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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와 같이 계속 샤워를 해야 하나요?"

올해 노량진 역세권 청년주택에 당첨된 박정빈(28·남)씨. 운좋게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됐다는 기쁨도 잠시, 계약을 위해 방문한 집에서 박씨는 할 말을 잃었다. 공간이 너무 비좁았기 때문이다.

특히 화장실은 그 크기가 너무 협소해 제대로된 샤워조차 할 수 없어 보였다. 박씨는 "방도 너무 좁지만 그보다 화장실이 최악이었다"며 "화장실이 너무 좁아 샤워 한번 하려면 변기랑 샤워를 같이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결국 박씨는 계약을 포기했다.

박정빈씨가 계약 전 찍은 청년주택 화장실 내부.(사진=박정빈 제공)


 

그간 비싼 임대료와 좁은 공간 등으로 잦은 구설수에 올랐던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이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가 비쌀뿐만 아니라 운 좋게 저렴한 가격에 집을 구해도 공간이 비좁아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은 지난 2016년부터 청년 주거난 해소를 위해 도입했다.

시의 지원으로 민간사업자가 역세권에 공공·민간 임대주택을 지어 청년에게 우선 공급하는 정책이다. 시는 그동안 주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에 좋은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게 장점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런 시의 설명과 달리 일각에선 '청년주택'이란 이름이 허울 뿐이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민간임대주택이다.

5개월 가량 등촌동 청년주택에 거주했던 이재용(31·남)씨는 전용면적 15㎡(약 4평)인 곳에 보증금 약 6000만원 가량을 주고 입주했다. 보증금 중 일부는 은행 대출을 받아 충당했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그는 "월세와 꽤 많은 관리비까지 별도로 내야해서 입주를 후회했다"고 전했다.

가격에 비해 크기가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이씨는 "신축건물이기는 했지만 한 사람이 살기에도 좁은 공간이었다"며 "주변 원룸에 비해 크기는 좁으면서 가격은 비쌌다"고 말했다. 이에 이씨는 두달전 새로운 거처를 마련했다.

노량진 역세권 청년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박모(27·남)씨도 '청년주택'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박씨는 "노량진이고 역 주변이다 보니 주변환경은 굉장히 좋다"면서도 "청년주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싼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에서 지원해주는 보증금을 받으면 실 부담 금액이 보증금은 2900만원이다"라며 "여기에 별도로 관리비를 비롯해 매월 53만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박씨가 거주하고 있는 청년주택은 16.5㎡(5평) 정도의 원룸형이다.

반면 노량진역 인근 비슷한 평수의 주택 시세는 이보다 저렴했다.

노량진 인근의 원룸 시세.(사진=직방 홈페이지 캡처)


 

대학생 민모(24·여)씨는 "청년들이 대출 없이 3000만원 가까이 하는 보증금에 별도로 월세까지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청년주택이든 일반 주택이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진남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민간 소유 부지를 활용하다 보니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겠지만 공공부지를 활용하는 등 공공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심일수록 청년들이 필요한 원활한 이동은 가능하지만 반대로 주택 가격은 비싸지고 면적은 좁아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는 상황"이라며 "교통 인프라를 확대하는 등 도심에서 좀 벗어난 주변 지역도 고밀 개발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같은 지적에 서울시측은 주변 시세를 고려해 가격이 측정됐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 가격은 주변 시세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를 위해 한국감정원에 시세 측정을 맡긴다"며 "비싼 청년주택의 경우에는 주변에 유사주택이 없는 신축이거나 커뮤니티 시설이 있는 등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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