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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사고는 어쩌면 예견된 사고?...보육교사 담당 원아 과다

어린이집 내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보육교사의 근무환경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어린이집에서 놀다 친구와 부딪혀 사망한 만 5세 아동의 유가족이 보육교사 인원 비율 개정을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을 올려 화제가 됐다. 피해 유가족은 담임 보육교사 한 명이 돌볼 아동이 너무 많다며 ‘보육교사 대 영유아 비율을 줄여달라’고 했다.

보육교사들은 대부분 이런 지적에 동의한다며 열악한 보육 인력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가족 교사 대 영유아 비율 감소해달라

지난달 A군(남·5세)은 인천 모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야외활동을 하다 친구와 부딪힌 뒤 아스팔트 바닥에 넘어져 뇌출혈로 사망했다.

A군의 유가족은 국민청원을 통해 “현재의 교사 대비 원아 배치율을 절반으로 줄이고 야외놀이의 경우 보육교사 인원을 늘려달라”고 호소했다. 사고 당시 보육교사 1명이 돌봐야 한 영·유아는 19명이었다.

이 국민청원은 20일 현재 8만40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5년간 어린이집 안전사고 하루 평균 20건 발생...사망은 38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건수는 모두 3만7369건으로 하루 평균 약 20건꼴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사망사고도 38건이나 됐다.

2018년만 보면 7739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2014년(5827건)에 비해 1.3배 늘어났다.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고 아동 유가족의 글이다. (사진=국민청원 캡처)


韓 교사 대 영유아 비율 높아...전문가도 공감

보건복지부의 ‘영유아 보육 사업 규정’은 어린이집의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을 명시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보육교사 1명은 만 0세 3명, 1세 5명, 2세 7명, 3세 15명을 맡도록 되어 있다. 4·5세 유아의 경우 교사 1명이 20명을 돌봐야 한다.

여기에 2016년부터 ‘초과 보육’이 허용돼 교사 1명당 만 1세부터 차례로 1명, 2명, 3명씩 원아를 추가할 수 있다. 4세를 기준으로 보면 보육교사 1명당 최대 23명까지 맡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OECD 회원국의 평균 교사 대 아동 수는 13.6명, 유럽 국가 평균은 7명이다.

그러나 교직원 1명당 아동 수로 보면 OECD 평균치는 9명, 유럽 국가 평균은 6명으로 줄어든다. 수업에 비담임 보조교사를 활용하는 국가가 많아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교사 한 명당 아동 비율이 평균 10명, 초과 보육까지 계산하면 12.4명으로 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한국도 2015년부터 보조교사 제도를 확대했으나 주로 행정 업무를 담당하거나 교사 대체 인력으로 일하는 게 현실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교사 대 아동 수의 적정 비율에 대해 전문가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사 1인당 0세는 2.1명, 1세 3.7명, 2세 5.6명, 4세 14.5명이 적정하다는 답이 나왔다.

모두 현행 규정에 비해 낮은 비율이다. 전문가들도 현재 교사 1명이 책임져야 할 원아의 비율이 높다는 데 공감하는 것이다.

(자료=육아정책연구소)


보육교사 지침 지키지 않는 곳 다수”...현장 상황 열악해

하지만 보육 현장에서는 이 지침마저 지켜지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전·현직 보육교사들과 보육교사 노동조합은 “국·공립이 아닌 곳은 규정 비율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전직 어린이집 보육교사 B씨는 “지침에 나온 비율을 지키지 않는 곳이 많다”며 “심지어 담임 교사가 휴가를 쓰면 다른 반 교사가 2개반의 영유아들을 함께 지도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은 “초과 보육을 시행하려면 수당을 주거나 보조 교사를 한 명 더 붙여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어린이집이 대부분”이라며 “안전사고를 막고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열악한 보육 인력 처우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전직 어린이집 운영자 C씨는 “대형 기관은 담임 교사 혼자 학부모 응대와 수업 준비, 행사 준비 등의 개인 업무를 하면서 원아의 돌발 행동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특히 야외활동을 할 때 아이들을 관찰해줄 수 있는 보조 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C씨에 따르면 다수 어린이집은 보조 교사 1명이 여러 반을 돌아다니며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있다.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이 지난 7월 열린 민주노총대회에서 보육교사 노동실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열악한 처우에 병드는 보육교사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육교사들은 휴게로 인정되는 점심이나 낮잠 시간에도 제대로 쉴 수 없다. 함 보육지부장은 “급할 땐 밥을 한 데 모아 마시듯 먹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18 전국보육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보육교사가 영유아들과 따로 먹을 수 있는 점심시간은 평균 7분이었다. 법인·단체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점심시간이 4분으로 가장 짧았고, 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 점심시간이 7분으로 가장 길었다.

전·현직 보육교사들은 야근 수당을 비롯한 각종 수당 없이 무임금으로 일해본 적이 많다고도 답했다.

김현영 노무법인 로앤 노무사(27기)는 “업무 사항이 있으면 (점심이나 낮잠 시간도) 근로 시간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현장에서) 점심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전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기쁨 노무사무소 하율 노무사는 “입증 책임이 교사에게 있어 현실적으로 재직 중인 보육교사가 (업무 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취재에 따르면 “CC(폐쇄회로)TV를 전부 돌려 (학대처럼 보이는) 장면을 찾아내겠다”며 일부 원장이나 학부모가 보육교사를 압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함 지부장은 “23명의 원아들을 돌보는 상황에서 CCTV를 빨리 돌리면 작은 흠집이라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라면서 “아동학대로 몰리면 법적 절차를 밟기 전에 해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육사업안내책자에 따르면 아동학대 발생 시설은 법원 판결 이전이라도 교직원 자격 정지 등 행정 처분을 실시할 수 있다.

이달 4일에는 아동학대 누명을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세종시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국민청원이 올라와 35만 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올 1월 육아정책연구소는 어린이집 인력배치 기준 개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연구진은 “보육교사의 휴게시간 확보와 장기간 보육 해소를 위해 단기 보조 교사보다는 8시간 근무하는 비담임 보육교사 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정책토론회를 열고 선진국형 영유아 보육 및 교육 질 개선을 위해 교사 당 아동 수를 낮추면서 급여를 차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스냅타임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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