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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일상화'가 낳은 그늘... 사이버 학폭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비대면 생활의 일상화가 학교 폭력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물리적 폭력으로 대표되던 학교폭력이 사이버 공간으로도 옮겨 온 것.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학생들이 온라인 환경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지원을 강화하고 관계 부처·기관 및 민관과 협력에 나서는 등 사이버 폭력 증가세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이버 폭력도 학교 폭력의 한 형태’라는 인식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 사이버폭력 실태를 알리기 위해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가 제작한 '사이버폭력 백신'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모습. 실제 사이버폭력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사이버폭력 백신' 앱 캡처)


 

몸 아닌 마음 다쳐...빠른 발견 어렵고 흔적 지속 확산돼

교육부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이란 ‘정보통신 기기나 온라인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모든 유형의 폭력’을 뜻한다. 세부 유형으로는 △사이버 언어폭력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따돌림 △사이버 갈취 △사이버 스토킹 △사이버 영상 유포 등이 있다.

대표적인 예는 단체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괴롭힘이다.

SNS에 비방 댓글을 반복적으로 달거나 떼카·카톡 감옥 등으로 ‘사이버 감금’을 행하는 식이다. 게임머니 등 사이버상 금품을 갈취하기도 한다. 피해자의 사진을 우스꽝스럽게 합성해 온라인 공간에 유포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는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학교폭력 예방·치료를 위한 비정부기구(NGO) 푸른나무재단에 따르면 15세 여학생 A씨의 경우 남자 선배가 친구의 계정을 도용해 성(性)적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주변에 선배에 대한 불평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선배가 A씨의 사진을 캡처해서 욕설과 함께 SNS에 올리고 사과하라고 협박하는 사례가 있었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사이버 폭력에 따른 피해는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초등교사로 재직 중인 B씨(25)는 "비대면 수업을 위해 이용하고 있는 '반 오픈채팅방'에서 타인을 사칭한 C학생이 D학생을 사칭해 반 아이들에게 '너희들 다 짜증난다. 조만간 내 생일이니 생일선물을 갖다 바쳐라'는 식의 거짓 메시지를 올렸다"며 "이 사실을 알고 해당 아이디를 차단했지만 C학생은 금세 다른 아이디와 이름으로 접속해 비방글을 계속 남겼다. D학생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반 아이들에게 의심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이버 폭력은 기존 물리적 폭력에 비해 외부로 쉽게 드러나지 않아 신속한 발견이 어렵다는 특징을 보인다. 시공간의 제한이 없는 온라인상에서 흔적과 기록이 복제·확산되는 지속성도 발견된다. 폭력을 매개하는 도구 또한 언어를 비롯해 사진과 영상 등으로 다양하다.

 

물리적 폭력 줄자 사이버 폭력 비중 커져

코로나19가 바꾼 교육 환경은 학교 폭력의 양상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등교 제한과 원격수업 병행 실시로 학생들이 온라인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자 전체 학교 폭력 유형 중 사이버 폭력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

교육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0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교폭력 피해 유형 중 사이버 폭력 비중은 12.3%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차 조사 결과에 비해 3.4%포인트 증가한 결과다. 신체폭력 등을 비롯한 다른 6개 피해 유형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해당 수치는 2016년(9.1%)과 2017년(9.8%)에 이어 2018년(10.8%)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8.9%로 소폭 감소했으나 올해 다시 급증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지난해 등교 일수가 줄어 전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감소했다”며 “사이버 폭력 피해유형 응답 건수도 전년대비 증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수업의 영향으로 다른 피해 유형의 비중이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사이버 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비중이 커졌다는 것.

이어  “(피해유형별 응답률 실태조사를 시작한) 2013년과 비교하면 올해 사이버 폭력 비중은 3%포인트 가량 증가했다”며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 사용량 등 사회 환경 변화를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 사이버 폭력 비중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부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원격수업 등 학생들의 생활공간이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비대면 상황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사이버 폭력과 SNS를 통한 스토킹으로 분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예방교육·법률 개정·실무협의체 설치...‘사각지대해소될까

교육부는 사이버폭력 예방교육인 ‘사이버 어울림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유관 부처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법무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13개 부처 및 기관 합동으로 ‘학생 사이버폭력 예방 및 대응 실무협의체’를 발족했다. 신종 사이버 폭력 예방·대응책 마련과 교육 지원 등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14~18일 진행되는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주간’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사이버 폭력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은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사이버 폭력을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의 한 유형으로 추가해 그 개념과 범주를 명확히 정의하기 위해서다. 배준영·임종성·이채익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두고 교육위원회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양정숙 의원 또한 지난달 31일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구성할 때 따돌림 및 사이버 따돌림에 관한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하는 학교폭력예방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사이버 폭력은 물리적 폭력과 서로 다른 대처 방법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개정안을 발의한 취지를 설명했다.

 

전문가 예방 교육과 비폭력 문화라는 두 축 강화해야

전문가는 사이버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선도적인 예방 교육과 더불어 비폭력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이 사이버 폭력이 학교 폭력의 한 형태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예방·치료를 위한 비정부기구(NGO) 푸른나무재단의 최지원 사이버SOS센터 연구원은 “학생들은 물리적 폭력에 대해선 잘 인지하고 있지만, 사이버 폭력은 따돌림·배제 등 (또래 간) 관계성을 활용하는 식으로 교묘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사이버 폭력을 목격했을 때 신고하고 피해자를 방어할 수 있는 문화를 학급 단위로 조성해야 한다”며 “실태조사·예방 교육과 더불어 (비폭력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캠페인 활동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윤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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