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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과 '유튜버'가 죽인 안산 상권...피해 주민들만 '분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때문에 테이크 아웃 판매만 하지만 손님이 너무 없어요. 오전 7시에 매장 문을 열었는데 5만원도 못 팔았어요.“

지난달 12일 아동 성범죄로 12년을 복역한 뒤 만기출소한 조두순. 조씨가 출소하던 날 그의 거주지인 경기도 안산시 일대는 수백명의 사람이 몰렸다. 이들 중에는 조씨의 출소와 귀가 현장을 생중계하는 다수의 유튜버들도 상당수가 있었다.

조씨의 출소 한 달이 흐른 지난 11일 찾아간 조씨의 거주지 인근.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몰렸던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동네는 고요했다. 골목들은 한적해 거리를 오가는 주민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곳곳에 문을 닫은 가게들도 보였다.

11일 오전 한적한 안산시의 동네 골목 (사진=권보경 기자)


특히 조씨 거주지 인근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땅이 꺼질 듯한 한숨만 쉬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많이 팔아야 하루에 10만원"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한창 유튜버들이 몰릴 때 큰 불편을 겪었다며 호소했다. 김씨는 "당시 경찰들이 모든 주민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들여보냈다"면서 "주민들도 항의하고 가게 앞에 대기하는 사람들이 몰려 힘들었다. 다신 안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집값 걱정인데...유튜버들은 '역대급 수익'

모텔을 운영하는 박모씨도 "손님은 딱 끊겼다고 보면 된다"며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갈 것 같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에 이 동네 사람들은 잠을 못 잔다"고 했다.

슈퍼마켓을 하는 이모씨도 ”이 근처는 집조차 보러 오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집을 그냥 비워두고 이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씨는 ”조두순은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만 외출을 제한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등교 시간에도 못 나오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튜버들에 대해서는 ”진짜 조두순 집이 아닌데 영상에 잘못 노출되면서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다“며 "자기네들(유튜버들) 잇속만 챙겨서 괘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직까지 유튜버들이 동네를 찾는다는 주민도 있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모씨는 ”휴대폰 들고 다니면서 촬영하는 사람들이 주말에는 1~2명씩 보이기도 한다“며 ”동네 사람들은 조용한데 유튜버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 촬영해 동네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주민들은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한 유튜버는 조두순 출소를 이용해 찍은 영상들로 평소의 여덟 배가 넘는 수익을 벌어 들일 것으로 조사됐다.

조두순 관련 영상을 올린 유튜브 채널의 예상 수익이 출소일 12일 기점으로 급상승했다. (사진=소셜블레이드 캡처)


조두순을 직접 찾아가겠다고 밝힌 유튜버 A씨는 조두순의 출소일인 지난달 12일을 전후로 조두순의 이름을 내건 영상을 6개 올렸다.

소셜 블레이드 자료에 따르면 A씨의 조두순 관련 영상은 45만~17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의 다른 영상 조회수를 보면 평균 10만~25만회 가량이다.

영상 조회수의 폭증으로 예상 수익도 8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게시영상 한 편의 최대 90만원 수준이었지만 조두순 관련 영상은 75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더 큰 문제는 우후죽순격으로 게시된 각종 유튜버 영상으로 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안산주민들이 안고 있는 점이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아프리카TV, 인스타그램에도 조두순 집 근처 가게 이름, 주민들의 얼굴, 차 번호 등이 노출된 영상들이 있었다.

안산시는 이러한 영상들을 삭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영상을 삭제하기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안산시는 ‘조두순’을 키워드로 유튜브를 전수조사해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는 영상들을 삭제해달라고 유튜브 측에 요청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요청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검토 후 삭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영상 삭제부터 손해배상까지 '첩첩산중'

전문가들은 안산시와 주민들이 피해 사실을 입증하고 영상을 삭제하기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현창윤 덕명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유튜브 영상으로 인해 본 피해를 손해로 보면 손해액이 정확히 산정돼야 하는데 조두순이 사는 동네라 ‘상권이 침체됐다’, ‘빌라 가치가 하락했다’ 같은 사실은 손해로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행위로 보더라도 현재 국내엔 이러한 정보가 드러나는 영상들이 불법이라 규정하는 법은 없어 요건을 충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손액을 계산하기는 어렵겠지만 사생활 침해로 볼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도 "예를 들어 어느 가게 주인이라는 식으로 특정돼 찍혔을 땐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유튜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법원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는 인격권 침해 배제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빠르게 지나가거나 누군지 식별할 수 없는 군중으로 찍힌 경우엔 초상권 침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하는 가처분 신청의 경우에도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이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돼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 심의 책임 강화해야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상에 대한 자율적 심의가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 규정만으로는 유튜브나 아프리카TV같은 플랫폼에 올라오는 영상들을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유튜브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들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은 아직까진 없다"며 "SNS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공간인데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게 되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래서 유튜브나 아프리카TV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심의가 중요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영상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때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제대로 심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물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안산=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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