 수수료가 붙는 셈이다. 여기에 판매자가 정한 직거래 장소를 벗어나면 추가 교통비 6000원이 붙는다. 이렇게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거래가 끝났다.

기자가 직접 '댈구'를 해봤다. (사진=트위터 DM 캡쳐)


여성 청소년 성범죄 표적되기도 해

성인들이 단순히 돈벌이를 위해서 댈구를 한다는 문제 외에도 거래 과정에서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인 요구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문제가 있다.

제보에 따르면 다수의 판매자들은 대리 구매비 대신 신던 스타킹을 달라고 하거나 성적인 접촉‧가학적 행위, 심하게는 성관계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댈구를 수 차례 경험했다는 김은비(가명·14세) 양은 “(댈구 판매자 중) 멀쩡한 사람을 찾기 힘들다”며 “판매자들이 억지로 차 문을 열어 태우려고 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여학생도 “자신의 특정 신체부위를 만져달라든지 하룻밤만 같이 자달라는 사람들이 거의 반 이상”이라며 “침을 뱉어달라고 하거나 때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기자에게 연락을 보낸 한 익명 계정도 “원래 서울은 대리 구매가 안 되는데 신던 스타킹을 주거나 관전 알바를 해주면 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관전 알바에 대해 묻자 “그냥 내 꺼(성기) 를 봐주기만 하면 된다. 대리 구매도 해주고 돈도 준다”는 답장이 왔다. “경찰이 올 일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일 없다”고 대답했다.

'댈구' 피해 사례 제보 모음. (사진=DM 캡쳐)


기자가 직접 받은 DM (사진=DM 캡쳐)


실제로 ‘댈구’ 과정에서 성범죄 사건도 발생했다.

가해자 A씨는 SNS를 통해 피해자 세 명에게 접근한 뒤 "담배를 얻으려면 성행위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 A씨는 이미 성폭력 전력으로 집행유예 중인 남성이었다.

해당 피해 사례를 지원했다는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가해자들이) 청소년들의 일상이 된 SNS를 이용해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가해자들은 일부러 술이나 담배 등 대가를 주면서 성폭행 사건을 성매매로 위장한다”고 답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대가를 받았다는 점을 이용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반성문에 ‘피해자들의 요구에 넘어간 것을 후회한다’는 내용을 써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 가해자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사무국장은 “미성년자들이 구매하기 어려운 물품을 구매하면서 성적인 요구를 하면 미성년자들은 대가성으로 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대인관계나 가정환경, 경제 여건 등이 취약한 10대 여성 청소년들을 이용해 성적 욕구를 채우는 ‘그루밍(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과 사전에 친밀한 관계를 맺어두는 상황)’의 일환이라고 봤다.

청소년 범죄 온상 된 SNS대책 마련 시급해

청소년 보호법 제28조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술이나 담배 등을 판매·대여·배포하면 안된다. 이를 위반하면 동법 59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SNS를 통한 ‘댈구’의 경우 점포 판매가 아닌 개인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직접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단속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관련 성범죄도 처벌이 쉽지 않다. 피해자들이 신고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기존 아동·청소년 보호법(이하 ‘아청법’)은 성 착취 대상 아동·청소년을 ‘자발성’에 따라 피해자와 보호처분 처벌 대상자로 분류했다. 자발성을 가진 아동·청소년을 성매매에 가담했다고 보고 처벌해 온 것이다. 이 내용을 삭제한 아청법 개정안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올 4월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러나 아청법 개정에 동참한 활동가들은 “아직 피해자가 신고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진경 대표는 “피해자들은 자신들도 나쁜 짓을 했다는 점 때문에 신고를 두려워한다"며 "피해자도 잘못했다고 손가락질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후적인 입법이 아닌 사전 예방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효린 사무국장은 “SNS 통한 성범죄는 다양한 양상으로 발생해 SNS 자체에 대한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피해 발생 이후의 조치보다 예방을 위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N번방' 사건처럼 성착취 게이트가 열리기 전에 방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미리 SNS 자체의 규정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입법·행정·기구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을 강조했다.

피해자 지원 체계 강화도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상담 인력은 4개월 계약직이 대부분이며, 2018년부터 재직했던 정규직원의 평균 재직 월수는 11.6개월에 불과하다.

전문성을 갖춘 피해자 지원 센터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 및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스냅타임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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