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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탈코르셋운동 ‘구투(kutoo)’, 한국판 구투운동으로 확장되나

日서 女직원 하이힐 착용 규정 철폐 운동으로 시작
JAL, 日 항공업계 최초 女 하이힐 의무착용 규정 철폐
트위터 타고 한국으로 전파…국내서는 불합리한 복장규정 개선으로 진화
박지영 변호사 “사례 모아 복장규정 문제점 인권위 진정넣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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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일본항공(JAL)은 여자 승무원의 하이힐 의무 착용 규정을 삭제했다. 하이힐은 여성 승무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복장 규정이었지만 JAL은 일본 항공사 중 처음으로 과감하게 이같은 조치를 없앤 것.

JAL의 이같은 결정에는 일본에서 일어난 ‘구투’(kutoo) 운동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투 운동은 일본판 탈코르셋 운동으로 ‘구두’와 ‘고통’의 일본어 발음인 ‘구쓰’와 ‘미투'(Metoo)가 합쳐진 단어다. 여성은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여성이 하이힐을 신으면서 느껴야 하는 고통은 부당하다는 의미에서 시작한 여성인권신장 운동이다.

최근 국내 여성운동계에서도 일본의 구투운동을 받아들여 사회생활에 여성이 겪고 있는 부당함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알바생이 쏘아올린 작은 공, #KuToo

#Kutoo 운동 관련 도서 (사진=이시카와씨 트위터 캡쳐)

2019년 3월. 일본의 배우이자 활동가인 이시카와 유미(34)는 과거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장례식장측이 하이힐 착용을 강요했다는 내용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했다.

이 글에서 이시카와는 “남자는 발이 편한 단화를 신는데 우리(여성)는 왜 고통을 참아가면서 하이힐을 신고 일을 해야 하나”라고 했다.

이시카와의 이 글은 일본 여성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으며 SNS에 #Kutoo, #靴を履かない自由(구두를 신지 않을 자유) 등의 해시태그가 이어졌다.

이시카와씨가 촉발한 구투운동은 일본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일본의 자유국민사가 선정한 ‘2019ユーカン新語・流行語大賞’(2019 유캔 신어·유행어대상)으로 선정됐다.

 

“불합리한 복장규정 철폐”… ‘한국판 구투운동’으로 진화

지난 2월 이시카와씨는 한국어로 일본의 구투운동을 소개했다 (사진=이시카와씨 트위터 캡쳐)

최근 국내 여성계에서도 일본의 구투운동을 이어받으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고 있는 복장규정의 불합리함을 개선하려는 것.

이시카와씨는 스냅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페미니스트와 연대해 일본 내 구투 운동을 전파하고 싶었다”며 ”한국과 일본은 여성차별의 양상이 비슷하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한 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한국어로 구투운동에 관한 글을 올렸고 국내 페미니스트들이 일본의 구투운동을 적극 지지하면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판 구투운동 소개 (사진=화난사람들 홈페이지 캡쳐)

 

구투운동을 한국에서 본격화 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일부 트위터리안들이 SNS를 중심으로 전개하던 구투운동을 프로젝트화했다.

박 변호사는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 사람들’에 접수된 발렛파킹 사례를 보면서 구투운동을 접했다”며 “비슷한 사례의 제보를 여러 건 받으면서 이를 프로젝트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한 대형 백화점의 발렛파킹을 담당하는 여직원 A씨는 주차장에서 고객을 맞고 짐을 관리하는 등 신체를 많이 사용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지만 백화점 내 복장규정 때문에 활동성이 떨어지는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어야 했다. 같은 일을 하는 남성 직원은 바지와 운동화가 모두 허용됐다. A씨는 여성 직원도 바지와 운동화를 허용해달라며 회사에 건의했다. 치마 규정은 변경되었지만 운동화는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박 변호사는 구두 뿐만 아니라 유니폼, 안경금지 등 사회 전반에 퍼진 불평등한 복장규정을 개선토록 ‘한국판 구투운동’을 확장·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그가 제보를 받은 사례 중에는 남성직원은 롱패딩 착용이 가능하지만 여직원에게는 허리가 들어간 숏패딩만 허용한다’는 제보가 있었다. 똑같이 야외에서 일하는 서비스직이지만 여성 직원에게만 숏패딩을 입게한 것은 보온성과 기동성을 떨어뜨려 성차별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복장규정의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을 계획”이라며 “인권위의 권고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대외적인 이미지 손상을 우려하는 기업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여자 승무원에게 치마 착용만을 강요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복장 규정은 인권 침해’라는 인권위 권고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바지 착용을 허용한 것을 선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구투 운동이 사회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해당 아젠다를 공감하는 다수의 시민이 필요하다”며 “박 변호사가 주도하는 한국판 구투 운동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적인 복장규범 실태를 고발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스냅타임 오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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