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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굴이 가짜라고?"...디지털 세상 속 '부캐' 만들기 열풍

'유산슬', '린다G', '김다비'

지난해 연예계를 강타한 ‘부캐’(부(副)캐릭터) 열풍이 여전히 뜨겁다. 최근에는 이 부캐 열풍이 현실을 넘어 디지털 공간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제페토.(사진=네이버제트)


10대 사이에서는 ‘제페토’ 애플리케이션(앱)이 유행하고 있다.

제페토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글로벌 증강현실(AR) 기반 3D(3차원) 아바타 앱이다. 사용자는 실제 얼굴을 바탕으로 아바타를 생성, 가상공간에서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제페토 전 세계 글로벌 가입자 수(2월 기준)는 2억명을 돌파했다.

이용자들은 제페토 전용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따로 개설해 운영하는 일도 활발하다. 즉 ‘사이버 부캐’로 제페토 아바타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진짜 같은 가짜 '버추얼 휴먼'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버추얼 휴먼 '루이'.(사진=루이커버리 유튜브 캡처)


이 가운데 또 다른 사이버 부캐 ‘루이’가 이목을 끌고 있다. 루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얼굴을 동영상에 합성하는 기술로 탄생한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이다. 버추얼 휴먼 캐릭터와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디오비스튜디오에서 자체 개발했다.

버추얼휴먼을 만드는 기술은 특정인의 얼굴을 영상에 합성하는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의 일종이다. 하지만 가상의 얼굴을 생성해 영상에 합성한다는 점에서 실존 인물의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존의 딥페이크와는 차이가 있다.

이는 AI(인공지능)가 생성한 가상 얼굴이다 보니 말 그대로 디지털 세상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루이는 스스로를 “온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디지털 분신”이라고 표현했다.

루이는 현재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에서 버추얼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평범한 유튜버처럼 강릉 여행 브이로그를 올리기도 하고 노래 부르는 영상을 올리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누리꾼과 소통한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충격적이다”, “다시 봐도 안 믿긴다”, “너무 감쪽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은 “AI는 콘셉트고 진짜 얼굴인 것 같다”, “연예인 지망생이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런 기획을 한 거라면 시작도 전에 끝이다. 명심하라”며 믿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느린 아바타는 옛말...극사실형 '사이버 부캐'의 대중화

디오비스튜디오는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온라인에서는 부캐로 살 수 있는 기술을 만들겠다”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개인이 루이처럼 극사실형 가상 얼굴의 사이버 부캐를 활용할 수 있는 날은 머지않아 보인다.

이미 지난 2019년 8월 이케아가 일본 도쿄에 매장을 내면서 버추얼 휴먼 '이마(IMMA)'를 모델로 기용해 화제가 됐다. 당시 이케아는 이마가 하라주쿠 이케아 전시장에서 먹고 자며 요가와 청소를 하는 등의 일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케아가 지난 2019년 공개한 버추얼 모델 '이마(IMMA)'가 요가를 하고 있다.(사진=IKEA JAPAN유튜브)


이전에는 미국의 스타트업 브러드가 '릴 미켈라(Lil Miquela)'라는 가상인간을 2016년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했다. 릴 미켈라는 현재 304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가상 인플루언서다.

국내에서도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가 공개한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로지는 여행을 가거나 화보를 찍는 등 실제 모델과 다를 바 없이 활동한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은 “지금 (흔히 사이버 부캐로 활용되는) 아바타는 움직임이 좀 둔하다”며 “하지만 버추얼휴먼은 사용자의 표정과 목소리도 반영되고 액션도 자연스럽기 때문에 추후엔 사이버상에서 실시간으로 또 다른 외모의 나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한 기술, '양날의 검' 같아

점차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버추얼 휴먼에 누리꾼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인성 논란이나 스캔들 등에 휘말릴 일도 없어 광고주나 팬 입장에서도 좋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는 반면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루이가 스스로가 버추얼 휴먼임을 밝히는 영상에서도 이런 우려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 누리꾼은 “디지털 부캐를 만들어서 인류가 얻게 되는 이득이 무엇이냐”며 “외모지상주의는 더 심해질 거다. 다들 나 자신을 잃는 걸 감수하고 부캐 키우기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100% 악용될 수 있겠다”며 가짜뉴스 확산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루이커버리' 유튜브 영상 댓글.(사진=유튜브 캡처)


이에 김 센터장은 “(버추얼 휴먼은) 아직 관망세라 다양한 장점이 있다"며 "플랫폼으로서의 산업 확장성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숨겨진 문제도 참 많다"며 "자칫하면 외모지상주의를 강화 시키는 요소가 될 수도 있고, '가상의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서 괴리감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로맨스 스캠'의 새로운 대안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로맨스 스캠이란 온라인을 통해 접근해 연애 감정을 유발한 뒤 각종 이유로 금전을 받아 가로채는 사기 기법이다.

김 센터장은 이 밖에도 명예훼손과 악용 등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악용에 따른 부작용은 항상 있다"며 "필요에 의해 사용하지만 개발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와 법조계 등은 이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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