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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만 개정하면 뭐하나...잇따르는 동물 학대

반려동물 학대가 증가하고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회는 지난 2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수준이던 처벌 수위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는 동물 학대 소식이 이어지고 있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동물권 보호단체를 중심으로는 수사 당국의 적극성 뿐만 아니라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달 사이 쏟아진 동물 학대 소식

지난달 29일 인천에서 살아 있는 애완견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버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애완견은 살아 있었지만 기아와 탈수 등 증상을 보이며 제대로 걷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같은달 24일에는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고양이 6마리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고양이 6마리의 입에는 피와 거품이 묻어 있어 누군가 독극물을 먹인 것으로 추정,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북 상주시에서도 지난달 7일 개의 목줄을 차에 매단 채 시속 60~80km로 끌고 다니는 영상이 공개돼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당시 목줄에 묶여 4km를 넘게 끌려다녔던 개는 결국 숨을 거뒀다. 제보자에 따르면 당시 개는 네 발이 모두 뭉개져 피투성이가 돼 있었다. 이에 해당 운전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 청원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이외에도 동물권단체 '케어'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키우던 고양이를 밤새 3층 창문틀에 앉아 있게 한 뒤 결국 밀어 떨어뜨린 고등학생의 영상이 공개되는 등 동물학대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동물 학대를 하는 이들은) 동물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단순히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 자체로 이미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물법·환경법 전문가인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동물 학대와 가정 폭력의 연관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관련 내용을 법령에 반영하고 있다"며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은 인간을 자주 학대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동물 학대는 가정폭력 등 다른 사회적 범죄의 지표일 수 있고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며 "동물 학대는 심각한 반사회적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동물 학대 매년 느는데...처벌은 미미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동물 학대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발생 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9년 사이 13배 넘게 증가했다. 이 기간 총 발생 건수는 3048건이다.

증가세인 동물 학대 건수보다 더 큰 문제는 법적인 처벌을 받는 사례가 극소수라는 점이다.

이 기간 중 동물 학대 사건 기소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4명 중 184명은 벌금형의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39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집행유예가 29명, 실형 선고는 10명뿐이었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 등은 경찰과 검찰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동물 학대 처벌 수위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볼 순 없다”며 “법 조항이 아니라 실제 얼마나 처벌받느냐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합당한 처벌을 받으려면 제대로 된 수사를 받아야 하는데 (동물자유연대 측에서) 제보를 받아 경찰에 고발할 때도 수사 단계부터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경찰로부터 능력이 부족해서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다며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 건 잔혹 범죄에 대해서는 합당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지금은 그나마 과거에 비해 바뀌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수사와 처벌 단계에서 지지부진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동물보호법은 1991년에 만들어진 이후로 수 차례 개정돼 왔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 필요

이에 수사 당국의 적극성 뿐 아니라 반려동물 입양 절차와 교육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코와 입이 잘린 채 발견된 유기견 ‘순수’를 보호한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반려동물 분양 절차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청원 글을 통해 “현재는 아무런 제제나 규제 없이 쇼핑하는 물건처럼 반려동물을 사고팔고 버리고 있다”며 “반려동물을 분양받으려면 어느 정도 지식을 갖기 위한 수강을 해 수료증을 이수하거나 자격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순수'를 보호하고 있는 A씨 인스타그램)


이에 대해 채 팀장은 "분양과 관련한 제반절차를 갖춘 외국에서도 동물 학대 사건은 발생한다"며 "동물 분양과 등록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면 경각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동물자유연대 등이 주장하고 있는 ‘반려동물 이력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채 팀장은 “지금은 폐지됐지만 스위스가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의무 교육을 받도록 법으로 정해 놓았던 적이 있다”며 “이런 제도 뿐 아니라 동물의 생산 단계부터 입양까지 기록해 관리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함 교수는 “지금의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 금지의 유형이 제한적이다”라며 “현재는 법에서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예시 방식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학대당한 동물을 소유자가 사육하지 못하도록 행정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법원으로 하여금 몰수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적인 처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동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렇게 되면 동물보호법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30일 ‘동물 학대 수사매뉴얼’을 4년 만에 개정했다. 그간 경찰의 동물 학대 수사매뉴얼은 실제 수사에서 참고하기에는 턱없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또 같은달 9일 법무부에서는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민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법적으로 ‘물건’으로 취급돼 온 반려동물을 ‘비물건’으로 바꾸는 방안이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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