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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떨어졌나요?"...취준생도 갸웃하는 '탈락 사유 고지법'

"끽해봐야 매크로(자동화 컴퓨터 프로그램) 돌리는 게 다일 텐데 결과적으로 이게 무슨 효용이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불필요한 작업만 늘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 11일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댓글이다.

최 의원은 채용 탈락자에게 불합격 사유를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구인자는 채용 불합격을 통보받은 구직자 요청이 있으면 14일 이내에 알려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채용 과정에서 기업에 비해 정보가 부족한 구직자들을 위한 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20대 국회에서 이 법안과 비슷한 내용을 신경민·김수민 전 의원이 발의했지만 재계의 반대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큰 도움 안 될 것" vs "최소한의 예의"

채용 탈락 사유 고지의 필요성은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6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825명을 대상으로 '면접 탈락 후 피드백을 원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 이상(82.8%)이 '피드백 받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자사 필기·면접 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자에게 전형결과 피드백을 제공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2030 취업준비생을 위한 법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취업준비생들은 해당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상반기 채용에 응시한 임선우(28·여) 씨는 해당 법안에 대해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채용 상황은 매년 바뀌기 때문에 탈락 사유를 참고해 구직자가 보완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채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라고 일축했다.

취업 준비 중인 A씨(27세·남)는 해당 법이 전체 채용 과정 중 필기 전형에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필기시험에서 내 점수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채용 과정에서 필기시험은 1차 관문일 뿐이고 결국 면접에서 (당락이) 나뉘는데 면접은 정성평가이기 때문에 명확한 탈락 사유가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내가 왜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냐고 물어본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우리와 맞지 않는 인재상이다' 라는 답변밖에 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실효성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사측이 구직자에게 예의를 갖추는 차원에서라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이혜원(24세·여) 씨는 탈락 사유 통보에 대해 "보여주기식 통보라도 면접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며 "특정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구직자 입장에서 '불합격' 세 글자 통보를 받으면 허망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 "기업의 채용 부담이 늘 것"

재계는 이 법안이 채용관련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마다 뽑는 기준이 다른 상황에서 불합격자가 납득할 만한 객관적 이유를 설명하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있어서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기업 채용 과정은 상대평가인 경우가 많아 명확한 탈락사유를 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원자가 기대하는 피드백 내용과 기업이 통보할 수 있는 피드백 사이에 괴리가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은 "기업이 고지한 사유를 구직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이라며 "정성 평가 비중이 큰 면접을 정량 평가로 진행하려는 상황이 되면 사람이 전부 수치화되는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진단했다.

 

◆채용과정보다 중요한 건 채용 시장 안정화

전문가와 취업준비생은 모두 "중요한 것은 고용시장 안정화"라고 입을 모았다.

취업준비생 임 씨는 "채용시장 안정화 등 근본적인 고용 불안을 해소하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도 "지금 시급한 일은 기업이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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