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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고혈압·당뇨 환자는 백신 접종하면 안된다?

지난 21일 경기 부천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은 60대 남성이 이틀 만에 숨졌다. A씨의 유족은 조사에서 “A씨가 과거 고혈압과 당뇨 증상이 있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고지혈증이나 당뇨·심근경색있는 환자들은 접종을 피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지 그냥 맞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 "고혈압 약 먹는 사람도 백신 접종해도 되냐"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또한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혈소판감소성혈전증(TTS) 진단을 받은 30대 남성이 사망하면서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는 만큼, '고혈압·당뇨 환자는 백신 접종하면 안되는지' 사실을 확인해보았다.

(출처=이미지투데이)


 

고혈압·당뇨 환자는 백신 접종하면 안된다? → '대체로 사실 아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혈압이 높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 더 심각한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CDC에서 170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약 10만 명을 분석한 결과, 고혈압 등 기저질환자의 입원 확률이 일반인보다 6배 높았고 사망 확률은 12배나 높았다. 이에 따라 CDC는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 백신 접종을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질병관리청은 "백신 임상 연구 당시, 기저질환자에게도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 지표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백신을 맞은 후에 고혈압·당뇨 약 복용해도 괜찮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국의 고혈압 협회(Blood Pressure UK) 역시 "코로나19 감염 후 뇌졸중이나 심장 마비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며 기존에 먹던 약의 복용을 중단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반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될 때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신문에서는 '항고혈압제의 하나인 ACE 억제제가 코로나로 인한 감염 또는 합병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지난 5월 브라이언 윌리엄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ACE 억제제 복용 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늘지 않았고, 심각한 합병증이 일어날 위험도 증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고혈압 환자라도 평소에 혈압이 잘 조절되고 있다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권고하며 평소에 복용중인 항고혈압제 역시 중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코로나 백신 접종 당일 혈압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높거나 낮은 경우 접종을 미루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더 심각한 합병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출처=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CDC는 "제 1형 또는 제 2형 당뇨병이 있으면 코로나19로 인해 중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있다. 즉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당뇨병이 있다면 오히려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때 '입원·중증 치료' 등 더 심각한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때 미국 당뇨병 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는 홈페이지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FDA가 승인한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 등은 중증 질병 및 사망 예방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었다는 것.

특히나 이 세 회사가 진행한 임상 연구에는 당뇨 등의 기저질환자를 포함했으며 이에 대해서도 백신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CDC는 지난 3월부터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 대한 우선권을 발휘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또한 영국 당뇨병 협회(Diabetes UK) 역시 당뇨병 환자의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때 심각한 질병을 얻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

실제로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England)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후 영국 병원에서 사망한 3명 중 1명(33.2%)이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즉 당뇨병 환자가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때 사망 위험이 더 높다는 것.

영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위한 우선 접종 순위를 1~9 순위로 나누는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6위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 위험이 더 높은 건강 상태를 가진 16~64세의 사람들'에 포함된다.

영국 당뇨병협회는 "백신을 접종하면 혈당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면서도 "이것은 신체가 면역 반응을 생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신체는 면역반응을 생성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추가 포도당을 방출하며 단기적으로 혈당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

 

'고혈압·당뇨 환자'일수록 백신 맞아야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혈관까지 침투하는 ACE2 수용체와 더 잘 결합하기 때문에 기저질환으로 혈관이 약한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특히나 "고혈압·당뇨의 경우 혈관이 제일 취약한 질병 중 하나"이기에 고혈압·당뇨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따라서 천 교수는 "고혈압·당뇨 등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특히 더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아직도 종종 제시되곤 하는 '백신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희귀혈전 등의 부작용이 적은 mRNA 백신 등과의 교차 접종을 시행하는 게 좋다는 것이 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1차로 AZ 백신을 접종한 경우에도 2차에는 화이자, 모더나 등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밝혀지고 있다"며 "국내 백신 수급이 원활해지면 교차 접종을 통해 접종 후 부작용도 줄이고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국내외 어느 전문가도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백신 접종을 피하라'고 안내하는 사람은 없다"며 "고혈압·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오히려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마찬가지로 "기저질환자는 코로나 위험성 때문에 오히려 접종을 꼭 해야하는 분들"이라며 고혈압·당뇨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한편 의료계 일각에서는 고혈압·당뇨 환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혈관이 약하기 때문에 혈전 생성 논란이 있었던 AZ백신보다는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mRNA 계열의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 양지혜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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