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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누라이프'가 서울대 동문들의 여론이라고?

최근 서울대 동문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가 실시한 ‘2020 하반기 자랑스러운 동문 투표’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1위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 설문조사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 동문들을 위한 커뮤니티이지만 서울대 동문을 대표할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때문이다. 특히 스누라이프의 게시물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이같은 논쟁은 더욱 가열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학내 커뮤니티 운영진은 일부 학생들의 의견을 전체 여론으로 일반화하는 기사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사평론가들 역시 다양한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특정인들의 의견을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서울대 동문 커뮤니티서 자랑스러운 동문 1

서울대 동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2020 하반기 자랑스러운 동문 투표’에서 법학과 출신 윤석열 검찰총장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스누라이프에서 진행 중인 투표 상황을 보면 지난 7일 기준 윤 총장은 전체 3838표 중 1764표(90%)를 얻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628표·16.4%), 금태섭 전 의원(543표·14.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483표·12.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도 후보에 올랐다. 작성자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를 활용해 올 7월부터 4달간 많이 언급된 동문을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투표 결과는 ‘서울대가 뽑은 자랑스러운 동문’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돼 화제가 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스1)


 

"스누라이프, 서울대 대표하지 않아"... 온라인서 아이디 매매도

스누라이프의 내부 설문을 놓고 ‘서울대 학생의 여론’이라는 보도가 이어지자 일부 구성원들은 “(커뮤니티가) 대표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졸업생 박모(여·24)씨는 “커뮤니티에서 학생들이 어떤 의견을 개진하든 자유”라면서도 “학생들이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가 서울대의 대표성을 가진 것처럼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재학생인 이지훈 (가명·21)씨는 “(스누라이프가) 서울대생이라면 당연히 이용하는 커뮤니티는 아니다”라며 “해당 커뮤니티를 실제로 이용하는 학생들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스누라이프는 학생의 학번과 학교 이메일을 수집한 후 이메일로 가입 인증을 한다. 재학생뿐 아니라 졸업생, 교원 등이 모두 가입할 수 있다.

스누라이프 의견을 서울대 동문들의 대표 여론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은 온라인상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포털사이트에 '스누라이프 계정'을 검색하면 커뮤니티의 아이디를 대여해주거나 판매하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서울대생 모두가 스누라이프를 이용하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서울대생이 아닌 사람도 해당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올해 초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극우 매체는 스누라이프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탄핵 설문 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서울대 재학생의 96.2%가 문재인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찬성표를 던진 서울대생 수는 805명에 그쳤다.

작년 말에는 '존경하는 대통령' 설문조사를 진행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위(65%)를 차지하기도 했다. 2위는 박정희 전 대통령(60%)이었다. 해당 설문조사 내용은 '서울대 학생들이 존경하는 대통령 순위'라는 제목으로 언론과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 설문조사에 응답한 서울대생 수 역시 366명에 그쳤다.

서울대 총학생회 직무대행 측은 "학부생들이 스누라이프에서 활동하는 비율 등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스누라이프 내에서 공감을 얻는 여론일지라도 (그것을) 서울대의 여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충족했는지도 솔직히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측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익명 사이트가 학교의 대표성을 가진다거나 (학교가) 행정적으로 관리하는 공식 홈페이지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스누라이프의 전 운영자 유광렬 씨 역시 스누라이프 여론이 서울대학생 전체의 여론인 것처럼 기사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스누라이프 운영 초기인 2007년 서울대 자체 언론인 '서울대 저널'을 통해 "(스누라이프 내) 여론 형성 자체는 토론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는다"면서도 "서울대를 비롯한 소위 명문대로 일컬어지는 대학교에 집중되는 기성 언론의 관심이 선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랑스러운 동문' 관련 보도 이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게시판에 서울대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서울대학교 총학생회 게시판 캡처)


(사진=이미지투데이)


학내 커뮤니티 운영진 "대학 여론 집중되는 공간...일반화는 경계해야"

서울대뿐 아니라 고려대학교 동문 전용 커뮤니티인 '고파스', 연세대학교의 '세연넷' 등 일부 대학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들이 해당 대학생들의 여론으로 인용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다수 언론은 지난 8월 고파스에서 이뤄진 '2020년 고려대의 가장 부끄러운 교우' 투표를 앞다퉈 보도했다. 이 투표에서는 조 전 장관의 딸이자 고려대 입시 부정 의혹을 받은 조민씨가 총 투표수 1834명 중 약 34%인 614표로 1위를 차지했다.

고파스는 고려대 동문만 이용 가능한 외부 커뮤니티다. 고려대 학생이라는 학적 정보를 캡처해 인증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고파스 운영자는 "정보를 얻기 위해 아이디를 대여하거나 구입해서 (고파스에) 들어오는 경우가 꽤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접속에 대한 보안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파스 내 의견을 기사화하는 것에 대해 "커뮤니티 내에서도 정치적인 성향이나 의견이 다양하다"며 "입맛에 맞는 특정 의견만 기사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영자에 따르면 고파스 내부에서도 고려대가 특정 정치적 성향만을 지지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커뮤니티 내의 일부 여론이 과하게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

그는 "(언론에서) 인용 기사를 쓸 때 '일부' 고대생들이라는 표현을 꼭 넣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익명 커뮤니티, 대표 여론으로 보기 힘들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공시형 활동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부 이용자가 활동하는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의 글을 학생들의 여론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정치나 사회 이슈에 대한) 대학생들의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며 “(익명 커뮤니티 게시글이) 서울대생을 대표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 커뮤니티가 학교 집단 전체를 대표한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스냅타임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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