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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사병 두발규정 통일' 의견 두고 갑론을박

군이 오랫동안 간부와 병사에게 다르게 적용했던 두발 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역 군인 사병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반색하고 있지만 예비역을 중심으로 군대의 기강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이 최근 훼손된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17일 규정 개선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사진=군인권센터 홈페이지 캡처)


 

군인권센터 “장교와 사병간 두발규정 차이는 차별”

군 간부와 사병간 두발규정의 차별 철폐는 군인권센터에서 비롯했다.

현행 군 두발규정은 군별로 세부적인 차이가 있으나 병사의 두발 형태를 ‘운동형(스포츠형)’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반면 장교 및 부사관은 ‘간부 표준형’을 별도로 선택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군인권센터는 “두발 규정과 관련한 인권침해 상담이 2020년 상반기에만 총 34건 접수됐다”며 “신체 자유를 더 넓은 범위에서 보장받기 위해 병사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적인 두발규정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계급에 근거해 차등적으로 신체적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병사들에게 강한 박탈감을 경험하게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후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다.

이에 따라 육·해·공군은 간부와 병사에게 다르게 적용하는 현행 두발 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각 군 관계자는 “의견 수렴 단계”라며 “세부 방침은 확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차별적’ 지적에 개선 움직임...새 규정 마련·병사 선택폭 넓히기

각 군은 규정을 개선하기 위해 내부 의견을 모으고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병사에게도 간부처럼 두발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보장하거나 아예 전 장병에게 적용하는 새로운 통일안을 만드는 방식이 될 예정이다.

육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군 전산망(인트라넷)을 이용해 개선방안에 대한 설문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설문조사에 첨부된 개선방안은 현행 ‘운동형’과 ‘간부 표준형’의 구분 없이 육군 전 장병에게 공통으로 적용하는 ‘표준형 두발 규정’을 새롭게 정립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해군 관계자는 “관련 규정을 절차에 따라 개정하고 있다”며 “기존 규정은 병사의 두발을 스포츠형으로만 제한했지만 개정 중인 규정은 병사의 두발형도 남자 간부와 동일하게 표준형과 스포츠형 모두 가능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병사의 선택권을 추가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공군 관계자 또한 “인권영향성평가 등 군 안팎의 의견을 모아 간부와 병사의 두발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병대는 “(간부와 병사의 두발 형태 기준이 다른) 현행 규정을 유지하겠다고 국방부에 건의한 상태”라며 규정을 변경할 의사가 없다고 전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간부와 병사의 규정에 큰 차이가 없고 실제로 간부들이 두발을 더 짧게 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결정된 건 없다”며 “국방부 차원에서 간부와 병사 간 두발 규정을 통일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면 추가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현역 병사 ‘환영’...예비역 “군 기강 해이해질라”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는 병사들은 간부에 비해 짧게 두발을 유지하는 당위성을 그동안 느끼지 못했다며 규정 개선을 반기고 있다.

육군에 복무중인 A씨는 “간부도 병사처럼 짧게 자르거나 병사도 (머리카락을) 기를 수 있으면 좋겠다”며 두발 규정 개선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깔끔하게 보일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직부대 상병으로 복무중인 B씨도 “짧은 두발이 위생적이라는 근거를 들어 병사의 두발 형태를 제한한다면 왜 간부에게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간부와 병사 간 규정 차이를 지적했다.

다만 규정 개선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이견도 나온다.

공군 일병 C씨는 “군대에서 개인의 자유가 허용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더 큰 자유를 원하게 된다”며 “어떤 규정이든 현행보다 완화될 경우 병사들에게 느슨한 마음가짐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대장으로 근무 중인 육군 중위 D씨는 “병사들은 압도적으로 찬성하는데 대대장은 ‘이런 쓸데없는 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지휘부와 병사 간 간극을 전했다.

누리꾼들을 비롯한 예비역에서는 기강 해이와 전투력 손실을 염려하고 있다.

관련 기사에도 “군기를 빼 ‘당나라 군대’를 만드는 목적이 뭐냐”, “위계질서 확립이라는 명분이 있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계급사회인 군대에선 계급에 따라 대우가 다른 것이 당연하다”는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다.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휴대전화 허용 당시와 ‘데자뷰’...文 정부 병 인권 강화 지속

두발 규정 개선을 둘러싼 군 안팎의 갈등은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했을 때의 모습과 유사하다.

간부에게만 허용했던 권리를 병사에게도 보장한다는 점을 비롯해 △병사의 찬성률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예비역은 기강 해이를 우려한다는 점 △병사 인권을 강화하려는 기조가 바탕이 된 점 등이 공통적이다.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은 2017년 국방부 군인복무정책 심의위원회에서 처음 논의됐다. 국방부는 다음해 4월 4개 국직부대를 대상으로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을 1차 시범 운영했으며 8월 각 군 36개 부대를 대상으로 2차 확대 운영했다.

이후 △시범운영 평가회의 △국민 참여 토론회 △정책자문회의 △현장 방문 등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세부 시행 기준을 마련하고 군사비밀 유출 등 보안사고와 관련한 문제제기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논의를 시작한 후 2020년 7월 1일부로 전면 시행하기까지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병사 인권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7월 발표한 ‘국방개혁 2.0’을 통해 “국민 눈높이의 인권·복지를 구현한 사기 충만한 병영문화 정착”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후 장병 복지향상 및 복무여건 개선을 위해 △병 봉급 인상 △복무기간 단축 △평일 일과 후 외출제도 활성화 △병사 휴대전화 사용 △자기개발·여가선용 여건 보장 등을 추진했다.

이번 ‘두발 규정 개선’ 또한 병사 인권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두발 규정 문제가 전투력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신체 자기결정권이나 평등권 논의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강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기강은 명령 체계와 지휘의 역량에 달린 부분이지 신체를 억압하며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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