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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쓰기 알려드립니다"...취미 하나로 선생님되는 MZ세대

“처음엔 남산 둘레길을 혼자 걷다가 길 자체가 좋아서 친구, 동생들을 데려가게 됐어요. 그때마다 제가 다른 사람 걷는 자세에 대해 잔소리를 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점점 일이 커져 클래스까지 열게 됐네요.”

무용을 전공한 최서영(36·여)씨는 현재 재능공유 플랫폼에서 ‘바르게 걷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8월부터 시작한 수업은 벌써 햇수로만 3년 차다.

“일반인보다 보고 느끼는 게 호들갑스러운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씨는 주말마다 튜티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자세 교정과 자연 감상법 등을 전수한다.

그는 “처음엔 수익까지 생각하진 않았었는데 지금은 아예 작은 사업을 운영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최서영씨가 '바르게 걷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최서영씨 제공)


최근 MZ세대들이 자신의 재능과 취미로 수입까지 얻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본업과 관계없이 자신의 취미와 재능을 공유하며 부수입까지 얻는 것.

‘걷기’부터 ‘다이어리 쓰기’, ‘인스타그램 사진 보정법’까지 재능과 취미 하나만 있다면 누구든 튜터가 될 수 있다. 클래스 가격대도 천원 단위부터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최씨는 “바른 자세를 당연시하는 무용을 전공하다보니 다른 사람들도 (올바른 자세 잡는 방법에 대해) 다 아는 사실인 줄 알았다”며 “막상 소모임과 수업을 개설하고 보니 찾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자기개발하며 수입도 얻을 수 있어

평소 다이어리 작성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던 이경원(28·여)씨는 현재 ‘다이어리 작성법’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4년 전 친한 동생에게 이씨만의 다이어리 작성 팁을 알려준 게 클래스 개설 계기가 됐다.

이씨는 “4년간 매일 다이어리를 쓴 동생이 눈에 띄게 자존감이 높아지는 등 삶이 많이 변화했다”며 “클래스를 열어보지 않겠냐는 주변인들의 제안에 수업까지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이경원 씨 제공)


수업을 진행하면서는 평소 만나보지 못했던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여기에 부수입은 덤이다.

이씨는 “매 시간마다 좋은 영감을 줄 만큼 생각이 깊은 이들이 수업을 찾아준다”며 “간호사, 회계사, 대학생 등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수업을 들었던 아나운서 준비생 수강생은 꾸준히 다이어리를 쓰던 중 원하던 방송사에 합격해 감사 연락을 준 적도 있었다”며 “수업을 진행하면서 있었던 가장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라고 언급했다.

최씨 또한 "클래스 참여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며 "20대에서 40대가 가장 많고 자녀와 함께 참석하는 부모님들도 여럿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어차피 매주하는 등산을 하면서 소정의 돈도 벌 수 있고 평소 생각했던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 일조할 수 있어 좋다"고 흐뭇해했다.

손씨는 현재 '인스타그램 감성? 황금비율 사진 + 보정 레시피! 내 피드도 분위기 있게 변신!'이라는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손정민씨 제공)


현재 사진 촬영구도와 보정레시피 노하우를 알려주는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손정민(31세)씨도 클래스 운영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평소 어딜가나 사진 비법에 대한 질문을 들었다는 그는 “지인들도 만나면 항상 사진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였다. 개인 계정에서도 질문이 굉장히 많았다”며 “답변에 한계가 있어 미루던 중 사진보정 방법이 너무 알고싶다며 페이를 할테니 제발 알려달라 부탁한 사람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에피소드를 전해들은 지인이 플랫폼을 추천, 손씨는 수업을 개설하게 됐다.

손씨는 “일년 반 정도 지난 지금까지 3500명 이상의 수강생을 만났다”며 “나만이 가진 노하우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생각을 바꿨다고 느껴 나에게는 엄청난 일임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걸 돈 주고 배운다고?...그 이상의 값어치 있어

클래스에 만족하는 건 튜터들뿐이 아니다. 수강생들 또한 수업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클래스 플랫폼을 종종 이용한다는 윤진희(26·여)씨는 "가격도 큰 부담이 없고 이왕 하는 취미 생활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어 수업을 자주 신청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맞는 취미가 뭔지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언급했다.

베이킹에 관심이 많아 관련 수업을 여럿 들어 본 경험이 있는 장유진(24·여)씨는 "마카롱 같은 경우엔 사 먹기에는 너무 비싸고 집에서 만들기엔 실패할 가능성이 커 클래스를 신청해 만들어 오곤 한다"며 "수업을 듣다 보면 인터넷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까지 알 수 있어 혼자 하는 것보다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꿈꿔왔던 카페 창업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씨가 진행 중인 클래스 리뷰에도 "만족스러운 수업이었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

한 수강생은 "유아기 이후로 걷는 것을 배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호기심에 신청하게 되었다"며 "일상생활에서 정말 중요하지만 놓칠 수 있는 것들을 배우면서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최서영씨가 진행하고 있는 '뛰기는 싫고, 그냥 좀 걸을까?'수업 리뷰.(사진=탈잉 홈페이지 캡처)


 

“인플루언서블 세대 모습 반영”

이처럼 MZ세대가 취미를 단순히 배우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는 ‘인플루언서블 세대’의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인플루언서블 세대란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하거나 인플루언서처럼 행동하는 특징을 지닌 Z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대학내일 트렌드 미디어 ‘캐릿’에서 정의한 개념이다. 브이로그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개인이 이벤트를 여는 등의 행위가 이들의 특징으로 꼽힌다.

신지연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은 “이런 현상은 자기에 대한 관심이 많을 시기인 연령적인 특성과 개개인의 참여가 사회 이슈로 커지고 변화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적 특성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Z세대는 자신이 영향력이 있는 존재라 생각해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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