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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돌리지 마세요"...물의 셀럽 복귀에 반대하는 이유

"세탁기 돌리지 마세요."

지난달 27일  JTBC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쏜다’에 강동희 전 프로농구 감독을 출연소식이 전해지자 한 누리꾼이 단 댓글이다.  '세탁기 돌리다'는 논란이 된 인물을 예능프로그램 등 방송에 출연시켜 이미지를 개선, 속칭 '이미지 세탁'을 시키는 관행을 비유적으로 뜻하는 표현이다.

강 전 감독은 과거 ‘농구대잔치’를 이끈 스타 선수로, 허재-강동희-김유택은 일명 ‘허동택 트리오’로 불리며 소속 팀인 '기아자동차'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2013년 프로농구 정규리그 일부 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징역 10개월,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받고 그해 9월 KBL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강 전 감독이 인기리에 방영 중인 '뭉쳐야 쏜다'에 출연하자 시청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맨 앞에 서있는 강동희 전 감독. 논란이 되자 제작진은 예고편에서 강 전 감독 분량을 삭제했다. (사진=JTBC '뭉쳐야쏜다' 예고편 캡처)


'뭉쏜' 애청자인 박한솔(27·여) 씨는 “승부조작은 체육계에서 가장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승부조작으로 실제 선수들이 피해를 입고 팬들 역시 상처를 받았을텐데 자신의 욕심만으로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결국 제작진은 강 전 감독이 나온 예고편 영상을 수정하고  출연분을 최대한 편집해 내보내기로 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예능으로 방송 복귀...과오 희화화해 비판받기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복귀하는 것에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예능프로그램이 연예인들의 '이미지 세탁소'가 됐던 전력 때문이다.

지난 2016년 KBS ‘1박 2일’은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당했던 정준영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자 3개월 만에 복귀시켰다. 정씨는 “그동안 1박 2일이 너무 그리웠는데 앞으로 시청자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복귀 심정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019년 정씨가 불법 성관계 영상을 촬영 및 유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방송사들은 정준영 퇴출을 결정했다. 당시 ‘1박 2일’ 시청자 게시판에는 ‘성범죄자 옹호 방송’이라는 비판과 함께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KBS는 ‘1박 2일’ 방송을 무기한 중단하기도 했다.

개그맨 이수근(도박), 양세형(도박), 유세윤(음주운전)은 tvN ‘SNL코리아’, ‘코미디빅리그’로 복귀하며 자신을 ‘셀프 디스(자기 비판)했다. 당시 이를 두고 “잘못을 개그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낸 경우도 있다.

가수 신정환이 대표적이다. 신씨는 2018년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했다.

당시 방송에서 김희철은 방송 내내 “전라도의 아귀, 경상도의 짝귀, 필리핀의 뎅귀”, “걸음걸이가 저벅저벅이 아니라 도박도박”이라며 신정환의 도박 전력을 웃음거리로 삼았다.

그러나 방송 뒤에도 신정환의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신정환과 함께 그룹 ‘룰라’로 활동했던 ‘아는 형님’ 출연자 이상민까지 신정환의 방송 출연을 도왔다며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이상민은 “저는 제작진에 어떤 의견을 제시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범죄자의 방송 복귀...전문가 "인물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관해 숙의 필요"

예능프로그램에 논란이 된 연예인을 다시 출연시키는 관행은 과거부터 문제가 됐다.

지난 2019년 20대 국회에서는 오영훈 의원이 마약 관련 범죄,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등으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는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3%가 해당 법안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오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발의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세희 밝은빛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공무원도 결격 사유가 있는 것처럼 (범죄를 저지른 인물을) 방송법에 따라 제재하는 것도 그 목적이 공익성에 부합하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변호사는 "모든 범죄를 출연 금지한다면 과잉 입법 금지 원칙에 어긋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방송사에서도 원하는 이를 섭외할 자유가 있어 다방면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민들도 물의를 빚은 유명인의 방송 복귀에 서로 다른 의견을 밝혔다.

예능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조원아(27세·여)씨는 “예능 프로그램이 범죄자들의 '사연 팔이'로 이용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채널A '하트시그널2'에 출연해 인기를 모았던 김현우 씨가 채널A '프렌즈'에 출연해 논란이 됐다. 그는 상습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다.  김씨는 방송에 출연해 해당 의혹을 "개인적으로 안좋은 일"로 해명했다.

한편 본인이 논란이 된 한 아이돌 가수의 팬이라 밝힌 임모(25세·남)씨는 “중대범죄가 아니고 당사자와의 원만한 합의와 사과가 이뤄진 상태라면 자숙 기간 후 충분히 복귀해도 되지 않나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것은 잘못이지만 처벌과 자숙 이후에도 계속 그 사람을 '악마화'하면 개인이 아닌 구조적 문제를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물이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복귀하는 경우 상당수가 그 범죄를 합리화하거나 희화화하면서 '이미지 세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송 복귀를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어떤 내용을 다루는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가에 관한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원론적인 도덕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대중의 반발이 있다면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 평론가는 "예능 프로그램은 언제나 화제의 인물을 원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논란이 되는 인물의 방송 출연)이 반복해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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