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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광고도 거짓이면 처벌받는데”...유명무실 ‘채용절차법’

“정규직이라고 했는데 근로계약서에는 1년 시용계약으로 돼 있더라고요.”

지난 3월 한 회사의 ‘정규직 및 계약직’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한 A(27세·여)씨는 전화로 합격 통보와 함께 정규직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A 씨가 출근 첫날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3개월 시용근무 이후 9개월의 시용을 한 번 더 거쳐야 한다고 돼 있었다. 담당자는 이 계약에 대해 ‘통과 의례’라고 설명했다.

A씨는 안내받은 채용 조건과 다른 근로계약서에 당황했지만 “어렵게 취직한 회사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어 계약조건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전체 95%인 30인 미만 사업장은 미적용

구직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이 실제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짓 채용, 채용공고의 부당한 변경, 채용과정에서의 아이디어 탈취,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수집 등의 피해를 본 구직자는 채용절차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지만 실제 노동 현장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채용절차법 위반 사례는 법이 개정된 2019년 7월 이후 559건이다. 이중 수사기관에 통보된 것은 단 한 건에 불과하며 시정명령 역시 10건(0.2%)에 그쳤다.

채용 확정 전에는 구직자가 채용 조건에 관해 알기 어렵고, 법 위반 사항 대부분을 과태료로 처벌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 신고해도 구직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해당 법안은 현재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당한 피해는 제재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2019년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실체현황에 따르면 전체 95%의 사업장이 30인 미만 사업장이다.

 

(표=고용노동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제공)


법안의 문제가 지적되자 국회에서도 법률안 개정을 추진했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상시근로자수 30명 미만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도 △거짓 채용광고 등의 금지 △채용강요 등의 금지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수집 금지를 적용함으로써 구직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김승남 의원실 관계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구직자들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으로도 몰리고 있다“며 ”이 구직자들까지 폭넓게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행정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라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계도 채용절차법을 준수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2019년에 개정한 채용절차법을 또 다시 개정할 경우 이전 법도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행정적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처벌 조항 강화와 거짓 채용광고 규제 등의 조치 필요"

전문가들은 적용 범위의 확대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법적·행정적 추가조치가 수반돼야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쁨 노무사사무소의  이기쁨 대표노무사는 "구직자를 보호한다는 입법 취지에서 법안의 적용 범위는 확대해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적용 범위만 늘려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이 노무사는 "처벌 규정을 강화하거나 일부 조항을 근로기준법과 연계하여 구직자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조치가 수반돼야 법적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의 박점규 운영위원은  "3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거짓 채용광고를 근절할 수 있는 행정적 조치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채용광고와 근로계약서가 다른 것을 발견했지만 계약 후 해당 문제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 이미 '구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직장 갑질 119는 구인·구직 사이트의 삼진아웃제 도입을 거짓 채용광고 근절의 한 방법으로 제시했다. 기업측이 거짓 채용광고를 올린 사실이 3회 이상 적발되면 더는 채용광고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박 운영위원은 "계약 여부와 무관하게 거짓 채용광고를 처벌할 방법이 필요하다"며 "상품광고도 거짓으로 하면 안되는데 사람 광고를 거짓으로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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