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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코미디 프로그램 부재... 유튜브서 부활 꾀하는 개그맨들

K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대표 인기코너였던 '대화가 필요해'가 12년만에 부활했다. 어색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개그맨 김대희의 "밥묵자"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던 이 코너가 부활한 곳은 방송국이 아닌 바로 유튜브.

최근 개그맨들의 유튜브 채널 개설이 잇따르고 있다. tvN의 '코미디 빅리그'를 제외하면 사실상 개그맨이나 코미디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없는 탓에 돌파구를 유튜브에서 찾고 있어서다.

김대희의 히트 코너였던 ‘대화가 필요해’도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꼰대희’의 ‘밥 묵자’로 돌아왔다. 개그맨 김대희와 신봉선이 2008년을 마지막으로 볼 수 없었던 해당 코너를 유튜브 채널에서 재현한 것.

두 사람의 변함없는 개그 호흡은 시청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해당 영상은 업로드된 지 2주 만에 조회수 400만회를 훌쩍 넘으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13일 개그맨 김대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개그맨 신봉선과 함께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인 '대화가 필요해'를 재현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꼰대희')


지난 6월 개그콘서트 종영 이후 공중파에서 사라진 코미디의 빈자리를 유튜브 개그 채널이 채우고 있다.

초기 유튜브 개그 콘텐츠는 3~4년 전 공중파 방송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공채 개그맨들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유튜브 채널 ‘흔한남매(구독자 212만명)’, ‘엔조이커플(구독자 198만명)’, ‘동네놈들(구독자 122만명)’ 등이 그 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엔 김대희, 김준호 등 과거 개콘의 황금기를 누렸던 유명 개그맨부터 이상준, 황제성, 김해준 등 현재 공개 코미디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들까지 유튜브에 도전하고 있다. 유튜브 개그 전성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

 

공개 코미디 빈자리 채운 유튜브 개그 채널

개그콘서트 종영 이후 공중파 공개 코미디의 빈자리를 최근 유튜브 개그 채널이 채우고 있다.

유튜브 속 코미디는 주로 2~4명으로 구성된 팀이 개그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형태를 띤다. 여러 명의 팀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 한 코너를 짜는 공개 코미디 방식과 비슷한 것.

유튜브 대표 개그 채널인 ‘흔한남매(구독자수 212만명)’, ‘보물섬(171만명)’, ‘동네놈들(122만명)’ 등이 그 예다.

지난해 4월 ‘대학교에서 이별한 후 유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시작으로 약 1년 8개월 만에 40만명의 구독자를 얻은 개그 채널 ‘피식대학’은 기존의 공개 코미디를 영상으로 변형해 유튜브로 옮겨왔다.

공중파 공채 개그맨 출신 김민수(SBS 16기), 이용주(SBS 16기), 정재형(KBS 29기) 등 세 명은 상황극, 성대모사 등의 코미디를 시리즈로 제작해 이를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처럼 선보이고 있다.

정재형(33·남)씨는 “피식대학 팀은 원래 스탠드 업 코미디를 주로 했었다”며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콩트 채널을 만들어보는 게 어떻냐는 주변의 제안을 받고 지난해부터 개그 채널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씨는 “최근 들어 피식대학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은 공채 개그맨 출신 3인이 운영하는 개그 채널로 '한사랑산악회', '05학번이즈백' 등의 시리즈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개그 영상의 장점은 제약 없는 자유로움

개그 채널 크리에이터들은 ‘자유로움’을 코미디 영상 콘텐츠의 장점으로 꼽는다. 영상 콘텐츠는 공개 무대와 달리 배경이 제한되지 않아 기획한 내용을 보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개그 콘텐츠를 기획할 때 공간·시간·인물의 제약이 없는 것이 공개 코미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상은 내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이 가능한 것 같다”며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아티스트가 주도적인 컨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피식대학의 ‘한사랑산악회’, ‘05학번이즈백’, ‘비대면 데이트’ 등의 시리즈는 이를 잘 설명한다.

산악회 콘셉트에 맞게 실제 산을 배경으로 하는 ‘한사랑산악회’는 화려한 색감의 등산복 등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산악회 회원의 특징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시청자의 웃음을 뽑아낸다. ‘05학번이즈백’ 역시 그때 그 시절 인기였던 서울 명동을 배경으로 2005년도 감성을 보여준다.

정씨는 “개그 프로가 사라진 점은 아쉽지만 이것 또한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기존 코미디의 여러 아쉬운 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라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tvN ‘코미디빅리그’를 비롯해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얼굴을 알리고 있는 개그맨 김해준(33·남)씨도 “현장에서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것이 공개 코미디의 장점이라면 유튜브는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영상 콘텐츠는 아이템에 대한 제약도 덜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유튜브의 장점”이라며 “영상에 대한 반응도 댓글로 바로바로 알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추억의 코너 다시 봐 반가운 시청자들

시청자들도 TV에서 볼 수 없었던 코미디를 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갑다는 반응이다.

평소 유튜브로 개그 영상을 즐겨 본다는 이모씨(26·여)는 “기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정해진 각본대로 진행되니 흐름이 다소 경직되어 있고 또 방송 수위를 맞추느라 재미가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유튜브는 비교적 그 제한이 없어 개그맨들이 애드리브를 자유자제로 할 수 있으니 더 재밌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외에도 시청자들은 영상 댓글로 “역시 대본보다 라이브가 개그맨들의 장점을 살려준다”, “개콘 시절이 그립다. 유튜브로 볼 수 있어 다행이다”, “개그 영상의 조회수가 높은 것을 보니 사람들이 진정한 코미디 프로를 기대했던 것 같다” 등을 적으며 호평했다.

/스냅타임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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