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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쭐 내러 갑니다"...착한기업 '혼내주는' MZ세대

최근 돈이 없는 어린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나눠준 서울의 한 치킨집에 주문이 폭주해 영업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18세 고등학생이 전한 점주의 선행이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돈쭐’(돈으로 혼쭐내다) 내주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강원,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돈만 내고 음식은 받지 않는 주문이 이어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돈쭐'내러 달려가는 MZ세대...배경은 '미닝아웃' 트렌드

이처럼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선 ‘착한 기업’ 등을 추려 이들에게 소비를 집중하는 형태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 트렌드다.

미닝아웃이란 '신념'(meaning)과 '나오다'(coming out)의 합성어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드러내는 활동을 말한다. 이런 미닝아웃 소비 트렌드는 주로 MZ세대에게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미닝아웃족' MZ세대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거나 선행을 한 착한 기업에 대해서는 흔쾌히 지갑을 연다. 오랜 선행으로 미담을 쌓아온 기업 '오뚜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갓뚜기'(God과 오뚜기를 합친 말)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바이콧(buycott, 어떤 물품을 사는 것을 권장하는 행동) 운동의 일환"이라고 표현했다.

반대로 경영진의 갑질 등이 알려진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불매운동을 이어간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이 불거진 남양유업은 아직까지도 불매운동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남양유업 제품을 판독해주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남양유업 제품을 판독해주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가치소비를 지향한다는 네트워커 강혜리(여·40)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내 구매 행위 자체가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항상 생각하고 돈을 쓴다"며 "화장품 중에선 환경을 위해 자동적으로 기부되는 제품을 쓰거나 동물털로 만든 옷은 구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산 과정에서 아마존과 맹그로브를 해치는 아보카도와 타이거새우는 절대 먹지 않는다"며 "국정농단 등의 이유로 앞으로 삼성전자 휴대전화도 구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도 전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구매하지 않는 것 자체로 해당 기업이나 제품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동물권에 특히 관심이 많다는 대학생 민지원(여·26)씨는 지난 겨울에 솜패딩을 장만했다. 원래는 다운점퍼를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다운점퍼를 만들기 위해 동물들을 산 채로 잡아 털과 가죽을 벗겨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구매 목록을 수정했다.

민씨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도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제대로 된 행동(불매)이 더 힘이 크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동물 학대와 연관된 제품들은 구매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MZ세대들은 국산 제품만 골라 이용하거나 대형마트 대신 동네 상권을 이용하는 방법 등으로 미닝아웃을 실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SNS상에선 ‘가치소비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동네 식당에서 결제한 영수증이나 음식 사진 등을 SNS상에서 인증하는 운동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이들을 돕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

 

◆가치소비도 '과유불급'

MZ세대의 이런 소비 트렌드에 대해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은 "MZ세대는 '내가 소비하는 물건이 나를 보여주는 것'이란 인식이 있어 소비를 할 때 단순히 가격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나 올바름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MZ세대가 가치소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과 관련한 원인은 이들의 '자존감'에서 찾았다.

이 연구원은 "MZ세대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불편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의 참여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세대"라며 "동시에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SNS에서 챌린지를 이어가거나 착한 소비 등을 하면서 자신이 가능한 선에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표현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온라인과 SNS를 통해 본인의 소비를 인증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 교수는 "가치소비의 취지와 바람직한 소비 행태를 인증해 사람들이 동참하도록 하는 것은 의미 있는 현상"이라면서도 "주문이 몰려 해당 가게가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토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최근 잠시 영업을 중단한 치킨집을 사례로 들었다.

이어 이 교수는 "가치소비는 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각자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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