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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년 청년 예산 대폭 삭감...청년 시름 외면 비판 직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년도 청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고통받는 청년층의 어려움을 외면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청년들과의 협의를 통해 편성한 ‘청년자율예산’ 규모를 일방적으로 삭감하면서 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지자체, 효과 높은 청년 사업 예산 대폭 삭감

서울시는 2021년도 청년 전담 부서에 편성한 예산을 당초 13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약 23%(300억원) 삭감했다. 지난 2016년 처음 시행된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은 올해 지원 대상을 3만명 규모로 시행했지만, 내년에는 1만명 줄인 2만명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

서울시 청년월세지원 사업도 올해 지원 대상 규모인 5000명에서 효과가 입증돼 내년도에는 4배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해 예산을 400억원으로 책정했지만, 이 역시도 올해 수준(100억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청년 마음건강 지원 사업 역시 지원 대상자 3000명에서 1000명을 줄이면서 관련 예산 10억원을 삭감했다.

청년단체들은 코로나19로 고용불안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청년 예산을 오히려 삭감하는 조치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체감 효과가 높다고 평가받는 청년수당·월세지원·마음건강 사업 등의 예산 규모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주장이다.

권지웅 빌려쓰는사람들 대표는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호응이 높았던 월세지원 사업, 마음건강 지원 사업 등의 예산을 삭감하는 부분은 문제"라며 "수출이 증가해 GDP 일부가 회복됐다는 이야기가 한 번 돌았지만, 지금 한국 사회가 코로나19의 여파로부터 완전히 회복된 시기도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 관련한 청년 예산은 오히려 증액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도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예산이 유독 크게 삭감된 것은 문제로 여겨진다”며 “지원과 공론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정치적 상황 등 여러 핑계로 후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예산 심의 기간이기 때문에 청년들의 현실 상황을 반영한 예산 편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9일 서울시는 청년수당 참여자와 비참여자를 대상으로 청년수당 사업의 실효성을 조사한 결과 청년수당으로 청년들의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사회 신뢰도와 행복도가 증가하는 등 사업 효과가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청년 마음건강 지원 사업도 지난 4월 1차 모집 당시 목표 인원 700명을 훨씬 초과한 1568명이 지원하는 등 청년들의 수요가 높은 지원 사업으로 평가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시, '청년자율예산' 일방 삭감...제도 취지 무색

또 다른 문제는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청년자율예산제도’로 지난 9월 편성한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다는 점이다. 청년자율예산제도는 기존의 시민참여예산제도 하에서는 청년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들이 청년 정책을 위한 예산을 직접 설계하고 편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이에 1000명 규모의 청년시민위원들이 지난 3월부터 4개월간 지자체와 함께 청년 정책 사업과 관련 예산 편성을 위한 숙의 과정을 거쳤다. 이에 서울시는 내년도 17개의 신규사업을 설계해 관련 예산으로 약 32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서울시 예산실에서 해당 예산을 약 20% 줄인 265억원으로 조정했다. 더욱이 서울시의회에서 25억원 추가 삭감으로 인해 현재 240억원으로 조정된 상태다. 이에 청년 공공일자리 사업(-30억원), 서울시 고립청년종합 서비스 지원 사업(-10억원) 등 총 80억원이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년수당이 내년에 중앙정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 사업으로 전국화가 되면서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원 대상과 약 1만명 정도 중복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1만명에게 지원할 금액을 조정한 것"이라면서도 "청년 전담 부서의 예산은 줄었지만 서울시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의 전체 예산 규모는 올해와 내년도가 5000억원으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자율예산제나 시민참여예산제를 통한 시민들과 청년들의 제안을 집행부가 최대한 수용한다는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다만 시 차원에서 전체 예산의 상한선이 있기 때문에 관련 예산을 조율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청년 세대의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고, 20~30대 여성들의 자살률이 급증했음에도 청년을 더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각 지자체에서는 청년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다”며 “예산을 들여 청년의 삶을 바꾸는 일에는 소극적이고 청년을 동원하고 호명해 포장재로 쓰는 것에는 적극적이었던 오랜 태도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협치와 시민참여를 강조하는 지자체들이 정작 협치와 시민참여의 결과물인 청년자율예산안을 일방적으로 감축하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청년은 단순한 정책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참여와 협의 끝에 만들어낸 예산을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대폭 삭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냅타임 고정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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