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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찍어 내일 업로드 해요"…인스타 대체할 'DISPO'

최근 ‘인스타그램을 대체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며 등장한 애플리케이션 'DISPO(디스포)가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디스포는 기존 사진을 활용하는 앱과 달리 앱을 통해 촬영한 사진만 게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다른 SNS에 게재되는 과도하게 보정된 사진, 현실을 왜곡하는 콘텐츠에 환멸이 난 사람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디스포에서는 게시물을 올릴 때 설명 문구인 캡션을 추가할 수 없다. 오직 앱으로 촬영한 사진만 게시할 수 있다.

DISPO 갈무리, 왼쪽은 DISPO 어플의 첫 화면 / 오른쪽은 팔로우 중인 '롤'의 목록 (사진=김세은 기자)


 

일주일간 디스포 직접 사용해보니...'필카' 같은 '디카'

디스포도 최근 화제가 됐던 클럽하우스처럼 초대장이 있어야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정을 생성한 18일에는 초대장이 없어도 사용이 가능했다.

앱을 구동하면 처음 나오는 화면은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연상시킨다. 디스포라는 앱 이름도 일회용 카메라를 영어로 번역한 ‘disposable camera’에서 기인했다.

촬영법은 간단하다.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 앱처럼 화면 속 버튼을 눌러 사진을 촬영하면 된다. 다만 결과물은 다음날 오전 9시가 돼야 볼 수 있다. 사진 촬영 후 필름을 현상해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사진을 찍는 횟수도 제한이 없다. 다만 앱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실제 필름카메라를 본떴기 때문에 앱 화면 속 뷰파인더 역시 매우 작다. 단번에 좋은 결과물을 내기는 쉽지 않아 셔터를 여러 번 눌러야 한다.

찍은 사진은 휴대폰의 사진첩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편집하거나 보정한 후 디스포에 게시할 수는 없다. 디스포 앱으로 사진을 찍은 사진만 타임라인에 올릴 수 있다.

기존 SNS와 달리 디스포의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타 사용자의 ‘롤’을 따로 팔로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롤은 일종의 사진첩과 같다. 폴더를 정리하듯 촬영한 사진을 선택해 한 데 모아둔 것이 롤이다.

특정 이용자의 게시물이 마음에 든다면 이용자를 팔로우해도 되고 이용자가 만든 롤만을 팔로우할 수도 있다. 각자의 감성에 맞는 사진만을 볼 수도 있고 SNS의 주기능인 '소셜 네트워킹', 즉 사람들과의 소통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 롤에 다른 이용자를 초대해 사진 게시자를 다중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타인의 롤에 내가 사진을 올릴 수도 있다.

 

캡션 금지에 기존 사진 업로드 불가... "광고 없어 좋아요"

디스포의 또 다른 특징은 '사진 캡션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는 텍스트와 해시태그, 장소 정보 등이 사진에 버금가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디스포에서는 부연 정보를 일절 덧붙일 수 없다. 오직 앱으로 찍은 사진만 업로드 가능한 것.

그 대신 ‘댓글’창은 활용할 수 있었다. 다른 SNS에서 사진을 올린 후 바로 아래 사진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듯 디스포에서는 댓글창을 통해 캡션을 달거나 타인과 소통하기도 한다.

디스포 갈무리. 사진 왼쪽은 캡션 없이 업로드한 사진의 모습.  오른쪽은 댓글창으로 사진을 부연설명한 모습 (사진=김세은 기자)


뿐만 아니라 디스포에는 기존 SNS와 달리 '광고'가 없다.

게시물을 올리려면 앱으로만 촬영해야 하고 사진 확인까지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 단순 배너 광고뿐만 아니라 캡션을 달 수 없어 텍스트를 활용한 광고 역시 어려워질 전망이다.

베타버전일 때부터 디스포를 사용했다는 A씨(33세, 여)는 "인스타그램에서는 팔로잉하지 않은 계정의 게시물도 광고로 피드에 뜨곤 했다"며 "(광고를) 사진으로 찍어 올릴 수야 있겠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광고를 볼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디스포를 사용하며 느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A씨는 "다른 SNS에 익숙해져서인지 사진 촬영 후 게시물을 올리려면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다"라며 "확실히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적어지긴 하지만 SNS 특유의 '현재를 공유'한다는 느낌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인스타에 지친 사람들… SNS 시장의 변화는 이미 예고된 것?

인스타그램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자기 과시성 사진과 글이 가득한 인스타그램을 보면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며 '탈인스타그램'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인스타그램은 왜 심리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것일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SNS에 첫발을 내딛는 이유로 '호기심'을 꼽았다. 다른 사람이 뭘 입고 뭘 먹으며 사는지 궁금한 마음이 SNS 계정을 만들도록 유도한다는 것.

초반엔 셀럽(셀러브리티, Celebrity)과 타인들의 일상 모습에서 현재의 내가 닿지 못하는 것을 간접 경험을 한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곽 교수는 인스타그램이 개인의 가장 멋진 모습을 공유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초반에 느낀 신기함이 타인과 나의 비교로 이어지면 감정이 피로해진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비교는 사실 인간의 본능"이라며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는 유행을 따라가기도 하고 성취 지향적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비교에는 자연스럽게 '박탈감'이라는 감정이 뒤따른다"며 "인스타그램 속 타인의 모습은 그의 최선이지만 그걸 보고 있는 나는 아마 가장 현실적인 상황 속에 있을 것이다. 두 모습에 대한 괴리를 크게 인식하면서 피로감이 오는 것"이라 덧붙였다.

비단 콘텐츠 수용자뿐만 아니라 게시자 역시 마찬가지다. 곽 교수는 "SNS 속 내 모습에 자아도취 하며 사진이나 글을 업로드하는걸 멈출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꾸며진 모습으로 가득한 인스타그램에 사람들이 환멸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단순하고 꾸밈없는 순간에 대한 갈망이 디스포와 같은 새로운 성격의 SNS를 만들어 낸 것"이라 설명했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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