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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영끌’로 집 산다는데...학자금 대출도 버거운 20대

집값이 요동친 올해 청년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뜻)’을 앞세워 집을 매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지난해의 2배에 달한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영끌에 매진하는 20대의 개인회생과 파산 신청 건수도 증가세다. 학자금 대출 갚기도 바쁜 20대 청년들은 ‘영끌’로 집 사기 바쁘다는 현상을 놓고 ‘남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20대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진=뉴시스)


20영끌로 아파트 샀다

포털 사이트에 ‘영끌’을 검색하면 4600건이 넘는 기사가 나온다. 이 중 20대의 영끌 아파트 매수를 다룬 기사도 다수 눈에 띈다.

지난달 2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20대 이하의 서울 시내 아파트 매입 건수(2933건)는 작년(1352건)의 2.2배 수준이었다. 이는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20대 이하가 10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사들인 아파트는 3561건으로 전달(2848건)보다 25%가 늘어났다.

같은 시기 ‘부동산 거래현황’ 자료를 보면 미성년자를 포함한 20대 집주인의 비중은 6.6%(700건)이었다. 감정원이 매입자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20대의 아파트 매입 비율이 유례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의 ‘영끌’ 매수 비중이 증가하는 것을 놓고 "향후 내 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어떤 투자보다도 부동산이 큰 효과를 낸다는 것”이라며 “이 시기를 놓치면 평생 집을 사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가 영향을 줘 대출해서라도 집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끌 열풍에 따라 지난해 20대 직장인의 1인당 평균 대출액도 증가했다. 지난 10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9세 이하 직장인의 평균 대출금은 1234만원이다. 이는 전년(847만원)보다 46.8% 늘어난 수치다.

세부담 강화로 아파트 증여↑...20대 출발선이 달라진다

20대가 수억 원에 이르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부모가 자녀에게 아파트를 물려주는 증여도 늘어난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전국의 주택 증여 건수는 11만9249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아파트 증여만 놓고 보면 1만9108건으로 강남권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발생한 아파트 증여 건수가 서울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이는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의 최고 양도세율은 현행 62%에서 내년 6월부터 72%로 더 높아진다.

특히 종부세법 개정으로 다주택자들의 증여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주택 이상이나 2주택 소유자에게 과세표준 구간별로 0.6~3.2% 적용되던 기존 비율이 내년부터 1.2~6.0%로 상승하는 등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종부세 고지 인원과 고지 세액 모두 증가했다. 내년에는 종부세법 개정으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더 증가한다. (그래픽=뉴시스)


"학자금 대출 갚기도 벅찬데"... '영끌'은 다른 세상 얘기

이화여대를 졸업한 A씨(28세·여)는 소위 말하는 '대기업' 입사 4년 차 직장인이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들어가 열심히 돈을 모았지만 학자금 대출 2000만원 가량을 갚고 나니 통장 잔고는 2000만원 남짓.

그는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20대 영끌 아파트 매수 열풍'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울함마저 느끼고 있다.

A씨는 "평범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 얻으면 부모 세대보다 잘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면서 "이제 평생 월급으로 돈 모아봤자 빚 내서 아파트 산 친구들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가 심해지기 전에 왜 영끌하지 않았는지 몇 번씩 후회한다”면서 “이 선택(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아예 출발선이 달라졌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지난달부터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남은 답은 ‘투자’밖에 없다고 생각해서다. A씨는 "이제 정해진 대로 돈 벌고 모아서는 집 못 사요"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연세대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B(24세·여) 씨는 ‘20대 영끌’을 체감조차 못 한다는 반응이다. 그는 "20대 영끌 관련 기사는 쏟아지는데, 체감이 안 돼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B씨는 "(아파트 매입을 위한 대출보다) 학자금 대출 없이 대학을 다녀 상환 걱정 없는 친구를 보면 더 울컥한다"며 "학자금 대출 이후 본인의 건강이 안 좋아지거나 생활비가 부족해서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대출 받아 집 사는 친구들과) 출발선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다녔다. 그는 대학 생활 내내 쉼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 졸업 전에 학자금 대출을 상환했다. 주변에서는 '대단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B씨처럼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학자금 대출을 6개월 이상 장기 연체한 신용불량자는 4만6195명으로 2015년(2만7647명)에 비해 1.7배나 증가했다. 연체액 역시 2783억 원으로 같은 기간 중 2배 증가했다.

B씨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한 발 삐끗해서 파산이나 개인회생을 하게 되는 건 너무하다"고 덧붙였다.

'집' 가지고 출발 vs '빚' 가지고 출발... 20대 양극화 어쩌나

실제로 학자금 대출 상환이 어려워 '마이너스 통장'이나 2금융권 대출을 받는 20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 취업난에 코로나 19까지 닥쳐 취업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 층의 신용등급이 나빠져 파산에 이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마이너스 통장 이용자 중 20대가 절반이 넘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20대는 지난 2015년 9500여 명에서 지난해 1만2455명으로 30% 이상 늘었다.

20대 파산 신청 인원도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전체 파산 신청은 15.4%(5만3801명→4만5490명) 감소한 반면 20대의 파산 접수 인원은 1.2배(691명→833명) 증가했다.

김상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대 개인회생 원인으로 구직난과 빈부격차 등의 요인을 꼽았다.

김 실장은 "(개인회생 증가 추세가) 구직난으로 인한 것"이라며 "빈부격차나 취업난 등에 의한 사회적 박탈감이 영향을 줘 개인회생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당연한) 요인이 됐다"면서 "20대의 ‘영끌’ 투자도 회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집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뉘어 이미 20대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두관 국회의원실(민주,양산을)로부터 받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본인 세대 계층이동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년 새 16.6%(2009년 48.1%→2019년 64.7%)가량 증가했다.

2015년 이후 본인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이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은 계층이 더 고착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출처:통계청.스냅타임 재가공)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C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부가 양극화되는 것"이라며 "신규 세대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금 청년들은 기회가 적어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안되는 참혹한 환경에 놓였다"며 "양극화 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경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씨는 “뉴스에서 20대들이 집 산다는데, 많은 청년층이 체감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국가가 청년들을 위한 안전망을 꼭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스냅타임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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