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드라마 제작자들은 보세요”…가상 캐스팅에 ‘진심’인 MZ세대

'궁' 리메이크 소식에 가상 캐스팅 라인업도 화제
원조는 '얼짱'으로 상상하던 '인터넷 소설 가상 캐스팅'
가상 캐스팅이 실제 캐스팅에 반영된 사례도 있어
전문가 "팬심의 확장... 역효과도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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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인기리에 방영한 드라마 ‘궁’이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누리꾼들이 바빠졌다. 각 배역에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추천하는 가상 캐스팅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라서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김영대, 송강, 김소현 등 다양한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인소 가캐’가 원조

누리꾼들이 나서서 캐스팅 라인업을 구성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실제로 궁 가상 캐스팅 관련 게시글은 2006년 드라마 방영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2017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드라마 ‘궁’ 가상 캐스팅 게시물. 당시는 궁 리메이크 여부가 결정되기 전이다.(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이보다 전에는 인터넷 소설 가상 캐스팅 열기가 있었다. 2000년대 초중반 유행했던 인터넷 소설은 웹소설의 원조격이다.

인터넷 소설 특성상 콘텐츠가 이미지 없이 텍스트로만 공유됐기 때문에 누리꾼들은 가상 캐스팅을 통해 소설에 생생함을 더했다. 지금은 가상 캐스팅 주인공들이 대부분 배우나 아이돌 스타지만 당시엔 유명한 ‘얼짱’이 캐스팅 후보군이었다는 게 차이점이다.

 

가상이지만 공들여 기획

자칭 ‘드덕'(드라마 덕후)이라는 김난영(30대·여)씨는 최근 운영하는 블로그에 궁 가상 캐스팅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작감배'(작가, 감독, 배우) 세 가지 요소가 완벽해야 최고의 드라마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편”이라며 “기사를 통해 작가와 감독의 라인업, 그리고 간단한 줄거리를 알게 되면 마지막 요소인 배우만 잘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가상 캐스팅을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우나 아이돌 팬인 사람들은 자신이 아끼는 배우가 좋은 작가와 감독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에 가상 캐스팅 라인업에 넣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는 “드라마 내용에 따라서 외적으로 역할에 잘 어울리는 배우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며 “퀄리티 높은 드라마가 보고 싶어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고려한다”고 언급했다.

김난영씨가 블로그에 게재한 ‘궁’ 가상 캐스팅’ 게시물.(사진=김난영씨 제공)

한 배우의 팬이라는 이소윤(24·여)씨는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그 배역을 연기해 줬으면 하는 소망에 (가상 캐스팅을)하는 이유가 가장 크다”며 “최근에는 실제 드라마 제작에 가상 캐스팅이 반영되는 사례가 있어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캐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우가 배역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소위 싱크로율)일 것”이라며 “배우 특유의 분위기를 가장 많이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배우의 외모나 분위기가 잘 어울려도 해당 배역을 잘 소화하지 못할 것 같으면 다른 배우를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상 캐스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건 외적인 부분이지만 연기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누리꾼의 진심이 제작에도 반영

팬들이 실제 드라마 제작자 못지않게 정성 들여 가상캐스팅을 기획하는 만큼 최근 드라마 제작 현장에도 이런 네티즌들의 요구가 반영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원작의 팬들이 꼽은 가상 캐스팅 1순위는 가수 차은우와 배우 임수향이었다. 그들의 바람은 실제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여신강림’도 제작 전부터 차은우가 가상 캐스팅 1위로 꼽힌 바 있다. 차은우는 이 드라마에서도 주연으로 활약했다.

특히 웹툰 ‘치즈인더트랩’이 영화화 됐을 때 배우 오연서가 주인공(홍설)역을 맡은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치즈인더트랩이 앞서 드라마로 제작될 당시 주인공 자리를 두고 오연서가 가상 캐스팅 1위로 거론됐다. 하지만 실제 드라마에선 배우 김고은이 주연으로 발탁됐고, 시청자들 사이에선 ‘홍설 같지 않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 이어졌다. 이에 추후 영화로 제작되었을 땐 오연서가 주연을 맡았다.

실제로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연출한 박준화 PD는 당시 주연으로 박민영을 캐스팅한 데 대해 사전에 올라온 가상 캐스팅을 참고했다고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가상 캐스팅, ‘팬덤·덕질 문화’의 일종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겸 드라마 평론가는 누리꾼들의 가상 캐스팅 열기에 대해 “원작에 대한 일종의 팬덤 현상이라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대중문화 수용자들의 능동적 참여가 전반적으로 강하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가상 캐스팅은) 콘텐츠를 즐기는 유희 문화로서 긍정적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며 “간혹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 특정 배우가 기획사의 입김에 의해 캐스팅되는 경우이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해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장치로 (가상 캐스팅이)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가상 캐스팅이 MZ세대만의 ‘덕질 문화’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흔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연구원은 “MZ세대의 덕질 문화는 팬들이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아이돌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이미지가 매칭되는 브랜드가 있을 때 직접 광고를 제작해 해당 브랜드에 ‘영업’을 하는 사례도 있다”며 “가상 캐스팅도 내가 좋아하고 애정하는 작품이 실제로 구현될 때 최대한 자신이 생각했던 이미지에 맞게 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이런 일종의 ‘영업’을 브랜드나 제작사에서도 잘 받아들여주는 분위기라 더 열심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선 가상 캐스팅 열기가 과열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방영됐던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는 가상 캐스팅의 역효과가 나타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내일도 칸타빌레’에는 당초 소녀시대 윤아가 출연을 검토 중이라 알려졌다. 이에 네티즌들은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며 해당 역에 심은경을 강력히 추천해 그가 배역을 맡았다. 하지만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 내용 전개에 시청자들의 외면을 샀고 그 책임은 주연 배우였던 심은경에게 돌아간 바 있다.

치즈인더트랩 드라마 제작 땐 캐스팅에 과하게 개입하는 팬들 때문에 ‘치어머니’(치즈인더트랩+시어머니)란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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