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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ASMR...."스톱모션 영상으로 힐링해요"

김지은(33·여)씨는 차분한 영상을 보고 싶을 때 유튜브에서 스톱모션 영상을 찾아 본다. 김씨는 "스톱모션 영상은 화면 전환이 적고 정적인 분위기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그는 클레이(점토)나 인형을 이용해 만든 스톱모션 영상을 가장 좋아한다. 이런 영상들은 ‘윌레스와 그로밋’·‘핑구’·‘패트와 매트’ 같은 옛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킨다.

김 씨는 특히 소리가 아주 생생한 스톱모션 영상을 좋아한다. 그는 “예를 들면 영상에서 이불을 쓰다듬는 소리나 요리가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 등이 잘 살려졌을 때 더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투박한 화면·생생한 소리 강조된 스톱모션 영상 인기

 

유튜브 채널 '진영예술가'의 샤브샤브 만들기 스톱모션 영상 중 일부 (사진=진영예술가 유튜브 채널)


MZ세대들 사이에서 스톱모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톱모션은 영상의 프레임 사이에 피사체의 동작에 직접 변화를 줘 피사체가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내는 촬영기법이다.

일반 애니메이션과 달리 피사체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툭툭 끊기는 것이 특징이다. 유튜브에선 한국인들이 만든 스톱모션 영상 채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독자들이 10만 명에서 많게는 100만명이 넘는 채널도 있다.

스톱모션 채널 운영자들은 각자 △클레이 △레고 △손그림 △인형 등 다양한 종류의 소품을 이용해 영상을 만들고 그 채널만의 개성을 살린다.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먹방, 화장 등 영상 유형도 여러 가지다. 스톱모션 영상은 소품 제작부터 촬영과 편집까지 하나하나 공을 들여야 해 제작 기간도 긴 편.

스톱모션 영상을 즐겨보는 이들은 수작업에서 나오는 영상의 투박한 매력이 강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는 스톱모션 영상이 시각적 자극은 줄이고 청각적 자극을 키워 시청자들의 감각을 더욱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여진(35·여)씨도 어린 시절 ‘윌레스와 그로밋’을 보면서 스톱모션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했다. 머리를 비우고 힐링하고 싶을 때 유튜브에서 요리와 관련된 스톱모션 영상을 본다.

정 씨는 “자연스러운 소리를 강조한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스톱모션 영상을 많이 본다"며 "화면은 투박하지만 소리는 사실적이다. 둘의 차이를 느낄 때 좋다”고 설명했다.

 

기획부터 소품 준비·촬영·편집까지 공 들여야

스톱모션 영상 제작은 소위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스톱모션 채널 운영자들은 영상 기획부터 소품 준비·촬영·편집까지 직접 맡아 영상을 제작한다. 운영자들은 5분 남짓의 영상을 만드는데 3주 이상 걸린다고 입을 모았다.

 

유튜브 채널 '진영예술가' 운영자 이진영씨가 '집밥 스톱모션'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 (사진=이진영씨 제공)


이진영(21·여)씨는 구독자가 30만명인 스톱모션 유튜브 채널 ‘진영예술가’를 운영한다.

이씨는 일상적인 경험과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림이나 글로 틈틈이 기록해 영상으로 제작한다. 그는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는 과정을 담은 ‘이발소 스톱모션’은 혼자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호기심에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잘랐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채널 진영예술가 영상의 특징은 선명한 색채의 알록달록한 그림들이다. 이 씨는 밑그림 그리기·채색·가위로 오리는 작업 모두 직접 한다. 소품들을 완성하면 그림을 일일이 조금씩 움직여가며 촬영한다. 이후 촬영한 영상을 보정 및 편집하고 상황에 맞는 음성을 녹음해 삽입한다.

이 씨는 “영상마다 제작 기간이 다 다르지만 보통 5분 정도 되는 영상은 완성까지 한 달 정도 걸린다”고 전했다.

 

유튜브 채널 'I like home' 운영자 송상규씨가 레고 스톱모션 영상을 만드는 과정 (사진=송상규씨 제공)


레고를 이용한 스톱모션 영상 제작도 많은 손길을 요한다.

레고 스톱모션 유튜브 채널 ‘I like home’을 운영하는 송상규(28·남)씨도 스톱모션 영상 제작이 전업이다. 송 씨는 평소 프라모델 만들기와 뜨개질 등 손으로 만드는 취미가 있었다. 취업을 준비하던 중 스톱모션 영상 제작에 도전했다고.

그는 처음엔 영상 제작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했다.

‘드래곤 프레임’이라는 스톱모션 영상 제작 프로그램을 활용해도 손으로 피사체의 움직임을 바꾸고 촬영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 촬영 후 영상에 나온 손이나 물체의 거치대를 편집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송 씨는 “영상 한 편을 제작하는 데 빠르면 3주, 규모가 커지면 한 달 이상도 걸린다”고 말했다.

 

유튜브 스톱모션 채널 'I like home'의 레고 오므라이스


그럼에도 송 씨는 스톱모션 영상 속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에서 나오는 특별함 때문에 공을 들일 가치가 있다고 했다. 또 이러한 스톱모션 영상의 개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재료가 레고라고 말했다.

송씨는 “아무리 세밀하게 움직임을 표현해도 레고는 블록이라 스톱모션 영상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한 움직임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 불편함이 스톱모션 만의 즐거움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레고 스톱모션 영상을 즐겨보는 최연주씨는 “레고 스톱모션은 레고 특유의 블록 느낌이 잘 드러나서 좋다”고 했다. 김서원(20·여)씨도 “레고가 흩어지는 장면이 멋있다. 다른 영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쾌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 스톱모션 영상은 청각적 자극 극대화해 자극 키워

전문가는 MZ세대는 미디어 소비에 훈련이 아주 잘 돼 있는 세대로 영상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을 분리(디커플링)해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스톱모션 영상은 시각적 자극은 비교적 줄이고 청각적 자극은 키운 영상인데, MZ세대는 이런 영상을 보며 자극을 극대화해 느낀다는 것.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스톱모션 영상의 경우 화면을 실제와 아주 똑같이 연출하기보단 시청자가 추측할 수 있도록 이끌면서 실제 소리를 넣는다”며 “시각적 자극은 줄이고 청각적 자극을 강조해 자극을 극대화하는 원리”라고 분석했다.

또 스톱모션 영상 자체의 매력도 있다고 했다. 일반 애니메이션의 경우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빼고 완성된 모습만 보여주는데 스톱모션 영상에는 그 과정이 녹아있기 때문.

박 교수는 이전에는 영상물이 이야기를 기반으로 전개됐으나 최근에는 주로 감각을 자극하거나 눈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영상의 길이가 길어 애니메이션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돼 서사를 즐길 수 있었다"며 "유튜브의 등장으로 영상 길이가 짧아지면서 서사의 구현이 어려워진 대신 많은 실험적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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