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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국가보안법 폐지, 국제적 흐름에 어긋나는 일이다?

지난달 22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합니다!’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역시 국가안보를 위해 형법 외에 강력한 안보특별법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오히려 상시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국제적 흐름에 어긋나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튿날인 지난달 23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실정법에 따라서 간첩을 잡는 것이 국정원의 일"이라며 "국정원의 입장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아닌 존치 및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을 보면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청원'은 올라온지 열흘 만에 1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반면 폐지 반대청원 역시 지난 9일 청원 성립 요건인 10만명을 채우며 맞불 논란을 이어갔다.

이처럼 국가보안법 관련 논의가 지속되는 만큼 '국가보안법 폐지가 국제적 흐름에 어긋나는 일인지' 팩트체크 했다.

지난 22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합니다!'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1948년 제정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국보법)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 단체의 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제1장 총칙의 제2조에 따라 '반국가단체'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의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의미한다.

다만 제정 당시의 취지와 달리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을 억압하고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는 용도로 법을 활용한 점이 문제가 됐다.

국보법 제1장제1조에서는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해 오남용을 막고자 했다.

국보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은 대표적으로 제7조(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보법 관련 보고서를 통해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국가보안법이 국가안보보다는 정권 안보에 기여한 측면이 적지 않았으며 특히 제7조의 적용에 있어서 인권침해의 논란이 심하였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사실 국보법은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국보법 제정 당시의 국회 속기록에 의하면 한 의원은 "이 법을 가지고 혹은 정부를 전복하고자 했느니, 혹은 빨갱이니, 혹은 북조선인민공화국을 지지하는 사람이니 등등 구체적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받고 곤란한 처지에 떨어질 그러한 사태를 염려하여 마지 않는다"는 등 법 집행에 있어서의 인권침해를 우려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제정안 폐기 동의안을 제기했지만 가결 37, 부결 69의 결과로 부결됐다.

또한 국보법이 개인의 사상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 등'에 어긋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국보법을 합헌으로 판단했다. 지난 2018년에도 헌재는 국보법 위반자에게 징역형과 함께 자격정지를 선고하는 규정 역시 합헌으로 결정했다.

결정들은 분단국가라는 국내의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안법 폐지, 국제적 흐름에 어긋난다? → '대체로 사실 아님'

그렇다면 국보법 폐지가 국제적 흐름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적으로 현재 국가보안법을 시행 중인 미국, 일본, 중국을 살펴보았을 때 '국가보안법 폐지가 국제적 흐름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었다.

국보법을 운영 중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와 성격이 다른 경우가 많았으며, 국제사회는 국보법 폐지를 꾸준히 권고하고 있다. 다만 국보법과 관련해 각 국가의 제정 배경 및 실정이 다르고,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미국의 경우 전복활동규제법(Act of Control of Subversive Activities), 공산주의자 규제법(Communist Act)이 있었으나 1960년대 위헌 판결을 받고 사라졌다. 1974년 제정된 국가안보법(National Security Act of 1947)이 있으나 '국가안보증진을 위해 국방장관이 국가군사처와 육군성, 해군성, 공군성, 그리고 국가군사처와 국가안보에 관련된 타 정부기관과의 협력을 위해 제정된 법'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국보법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미국에서는 9.11 테러 이후 애국법(USA Patriot Act)가 제정되었다. 다만 이는 9.11테러사건 직후 테러 범죄 수사에 대한 수사의 편의성을 위해 시민의 자유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제정된 법안으로, 국보법보다는 테러방지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애국법은 2015년 폐지되고 자유법(USA Freedom Act)으로 대체됐지만 표현의 자유 및 개인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점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의 국보법과 유사한 법은 1952년 제정한 파괴활동방지법(破壊活動防止法)이다.

이 법에 따르면 '폭력주의적 파괴활동'을 중점으로 실행하는 공개집회나 잡지 신문 등의 인쇄 및 배포를 금지하고, 교사 및 선동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폭력주의적 파괴활동'이란 '내란죄 및 외환 유치죄, 그 예비·음모·방조 등을 실시해 교사·선동하는 것'을 포함하여 '행위 실행의 정당성·필요성을 주장하는 문서 등을 인쇄·배포·게시하고, 방송과 통신을 실시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법은 체제를 부정하는 파괴활동이 명백할때만 처벌토록 하고 있어 우리나라 국보법보다 적용범위가 적다. 또한 파괴활동금지법으로 개인이나 단체가 처벌받은 예가 극히 적기 때문에 국보법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따라  파괴활동방지법은 반국가활동에 대해 실제로 처벌을 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있었다.

중국의 경우 '국가안전법(中华人民共和国国家安全法)'을 시행중이다.

이 법은 1993년 제정된 형법으로 지난 1996년 폐지한 반혁명법(反革命法)이 국가안전법에 포함되었다. 이는 반국가활동을 한 개인 및 단체에 대해서 적용할 수 있는 법으로 '중국의 주권, 영토의 완전성, 안보 저해 행위와 국가분열, 인민민주독재정권 전복, 사회주의제도 파괴' 등의 행위를 처벌한다.

이에 따라 범죄 주동자와 가담자의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부터 무기징역까지선고받을 수 있다. 또한 중국의 국가안전법은 지난 2015년 개정되며 '경제, 금융, 종교, 문화' 등까지 안보 범위를 확대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국가보안법에는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해서, 중화인민공화국 인민민주독재의 정권과 사회주의 제도를 수호하고,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원활한 진행을 보장하기 위해서, 헌법에 근거하여 이 법을 제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출처=중국 정부 홈페이지 갈무리)


 

국제·시민사회는 국보법 폐지 지속 주장

반면 국제사회는 지속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1992년부터 "국가보안법이 시민적·정치적 권리 이행을 가로막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권고해왔다. 또한 국가보안법 제7조와 관련해서는 자유권규약과 부합하도록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인 프랑크 라 뤼(Frank Ra Rue)는 지난 2011년 국가보안법 제7조가 "모호하고 공익 관련 사안에 대한 정당한 논의를 금하며 오랜 기간 인권, 특히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긴 역사가 있다"며 이 조항을 삭제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지난 28일 참여연대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국보법 존치 발언을 두고 "시대착오적 인식"이라며 이를 규탄하며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기구와 시민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한 바 있고,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도 상시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양지혜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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