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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대입 중심’ 교육문화 바꿀 수 있을까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교사 역량‧수업내용 학교마다 달라
대학측, 정시선발 확대 추세... 진로탐색 중심의 고교학점제 ‘한계’
입시전문가 “진로탐색보다 사교육에 몰릴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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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이수해야 할 과목 외에도 각자 적성과 진로에 맞는 수업을 선택해 듣는 제도로 누적 학점이 일정 기준에 도달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취지는 다양한 진로를 가진 학생들 개인에 맞는 커리큘럼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고교학점제가 대입 중심 교육 변화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연구학교’와 ‘선도학교’를 선발해 시범 운영 중이지만 벌써부터 학교 간 수업의 질과 내용에 편차가 생긴 사례도 등장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학교마다 학생 참여도 다르다

고교학점제의 특징 중 하나는 ‘진로 선택’ 과목이다. 진로 선택 과목은 기존 과목들보다 학생들이 향후 진로로 삼고 있는 분야와 연계 정도가 깊다.

진로 선택 과목에서 학습하거나 활동한 내용은 생활기록부의 과목별 세부 특기사항에 기재할 수 있다. 때문에 수업의 질이 생기부의 내용도 좌우하게 되는 것.

실제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선정된 두 학교의 ‘수학과제탐구’ 과목을 비교해봤다.

A고교는 수업 시간에 수학 이론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조를 이룬 학생들은 호기심이 드는 주제를 두고 서로 토의하며 궁금한 점을 해결한다. 수업 시간이 끝나면 그 날 진행한 프로젝트의 후기를 간단히 적어 낸다. 학생들의 참여도는 높은 편이다.

반면 B고교는 교사가 퀴즈를 내면 학생들은 정답을 맞추는 ‘수학 게임’을 한다. 그런데 학생들의 참여는 미미한 편이다.

이 학교의 수학과제탐구 과목은 대입을 목전에 둔 고교 3학년 과정에 편성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기보단 자습을 선택한다.

B고교에 다니는 김모(19세, 여)씨는 “수업을 안 들을 수는 없지만 (수업 내용이) 의미 없게 느껴진다”며 “선생님도 자습하는 학생들을 그냥 둔다”고 했다. 이어 “이럴 바엔 수능 공부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며 “선생님께 게임 대신 수능 연계 문제집 풀이를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학원 가서 배우라는 답이 돌아왔다. (수업이) 정말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모든 학교의 실제 수업 내용을 감시하듯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올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시행하는 첫해다. ‘진로선택’ 과목이 처음 도입돼 같은 과목일지라도 학교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문·이과를 통합하고 학생이 직접 수업을 (일부)골라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오히려 ‘수능 올인’ 될 수도…사교육 심화 우려 또한 존재해

고교학점제가 원취지대로 대입 입시 중심의 교육과정을 타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등 교육의 목적 자체가 대입과 동떨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B고교 사례처럼 생활기록부 한 줄보다 ‘수능’이 더 중요하다는 학생을 설득할 근거는 적다. 심지어 대학들은 정시 선발 인원을 늘리는 추세다. 이런 상황 속 오랜 기간 ‘대입’의 중심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이 단순히 ‘진로 탐색’에만 집중하기는 어렵다는 게 교육현장의 반응이다.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되면 고1 때 진로 탐색을 마친 후  고2·3학년 때 심화 선택과목을 듣게 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 방식을 두고 “오히려 1년 내에 빠르게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내신 역시 1학년 비중이 높아지면서 ‘조기 포기자’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와 2·3학년 때의 성적 평가 방식 역시 달라지는데, 1학년 때는 내신 성적을 ‘상대평가’로, 이후엔 ‘절대평가로’ 산출한다. 때문에 학생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상대평가로 1~9등급을 매기는 1학년 성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그는 “절대평가 방식은 ‘내신 퍼주기’ 가능성이 있으니 대학 측 역시 상대평가로 진행한 1학년 내신을 더 중요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고1 내신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2·3학년 때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보단 ‘수능 루트’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 전했다.

이어 “고등학교는 수능 시험보단 학교 생활 자체에 중심을 두고, 대학은 정시 선발을 확대하는 기조다. 내신 점수 산출 시 중요 내신의 비중은 1학년에 몰리는 상황이다”라며 “1학년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든 수능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든 사교육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 덧붙였다.

또 “학생들이 수시와 정시, 그 안에도 다양한 (대입) 전형이 있는데 이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큰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임 대표는 공교육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있어 고교학점제의 실효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 개개인을 존중하고 맹목적인 대입용 입시 정책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매년 다른 교육제도를 적용하면 학생들은 적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학생 입장에서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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