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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성별이 무슨 대수라고... 고정관념 깨는 광고계

“나한테 이런 역할이 들어왔다. 젊고 이쁜 애들도 많은데. 근데 (광고) 잘못 들어온 거 아니니? 아니 자세히 알아봐 진짠가.”

배우 윤여정이 특유의 시니컬한 말투로 의아함을 드러내는 영상. 이 영상은 지난 12일 유튜브에 공개된 여성의류 전문 온라인 플랫폼 '지그재그'의 광고다.

지그재그는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여성의류 전문 온라인 플랫폼이다. 윤여정을 모델로 발탁, 파격적인 포문을 연 지그재그 광고는 이후 ‘옷 입는데 남의 눈치 볼 거 뭐 있니?’ ‘니들 맘대로 사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연달아 게시했다.

(사진=크로키닷컴 제공)


 

브랜드 메시지 전하기에 최적화된 모델

그동안 의류 관련 모델은 젊은 세대의 모델들이 도맡아 왔다. 특히 10대 20대가 주 고객인 쇼핑 플랫폼은 광고 모델 또한 비슷한 연령대인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나이 일흔이 넘은 배우 윤여정이 지그재그의 모델로 발탁된 것.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는 “윤여정 씨는 틀에 박힌 역할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고 있다"며 "쇼핑 앱 모델은 2030대가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지그재그가 갖고 있는 쇼핑에 대한 가치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해 이번 시즌 뮤즈로 발탁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최근 본 광고 중 가장 인상깊고 가장 힙하다”, “한국에서 가장 멋있는 광고”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패션에 나이는 없다는 메시지와 더불어 브랜드 자체의 퀄리티가 한층 더 높아진 느낌까지 대박이다”라는 극찬까지 줄을 이었다.

유튜브에 공개된 광고 조회수는 영상 게시 일주일 만에 144만회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세대, 성별 지우기 나선 광고계

지그재그처럼 기업이 광고 모델 기용에 있어서 세대간 경계 지우기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배달의 민족은 ‘배민 오더’의 광고 모델로 배우 문숙(67)을 발탁했다. 지난 2월 화장품 브랜드 리더스코스메틱은 원로배우 강부자의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배달의 민족'은 배우 문숙을 광고 모델로 캐스팅했다.(사진=배달의 민족 공식 유튜브)


그런가하면 성별 구분이 희미해지는 ‘젠더리스(Genderless)’는 일찍이 패션과 뷰티 업계에 광고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지난 2017년 색조 화장품 브랜드 릴리바이레드는 가수 겸 배우 권현빈을 모델로 발탁했다.

뷰티 업계에서 남성 모델을 기용하는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기초 화장품 모델로 활약했을 뿐 색조 화장품은 여성 모델이 담당했다.

이 가운데 릴리바이레드는 색조 화장품 모델로 남성을 기용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겨 줬다. 실제로 빨갛게 두 볼과 입술을 물들인 권씨의 모습에 소비자들은 낯설다는 반응 대신 “획기적이다” “찰떡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화답했다. 당시 그가 광고한 틴트는 ‘권현빈 틴트’라 불리며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색조 브랜드 '릴리바이레드'는 지난 2017년 모델로 권현빈을 발탁했다.(사진=릴리바이레드 공식 유튜브)


릴리바이레드 관계자는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잘 맞을뿐만 아니라 신규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다고 판단해 권현빈을 모델로 발탁했다"며 "당시 남자 모델이 메이크업 브랜드 모델로 나서 틴트를 진하게 바르고 나오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느껴졌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권현빈씨가 출연했던 '프로듀스 101'이 인기리에 방영돼 모델 발탁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큰 이슈가 됐다"며 "모델의 팬이 곧 소비자가 되어 굿즈를 구매하듯 제품을 구매했고 제품 퀄리티도 인정받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당시 릴리바이레드는 권현빈이 여성 모델인 가수 겸 배우 강미나와 미모 대결을 한다는 콘셉트로 차별성을 더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간 남녀 더블 모델을 기용한 브랜드는 많았지만 주로 연인 콘셉트가 많았고, 남자 모델은 남자친구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릴리바이레드는 이후에도 새로운 남성 모델로 가수 겸 배우 최보민을 발탁하기도 했다. 색조 화장품으로 유명한 또 다른 브랜드 클리오(CLIO)는 김우석을, 바닐라코는 김민규와 송강을 캐스팅 해 젠더리스 흐름에 동조했다.

또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지방시 뷰티’는 가수 강다니엘을 모델로 발탁하는 등 국내외 브랜드를 막론하고 젠더리스 바람이 불었다. 이들은 모두 화보 속에서 짙은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메이크업 브랜드 '바닐라코'는 지난 2019년 프로듀스X101 출신 김민규를 모델로 발탁했다.(사진=바닐라코 인스타그램)


 

"광고는 시대를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

릴리바이레드 관계자는 "남자 뷰티 모델 기용은 단순히 구매자인 여성들의 눈길을 끄는 용도 보다는 '젠더리스'라는 하나의 사회적 관념을 접목시킬 수 있다"며 "누구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있고, 평등하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처럼 사회적 통념을 깨는 기업의 활동이 계속되면 성역의 개념은 사라지고 사회가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효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광고 시장에서는 혁신의 바람이 과거부터 꾸준히 지속됐다"며 "재밌고 신선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광고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론 시대를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고정관념을 탈피한 광고가 제작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렌드를 명확히 간파하지 못해 곤욕을 치른 브랜드도 있다.

‘마블리’로 불리는 배우 마동석을 뷰티 모델로 기용해 차별화에 성공한 에뛰드는 지난 2017년 방송인 전현무를 모델로 썼다가 누리꾼들의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전현무가 과거 방송에서 ‘여혐’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해 문제가 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에뛰드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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