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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따른 상처도 장애로 인정해야"

"화상 환자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다른 사람들이 피하죠. 그 사람들이 볼 때는 화상흉터가 무슨 전염병처럼 보이니까..."

지난 24일 마무리 된 '2021 페이스 이퀄리티 캠페인(Face Equality Campaign)'에 참가했던 정우훈(43·남)씨는 "사람들이 화상이 어떤 건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이를 알리려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4년 전 사고로 전신의 68%에 화상을 입었다. 사람들의 시선, 신체적 불편함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 서울시 중증장애인 인턴제도를 통해 일을 시작하며 이를 극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0 페이스 이퀄리티 캠페인 영상 (사진=한림화상재단 유튜브)


한림화상재단은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동안 영국 비영리단체 FEI(Face Equality International)와 함께 '2021 페이스 이퀄리티 캠페인'을 진행했다. 전세계 16개국 34개 단체가 참여한 이 행사는 2008년 영국에서 시작해 2019년 전세계로 확대했다.

이 캠페인은 화상 안면손상 등 다양한 이유로 직면하는 사회적 문제를 강조하고,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영국 FEI는 외모 차이를 가진 사람들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다. 한림화상재단은 FEI와 2019년 파트너기관 협약을 맺고 화상으로 인해 사회적 차별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인식개선 캠페인, 교육, 정책 제안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화상환자, 기능장애·사회적 차별·생활고 등 3중고 시달려

화상환자는 외모로 인한 사회적 차별, 신경손상·절단 등으로 인한 기능 장애, 치료비 마련과 취업 어려움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를 복합적으로 겪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상 환자를 장애인으로 인정하는 게 시급하다는 게 관련자들의 입장이다.

양희택 협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화상장애인'은 ‘화상으로 인한 손상에 대해 치료를 받고, 퇴원 후 6개월이 지난 이후에도 의료적 기준의 장애 자체뿐 아니라 사회와 환경으로부터 불리와 일상생활 활동 및 사회적 참여에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그러나 화상은 장애인복지법이 규정하고 있는 15개 장애유형에 포함돼 있지 않기에 이들은 안면장애와 지체장애 등으로 나눠 장애판정을 받는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이 정하는 15개 장애유형은 △지체△뇌병변△시각△청각△언어△지적△정신△자폐성△신장△심장△호흡기△간△안면△장루요루△뇌전증이다.

화상경험자인 정씨 역시 전신의 68%에 3~4도의 화상을 입었으나 안면장애와 왼손의 지체장애만을 장애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정씨는 안면과 손 외의 피부에 대해서도 "화상흉터는 구축(반복되지 않는 자극에 의해 근육이 지속적으로 오그라든 상태)이 심해 피부재건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도 "화상이 장애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의료비 등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라고 전했다.

화상장애인이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 평등한 기회를 얻고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장애인 인정이 필요하다.

한림화상재단의 조현진 사회복지사는 "(화상이) 장애범주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국가에서 하는 취업 지원, 생계 지원 등의 장애인 복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흉터로 인해 변한) 외모 때문에 취업 등 사회생활이 어렵고, 그러다보니 화상환자는 사회 참여 기회 자체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복지부 "어려움 알지만 제도적 한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화상을 장애유형으로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화상은 '질환'에 해당하고 일반적인 질환이 장애 유형이 되는 경우는 없다"며 "장애로 정의할 수 있는 신체적·사회적 문제는 안면장애, 지체장애 등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얼굴, 팔, 다리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부위의 화상은 편견으로 인한 사회생활의 제약이 적고, 구축·소양증 등 흉터로 인한 불편함은 개인차가 있어 장애 범주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다만 복지부는 화상 환자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피부재건술이 불가능한 중증 화상환자가 사용하는 인공진피 이식술에 건강보험을 적용, 이전 비용 168만원(인공진피 2개 기준)에서 3만5000원으로 비용 부담이 줄었다.

중증 환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산정특례 역시 기준도 완화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급여 적용 유무는 의학적 기준에 따라 마련한 것"이라며 "재정도 한계가 있어 아직까지는 비급여 항목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냅타임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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