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침해소! 청춘뉘우스~

“내가 남긴 기록이 나를 오히려 감시하는 기분이에요”

‘디지털 발자국’도 메시지...온라인 기록 관리하는 Z세대
온라인 이용 기록 남길 때 신중한 모습
Z세대 “내 기록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무섭다”
지나친 검열은 개인 자유도 낮춘다는 반론도
SNS 플랫폼 기능도 발맞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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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긴 기록이 빅데이터가 돼 나를 감시하는 기분이다.”, “껄끄러운 사이인 친구에게는 일상을 노출하고 싶지 않다.”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디지털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려 온라인 기록을 관리하는 모습이 확산하고 있다. ‘좋아요’, ‘댓글’, ‘팔로잉’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기능 하나하나를 이용할 때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

이들은 자신이 이미 남긴 온라인 기록을 일정한 주기로 삭제한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디지털 발자국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반응한다.

디지털 발자국(digital footprint)이란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며 웹상에 남겨 놓는 다양한 디지털 기록을 일컫는 말로, 디지털 흔적이라고도 한다. 구매 이력을 포함해 △전자 우편(e-mail) △SNS 이용 내역 △웹사이트 방문 기록 △검색어 기록 등 다양한 항목이 해당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팔로잉·팔로우가 뭐길래행위 자체로 메시지 전달

SNS의 ‘팔로잉(following, 특정 인물·계정의 소식을 계속 받아 보는 행위)’은 Z세대가 가장 크게 신경 쓰는 온라인 기록이다.

팔로잉 버튼을 누름으로써 남겨지는 디지털 발자국이 타인에게 자신의 가치관과 관심사를 드러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계정을 팔로우하거나 그렇지 않은 계정의 팔로우를 끊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Z세대는 이같은 의미를 지닌 ‘팔로잉 목록’을 낯선 사람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복수의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SNS를 활발히 이용한다는 장모(22·여)씨는 “평소 사용하는 공개 계정 말고도 친한 친구들과만 소통하기 위한 비밀 계정을 따로 만들었다”며 “팔로워를 아예 받지 않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팔로우하는 세 번째 계정도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대학 동아리나 회사 등 새로운 조직에 지원했을 때 내 아이디를 구글링(googling, 포털사이트 ‘구글’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행위)해서 정보를 확인해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온라인상에 남긴 기록이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두렵다”고 계정을 분리해서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용자를 들여다보는 ‘알고리즘’에 거부감을 느껴 온라인 기록을 초기화한다는 의견도 있다.

메일 내역·웹사이트 방문 기록 등을 주기적으로 지운다는 윤모(24·여)씨는 “내가 남기는 기록이 빅데이터가 돼 나를 감시하는 기분이 든다”며 “그런 감정이 싫기 때문에 온라인 기록을 민감하게 관리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디지털 발자국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이유를 ‘페르소나(가면을 쓴 인격)’라는 어휘를 사용해 설명했다. 디지털 발자국을 관리함으로써 드러내고 싶은 자아의 범주를 자신이 직접 설정한다는 것.

김 교수는 “Z세대는 스스로 삶의 일정 부분을 분리하고 그 영역을 규정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며 “‘자신이 한정한 영역의 사람들에게 특정한 모습으로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외부에 어떻게 보이는지 더욱 예민하게 생각하고 그게 곧 본인의 페르소나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팔로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Z세대의 대화 내용. 사진=독자 제공)

 

언팔은 곧 불화? 타인 디지털 흔적도 민감하게 살펴

Z세대는 자신만큼 타인의 디지털 발자국에도 깊은 관심을 보인다. 온라인에 남은 흔적을 살펴 타인의 윤리성을 판단하는 잣대로 삼고 있다. 특히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연예인의 경우 사소해 보이는 디지털 발자국도 큰 화젯거리가 된다.

남매 듀오 가수인 악동뮤지션은 지난해 오빠 이찬혁이 동생 이수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언팔로우’ 했다는 이유로 불화설에 휩싸였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누리꾼들이 두 멤버의 팔로잉 목록을 게시하며 의혹을 제기한 것. 불화설이 화제가 된 후 이찬혁은 “그렇게 큰 일이 될 줄 몰랐다”며 “아무 생각 없이 했다. 제가 가지고 있는 SNS 분위기와 맞는 분들을 팔로잉하고 싶었던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타인의 ‘팔로잉’뿐만 아니라 ‘좋아요’도 주관을 드러내는 의사 표현으로 간주한다. 윤모(24·여)씨는 “팔로우하는 이용자가 특정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는데, 그 게시물이 내 가치관이 다르거나 사회 가치에 반하는 극단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팔로우를) 취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디지털 발자국에 지나치게 과몰입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모(25·여)씨는 디지털 발자국을 관리하는 경향에 대해 “인간관계와 사유가 온라인 환경에 한정돼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지나친 ‘검열’이 될 경우 온라인에서 개인이 활동하는 자유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SNS도 흐름 발맞춰 변화…‘친한 친구에게만 게시글 노출

Z세대의 이같은 특징을 반영이라도 한 듯 각종 SNS는 사용자가 디지털 흔적을 섬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다른 이용자가 어떤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는지 확인할 수 있던 기능을 없앴다. 사용자의 디지털 발자국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또 친구 관계는 유지하지만 게시물을 볼 수 없도록 하는 ‘숨기기’ 기능도 추가했다.

특정 사용자의 게시글을 보고 싶지 않으나 ‘언팔로우’라는 흔적을 남기기 부담스러울 때 게시글만 숨길 수 있다. ‘언팔로우’ 여부는 상대방도 알 수 있지만 ‘숨기기’ 기능은 상대방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발자국을 노출하는 범위를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경우도 있다.

인스타그램은 ‘스토리’를 올릴 때 ‘친한 친구’ 목록을 설정해 특정 이용자에게만 노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카카오톡의 ‘멀티 프로필’ 또한 친구 목록에 따라 선택적으로 프로필을 설정하는 기능으로 이목을 끌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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