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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임차보증금 지원, 나만 받기 어려운가요?

대학생 김모(25세, 남)씨는 서울 왕십리 근처의 원룸을 구하기 위해 매물을 알아보던 중 '서울시 청년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을 처음 접했다. 보증금을 대출받았을 때 이자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단 소식을 듣고 부동산에 문의했지만 김씨에게 돌아온 답변은 '매물이 없다'는 말이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청년층의 주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 2017년부터 시행 중인 '청년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 하나은행을 통해 7000만원 한도 내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면  서울시가 연 2%의 금리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상품 금리(2% 후반부터 시작)에서 서울시의 지원(2%)을 제외한 약 1%(최저 연 1%)대의 이자를 내게 된다.

이 제도는 기존 대출보다 금리가 낮아 목돈 마련이 어려웠던 청년들에게 마치 '동아줄'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지원대상 매물은 매우 한정돼 실질적인 수혜자가 적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상적' 주택만 가능…원룸 현실과 동떨어져 

지원 대상은 건축물대장상 '주택' 혹은 '주거용 오피스텔'로 분류된 주택이다. 신청 매물이 건축물 대장상 주택이 아니거나 다중주택·불법 건축물·공공임대주택일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서울시 내 상당수의 원룸이 '지원 제외 대상'에 속한다는 점이다. 청년들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실시하는 사업이지만 실제로 청년들이 이 실제로 거주하는, 혹은 거주해야 하는 곳과 사업 대상간 괴리가 있는 것.

마포구 서교동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 A씨는 "전세(매물) 자체가 귀한 것도 사실이지만 청년 전용 전세자금대출은 반전세나 월세 매물에서도 적용하기 힘들다"며 "전세든 월세든 일단 집 구조에 문제가 있으면 대출을 못 받는데 특히 원룸은 (대출이) 안 되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건축물 대장상 주택이 아닌 곳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근린생활시설'이다. 근린생활시설은 일상생활 속 편의를 위한 공간을 통틀어 말하는 것으로 미용실이나 슈퍼마켓, 세탁소 등이 있다.

건물이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됐지만 원룸 임대업을 하면 해당 원룸은 '용도 외 사용'에 해당한다. 결국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다.

흔히 고시원과 같은 다중주택도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여러 사람이 분리된 공간에서 거주할 수 있지만 취사 시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불법건축물의 일례로는 '방 쪼개기 원룸'이 있다. 가령 호수가 하나인 집을 3개로 쪼갠 후 각각의 방에 임대인 임의로 호수를 부여하는 것. 세 집은 각각 다른 호수를 가지지만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모두 동일하다.

공공임대주택은 지자체나 공기업(LH공사, SH공사) 등 공공기관이 공급 및 지원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원대상 매물 거주 환경 질 낮아... 지원 가능한 곳은 목돈 필요

서울시 내 주요 대학가인 신촌과 안암동, 왕십리에 위치한 부동산 열 곳에 청년 임차보증금 지원사업 대상에 해당하는 원룸을 구할 수 있는지 문의하자 '그렇다'는 답변을 준 곳은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열 곳의 부동산으로부터 지원기준(보증금 7000만원 이하)에 해당하는 매물은 3건에 불과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지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첫번째 방은 보증금 7000만원에 관리비를 포함한 월세가 10만원인 원룸. 반지하에 13㎡(약 4평)이 채 되지 않는 공간이었다.

또 다른 곳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가 35만원인 반전세 매물로 인근 부동산에서는 "집에 융자가 있어 확실한 건 대출 심사 넣어봐야 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마지막 물건은 보증금 1억 3000만원에 관리비가 별도인 곳이었다. 하나은행으로부터 최대 7000만원을 대출한다 해도 대출금과 맞먹는 6000만원의 여윳돈이 필요한 곳이었다.

A씨는 "(청년 전용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보증금 7000만원 내외로 구할 수 있는 반전세·전세방은 사실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며 "좋은 방(원룸)을 구하려면 보증금을 1억 중후반대까지 생각하거나 월세를 더 많이 내여 하는 실정"이라 말했다.

또 계약하고자 하는 매물에 융자가 있으면 다른 조건을 충족해 지원했더라도 은행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다.

설상 임차보증금 지원이 가능한 매물이 있어도, '성가신 계약'이 된다고 답변했다.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계약 성사까지 임차인과 집주인, 부동산 측 모두의 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

심지어 계약 성사 후에도 은행 심사용 자료를 제출하고 현장 심사까지 받아야 해 부동산과 임대인이 계약 자체를 기피한다는 현실을 설명했다.

 

서울시 "현실적 어려움 인지"…당장 개선은 어려울 듯

서울시는 "목돈이 없는 상황에서 금리 지원 상한액인 7000만원으로 서울시내에서 방을 구하기 어렵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어 "보다 많은 청년이 (청년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금리 지원이 가능한 대출금 규모를 늘려왔다"며 "2019년 2500만원이던 상한액을 현재 7000만원까지 증액한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예산을 더이상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현재 금융위원회에서도 청년전·월세대출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 역시 상한액이 7000만원"이라며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하는 사업의 예산은 사업 내용이 비슷하거나 동일한 국가 단위의 사업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보통이다. (국가 단위 예산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어 혁신에 가까운 예산 개편이 이뤄지려면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에서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청년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으로 체결할 수 있는 매물의 조건과 실제 주택 상황의 간극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이 서울시와 주택금융공사, 하나은행 등 3개 기관의 협약으로 진행되는 점을 들어 해명했다.

서울시 측은 "한계점을 인지했다"면서도 "은행의 경우 금융적 위험이 없다는 점만 보장되면 주거 환경이 불안정한 거주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청년 임차보증금 대출 사업 자체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기 때문에 (주택금융공사의) 보증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규정에 따라 불법건축물이나 다중주택 등을 지원 대상으로 포함할 수 없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많은 청년이 수혜받을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 개선을 도모하겠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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